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정책 정부 측 스피커 역할
카데바 수입에 여의사 폄하 논란도

‘혼돈’ 그 자체였던 2024년이다. 굵직한 사건들이 사회를 흔들었으며 의료대란은 해를 넘기게 됐다. 의대 증원으로 많은 이슈가 묻힌 한 해이기도 했다. 청년의사는 ‘10대 뉴스’ 속에 묻혔지만 의료계에 파장을 일으킨 사건을 ‘언저리 뉴스’로 정리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정례브리핑에서 의사를 '의새'로 발음하면서 의료계에서는 밈이 됐다(ⓒ청년의사).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정례브리핑에서 의사를 '의새'로 발음하면서 의료계에서는 밈이 됐다(ⓒ청년의사).

의대 증원 사태가 길어질수록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에 대한 의료계 반감도 깊어지고 있다. 의대 증원 정책 주무 부처 차관에 대한 반감 차원을 넘어섰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의료계는 박 차관 경질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박 차관이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한 발언들이 문제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새’다. 의사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지난 2월 19일 브리핑에서 나왔다. 박 차관은 당시 “독일, 프랑스, 일본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동안 의사들이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한 일은 없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들린 발음은 ‘의사’가 아닌 ‘의새’였다. 박 차관은 “단순한 실수”라고 했지만 의사들은 ‘말실수’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새는 ‘밈’(meme)이 됐다. 의사들은 ‘외상환자 치료 의새’, ‘신생아과 의새’ 등 의사와 새를 합성한 일러스트를 만들어 SNS에 공유했다.

다음날(2월 20일) 브리핑은 여성 의사 비하 논란을 불러왔다. 박 차관이 의대 증원 근거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를 제시하며 “추계 과정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여성 의사 비율의 증가, 남성 의사와 여성 의사의 근로 시간 차이, 이런 것까지 가정에 모두 집어넣어서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곧장 ‘성차별적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여자의사회 등 국내 여성 의사들은 물론 세계여자의사회(MWIA)도 “여성 의사가 능력과 직업 적합성이 부족하다고 이해될 수 있다”며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의대 함춘여자의사회 등 여성 의사단체 7곳은 박 차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해부용 시신(카데바) 수입 발언도 의료계의 공분을 샀다. 박 차관은 지난 3월 의대 증원으로 부실 교육 우려가 나오자 카데바를 의대 간 공유하고 “부족하면 수입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은 발언은 “시신을 기증한 고인의 숭고한 뜻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차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의사가 하나도 현장에 남아 있지 않다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실어 날라 치료하겠다”며 이때 발생한 비용은 의사들이 책임져야 한다고도 했다.

박 차관과 의료계는 12년 전에도 충돌했다. 지난 2012년 복지부 보험정책과장 시절 박 차관은 포괄수가제 도입에 반대하는 의료계를 향해 “의사 진료 거부는 있을 수 없고 이런 불법을 획책하는 의협 간부들은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의사들은 박 차관에게 ‘밤길 조심해라, 두고 보자’ 등 협박성 문자를 보냈고 박 차관은 그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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