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외래이용실태조사 발표…1인당 연평균 16회 외래 찾아
트라마돌 1년에 2249회 투여 사례도…물리치료 등 반복 치료 경향
심평원 "사전 관리 필요"…이용자·공급자 "책임 전가 안돼"
복지부 "이용자·공급에게 적절하게 합리적 이용 유도할 것"

정부와 의료계가 과다한 의료 이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데 뜻을 함께 했다.

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의료기관에서도 이를 관리하는 동시에 환자들이 본인의 의료 이용량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무분별한 의료쇼핑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는 의료이용 현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박정혜 심사운영실장은 이날 ‘우리나라의 의료과다이용 현황 문제점’을 주제로 2022년 기준 외래 이용 실태 자료를 발표했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민 1인당 연평균 외래 일수는 15.7회였으며, 1회 이상 병원을 찾은 적이 있는 국민들은 총 4,875만9,963명이었다.

그중 외래를 이용한 환자 중 내원 일수가 150~365회인 환자와 365일을 초과하는 환자를 분석했을 때, 산정특례질환에 해당하는 중증질환자보다 일반질환자들의 병균 내원 횟수가 더 많았다.

내원 일수가 150~365회인 환자군 중 일반질환자의 평균 내원 일수는 197회로 산정특례질환자가 내원한 185회보다 더 많았다. 내원 일수가 365회를 초과한 환자 중에서도 일반질환자의 평균 내원 일수는 455회, 산정특례질환자는 447회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외래 의료 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2022년 상급종합병원 외래를 150회 이상 방문한 사람 중 물리치료, 신경차단술, 진통제인 트라마돌을 반복 치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자료제공: 심평원).

환자들은 주로 등 통증, 무릎관절증, 기타 척추병증 등 근골격계 질환으로 내원했다. 물리치료, 신경차단술, 진통제 트라마돌 투여를 반복해서 치료하는 경향이었다.

일반질환자 중 외래 진료를 위해 150회 이상 상급종합병원을 찾은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90% 이상이 물리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었으며, 50% 이상이 신경차단술을 받았다. 진통제인 트라마돌을 투여한 사람도 60% 이상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료를 과다 이용한 사례도 공개됐다.

한 해 물리치료를 가장 많이 받은 환자는 292일 동안 평균 1일 4.2개 의료기관을 방문해 총 1,216회의 물리치료를 실시했다. 신경차단술의 경우 한 환자가 총 670회를 받았으며, 1일 평균 2.8개 의료기관을 내원했다.

트라마돌 최다 투약 사례는 의료기관을 3,009회 방문해 총 2,249회 투여한 환자였다. 해당 환자의 1일 최다 내원 횟수는 11회로, 1일 기준 트라마돌 550mg를 투여했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제한 1일 최대 투여량인 400mg를 초과한다.

전산화단층촬영(CT) 촬영 현황을 살펴봤을 때, 2018년 CT를 촬영한 환자 수는 492명, 촬영 빈도는 810회였다. 그러나 2022년에는 환자 746명, 촬영 빈도 1,411회로 2018년도 대비 증가하는 수치를 보였다.

박 실장은 과다한 의료 이용이 오히려 환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에 사전 진료 단계부터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실장은 “CT 1회 촬영할 때 의료 방사선 0.6mSv에서 10mSv에 노출된다. 국제방사선방어위원회는 일반인의 경우 연간 1mSv에만 노출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트라마돌은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로 관리한다. 의료기관도 모르는 사이 환자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증 환자가 외래 진료를 연간 365회 이상 받으면 본인 부담률을 90%로 산정하는 제도가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며 “그러나 사후 정산하는 방법인 만큼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진료 단계부터 환자들의 의료 이용 현황을 파악해 의료를 과다 이용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박정혜 심사운영실장과 차의대 보건산업대학원 지영건 교수는 의료 과다 이용을 예방하기 위한 사전 관리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청년의사).

차의대 보건산업대학원 지영건 교수는 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를 통해 실시간 진료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들도 스스로 의료 이용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 교수는 “사후에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나 이젠 사전 의료 과다이용 감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관리대상 항목에 대한 기준과 의료 과다이용 관리 시스템 구축과 모니터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단계에서부터 실시간으로 환자별 행위 실시 횟수를 점검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항목별 점검 기준을 개발하고 전국 단위 의료기관 간 정보 확인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환자 본인이 의료 이용량을 스스로 점검·확인 가능한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심평원 김유석 심사평가정책연구소장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도 운영되는 만큼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라며 이를 위한 법적 근거와 과잉 진료에 대한 기준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급자·이용자 "의료 과다 이용, 기관·개인에게 책임 전가해선 안돼"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환자의 과다 의료 이용을 국민 개인이나 의료기관에 책임을 맡겨선 안 된다고 했다.

서 이사는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높이는 것에 대해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환자의 의료기관 쇼핑을 병원 (이용을) 규제하는 방안으로 추진하면 오히려 병원과 환자 간 마찰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의료기관 간 정보 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며 “다만 환자 개인정보 노출 문제도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보여줄지 과잉의료의 기준값을 정하는 등 기술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다양한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국장은 이용자가 본인이 경증인지 중증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과잉 진료에 대해 이용자가 전적으로 책임져선 안 된다고 했다.

남 국장은 “의료 이용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이용자가 다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까지 정부는 경제적 부담을 더 지우는 방법으로 의료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는 매우 행정 편의적”이라고 했다.

이어 “응급상황에서는 환자가 본인이 경증 혹은 중증인지 판단할 수 없기에 의료기관에서 판단해 줘야 한다. 또한 관리 시스템으로 해결할 문제지 개인에게 ‘알아서 합리적으로 이용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며 “사전에 의료 이용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왼쪽)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국장(가운데)도 과다 의료 이용을 예방하기 위한 사전 예방 시스템 도입에는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이에 보건복지부 조충현 보험정책과장(오른쪽)은 이용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적절한 방법을 통해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하겠다고 했다(ⓒ청년의사).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왼쪽)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국장(가운데)도 과다 의료 이용을 예방하기 위한 사전 예방 시스템 도입에는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이에 보건복지부 조충현 보험정책과장(오른쪽)은 이용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적절한 방법을 통해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하겠다고 했다(ⓒ청년의사).

이에 정부는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공급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사전 관리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조충현 보험정책과장은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면 결국 건강보험료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어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위해 공급자 측면에서 병상 관리 강화, 의료기관 자율점검 등 사전 협조를 구하겠다"며 "이용자 측면에선 의료이용량에 대한 단계별 알림 등을 통해 이용자가 의료비를 인식하도록 해 합리적인 이용을 유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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