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울산의대 진단검사의학과 장성수·연세의대 혈액내과 정준원 교수 
"MRD 평가를 위한 급여 횟수 제한 철회와 RNA 검사 별도 인정 필요" 

지난해 12월 초,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ASH 2024)는 혈액질환 치료의 최신 패러다임과 정밀 의료의 발전 방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검사와 미세잔존질환(MRD) 평가의 중요성이 전 세계 혈액암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혈액암 치료에서 NGS 검사는 진단, 예후 예측, 치료제 선택, 치료 반응 평가, 재발 관리 등 치료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NGS 선별급여 체계의 제약은 환자들이 정밀의료에 충분히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2023년 12월 NGS 선별급여 개정을 통해 폐암을 제외한 모든 암종에서 환자의 본인 부담률을 80%로 상향 조정했다. 또 NGS 검사에 대해 진단 시 1회, 재발 시 1회로 급여 횟수를 제한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환자들의 치료 연속성을 저해하고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ASH 2024 현장에서 만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장성수 교수(전 대한혈액학회 이사장)와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정준원 교수(대한혈액학회 급성골수성백혈병/골수형성이상증후군연구회 위원장)는 NGS 검사의 급여 횟수 제한을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장성수 교수(좌)와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정준원 교수(우)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장성수 교수(좌)와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정준원 교수(우)

MRD가 이끄는 정밀의료, 혈액암 치료의 새로운 기준

정준원 교수는 "이번 ASH 2024의 수많은 세션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에는 MRD가 단순히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개념적인 측면에 머물렀다면, 현재는 MRD 자체가 치료제 선택, 이식 여부 결정, 유지요법 등 추가 치료 방향성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으며 혈액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성수 교수는 혈액암에서 MRD는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로 작용하지만, 현행 NGS 급여 체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치료 연속성과 정밀 의료 구현에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급여 체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국내에서는 MRD 평가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현재 국내 NGS 급여 체계에서는 진단 시 1회, 재발 시 1회로 검사를 제한하고 있다"며 "하지만 MRD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치료 과정에서 반복적인 검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MRD 평가는 잔존질환이 있는지 확인하고, 치료를 통해 질환이 사라졌는지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해야 한다. 초기 치료 후 MRD가 완전히 사라지면 가장 이상적이고, 치료를 이어가면서 점진적으로 질환이 소멸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잔존 질환이 계속 발견된다면 추가적인 검사와 치료 전략 조정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현행 규정상 NGS 급여는 진단과 재발 시 단 2회로 제한돼 있어, 치료 중 MRD를 반복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폐암에서는 치료 3개월마다 치료 반응을 평가하기 위해 CT를 찍는다. 종양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봐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CT를 찍지 않으면 삭감을 당한다"며 "혈액암에서는 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게 MRD를 보는 것인데, 이에 대해 횟수도 제한하고 급여도 환자 본인 부담을 오히려 높인 것이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또 "NGS 검사는 경우에 따라 DNA와 RNA 등 타겟이 다른데, 현행 급여 체계는 이를 NGS 검사의 종류나 특성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일반적으로 NGS라고 하면 DNA를 타깃팅해 유전자 변이를 분석하는 검사라고 생각하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RNA를 타겟팅한 검사가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 DNA와 RNA를 모두 검사해야 할 때도 있다"며 "예를 들어 만성골수성백혈병에서 필라델피아와 같은 융합(fusion)을 확인하는 데는 RNA 기반 검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하지만 현행 NGS 급여는 DNA와 RNA 검사를 나눠서 인정해주고 있지 않다"며 "MRD 평가를 위한 검사 횟수 제한과 DNA와 RNA 검사를 별도로 나누어 인정하는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혈액암 치료에 이렇다 할 발전이 있다 해도 국내 환자들에겐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혈액암에서의 NGS 역할, 고형암과 달라"필수불가결"

NGS는 진단, 위험도 평가, 치료 반응 평가, 재발 모니터링까지 혈액암 치료 전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정준원 교수는 급성골수성백혈병(AML)과 골수이형성증후군(MDS) 등을 예시로 NGS 검사의 필수불가결성에 대해 설명했다.

정 교수는 "혈액암에서 NGS 검사는 초기 진단 단계에서 질환의 분류와 예후를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AML에서는 FLT3, IDH1/2, TP53 변이와 같은 특정 유전자 변이를 파악하여 환자의 예후를 평가하고 치료 전략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또 "치료 후 MRD를 평가하는 데도 NGS는 매우 민감하고 정확한 도구"라며 "치료 반응 평가를 통해 환자가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재발 모니터링을 통해 암세포의 미세한 변화를 탐지해 조기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MDS 치료에서도 NGS 검사의 중요성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국내에 도입된 '빅시오스'와 같은 신약은 이차성 MDS 또는 AML 치료에 생존율 개선을 불러왔는데, NGS 검사가 'TP53', 'ASXL1', 'RUNX1' 등의 유전자 변이를 파악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

정 교수는 "이차성 MDS에서 NGS 검사는 유전자 변이를 정확히 파악해 진단과 치료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빅시오스와 같은 신약의 사용은 NGS를 기반으로 한 정밀 진단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를 통해 MDS 환자들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NGS 급여, 혈액암의 특수성 반영 못해"

두 전문가는 현행 NGS 급여 체계가 혈액암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정부는 재작년 NGS 선별급여 개정을 준비하며 암종별 NGS 검사의 유효성을 평가했는데, 이 때 표적 치료제와의 연관성만을 주로 고려했다는 게 혈액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때문에 표적항암제가 많이 개발돼 있는 폐암만이 50%의 환자 부담률을 유지하고, 기타 다른 고형암과 혈액암은 80%로 환자들의 부담률이 상향 조정됐다는 것.

두 전문가는 2023년 12월 NGS 선별급여 개정 이후 임상 현장에서의 검사 건수의 변화가 고형암과 혈액암에서의 NGS 역할을 여실히 보여주는 반증이라고도 강조했다.

정 교수는 "개정 이후에도 혈액암 환자에서 NGS 검사 건수는 전혀 줄지 않았다"며 "결국 환자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그와 반대로 고형암에서는 본인 분담률 50%를 유지하는 폐암을 제외하고, 다른 암종에서 NGS 검사 수가 현저히 줄었다"며 "소위 빅5라고 말하는 큰 병원의 경우 환자들이 치료비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큰 병원이니 그만큼 치료비도 비싸겠구나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 이후 서울아산병원에서는 고형암의 NGS 검사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이것이 일종의 반증"이라며 "혈액암 치료의 경우 환자의 본인 부담이 80%로 늘어도 꼭 필요한 검사이기 때문에 검사 건수 자체가 줄지 않은 반면, 고형암의 경우 실제 검사 수가 즐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혈액암 치료에서 NGS 검사가 필수불가결한 검사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혈액암 NGS 급여 체계에 전반적인 개선 필요해"

두 전문가들은 MRD 평가를 위한 NGS 급여 횟수 제한을 철폐하고, 환자 부담을 줄이는 정책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단순히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NGS 검사를 통해 MRD를 정밀하게 평가하면, 불필요한 이식을 줄이고, 치료를 최적화해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 성공률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라며 "이는 단기적으로는 검사 비용이 들어가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료 재정을 절감하고,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제공하는 중요한 투자"라고 말했다.

장 교수도 이에 동의하며 "정밀의료는 단순히 의료 기술의 발전을 넘어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실현하는 과정"이라며 "NGS 급여 체계의 개선은 혈액암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정밀의료의 기회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전문가는 NGS 급여 체계 개선이 혈액암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환경을 제공하고, 정밀의료가 국내 의료 시스템에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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