[혁신신약의 최전선 TPD&DAC ①]
허가 품목 없는 TPD, 아비나스 3상 결과로 글로벌 개발 주춤
국내 신약개발 업계, 개선된 TPD와 DAC로 글로벌 시장 노크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데룩스테칸)로 대표되는 항체접합의약품(Antibody Drug Conjugate, ADC)의 성공적 상업화 이후 표적단백질분해제(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와 항체분해접합체(Degrader-antibody conjugate, DAC)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실제로 굴지의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앞다퉈 해당 기술들을 개발 또는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 또한 마찬가지. 이에 TPD와 DAC 글로벌 개발 환경과 국내 개발 기업의 세부 기술을 5편에 거쳐 조명한다.

화이자와 함께 표적단백질분해제(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
치료제를 개발 중이던 아비나스의 지난달 3상 임상시험의 탑라인(Top-line) 결과 발표는 TPD 개발 기업들에게 다소 실망감을 안겼다. 그렇다고 TPD 기술에 대한 기대가 사그러진 것은 아니다.

글로벌 제약기업들은 여전히 TPD 기술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특히 항체접합의약품(Antibody Drug Conjugate, ADC)에 TPD 기술을 접목한 항체-분해약물 접합체(Degrader-antibody conjugate, DAC)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신약 개발 추세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가세한 형국이다.

1차 지표 충족못한 아비나스 3상 결과…오름, DAC로 글로벌 기술이전

지난달 TPD 기반 유방암 치료 물질인 아비나스의 벱데제스트란트(Vepdegestrant) 3상 임상시험(VERITAC-2) 탑라인 결과, 전체 환자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입증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비나스는 벱데제스트란트가 ESR1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서는 유의미한 PFS 개선을 보여 특정 환자군을 타깃한 개발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ADC 분야에서의 엔허투와 같은 신약의 등장을 기대했지만, 아비나스의 3상 결과가 발표 후에는 TPD 분야에서 블록버스터 약물 등장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TPD 관련 임상시험이 20여건 진행되고 있는 만큼, TPD 신약의 성패를 속단하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화이자를 비롯해 노바티스, 사노피, BMS, 암젠, 노보노디스크 등이 바이오텍에서 TPD 기술을 도입하거나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관련 신약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 중 BMS는 2023년 11월 국내 바이오텍 오름테라퓨틱의 'ORM-6151'를 도입해 국내에서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ORM-6151에는 DAC 기술이 적용됐다.

여기에 TPD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이미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서 가능성을 입증한 ADC에 TPD를 접목한 DAC로 확장하는 전략도 적극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누릭스테라퓨틱스가 DAC 확장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ADC 기업 씨젠(현, 화이자)이 누릭스의 DAC 기술을 사들이며 신약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국내 TPD 신약 연구자는 "(아비나스의 3상 결과는) 새로운 과학이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한 정상적인 과정이며 (TPD 신약 임상 역시) 최적의 환자군을 찾는 과정은 더 필요하다"며 "적절한 타깃과 환자군을 잘 선정해 비단 항암 분야 뿐만 아니라 자가면역, 퇴행성뇌질환 등에서도 TPD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료출처: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보고서)
(자료출처: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보고서)

SK바이오팜, TPD 회사 인수…유한·대웅·동아 등도 바이오텍과 협업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기업들도 TPD 기술 확보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SK바이오팜은 2023년 6월 미국 TPD 바이오텍 프로테오반트(현,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의 지분 60%를 인수했다. SK바이오팜은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를 자회사로 두고 TPD 기술이 접목된 항암제와 중추신경계(CNS) 질환 신약 개발에 임한다는 전략이다. 2029년까지 TPD 기반 항암 파이프라인들을 임상시험에 진입케 한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유한양행은 2022년 업테라를 시작으로 사이러스테라퓨틱스, 카나프테라퓨틱스, 유빅스테라퓨틱스, 프레이저테라퓨틱스 등의 TPD 기술과 물질을 도입하며 차세대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개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대웅제약도 2023년 핀테라퓨틱스와 손잡으며 TPD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작년엔 TPD 연구 인력을 채용하며 관련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동아에스티는 2023년 ADC 기업 앱티스를 인수하며 DAC 신약 개발을 위한 초기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국내 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TPD 단독 기술을 활용해 임상시험에 진입했다. 하며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202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UBX-303-1에 대한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은데 이어 작년 9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상 IND 승인을 받으며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TPD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 신약 개발을 할 것인지에 대해선 국내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ADC 신약 개발 연구자는 “TPD 기술 단독으로 약물의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다”며 “기존 ADC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TPD 기술을 활용하는 DAC 기술이 신약개발에 좀 더 합리적인 접근 전략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나 ADC, TPD, DAC 기술이 미국, 유럽 등에 비해 뒤쳐진 국내 혁신 신약 개발 속도를 높여줄 열쇠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국내 신약개발 관계자는 “TPD가 신규 모달리티인 만큼 실제 제품 수준의 신약개발을 위해선 CMC(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s) 체계가 확립된 제약회사와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텍의 협업은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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