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의연, ‘ERAS 도입 활성화 방안’ 회의 개최
행위별수가제 대만, 올해 시범사업
政 “학회 구체적 방안 만들면 검토”
국내 수술 후 회복 향상 프로그램(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ERAS) 도입을 위해 시범사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는 학계에서 구체적 방안을 만들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지난 27일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에서 ‘국내 수술 후 회복 향상 프로그램 도입‧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2024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 ‘ERAS 도입배경 및 의미’에 대해 발표한 가톨릭의대 외과 이인규 교수는 국내 많은 병원이 ERAS를 도입하길 원하지만, 대부분은 EARS를 시스템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연구 목적에서 일부 환자에 적용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국내 도입이 더딘 이유로는, ERAS를 적절히 시행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적 접근을 해야하며 순응도 체크와 모니터링이 필수이기 때문에 많은 노력, 시간, 인력, 노하우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ERAS를 도입하면 조기 퇴원, 의료비 감소, 조기 일상 복귀, 보호자 필요없는 치료, 의료질 관리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ERAS는) 결국 병원이 바뀌어야 도입할 수 있지만 병원은 수익이 나야 바귄다. (정부 지원) 시범사업 및 수가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가톨릭의대 마취통증의학과 홍상현 교수는 현재 ERAS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대만 상황을 소개했다.
대만은 타이페이 지역에서 80세 이상 ▲직장암과 대장암 수술 환자 ▲슬관절과 고관절 치환술 환자 ▲척추유압술 환자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시범사업은 환자 1인당 총 80만원 정도를 연간 500명에게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홍 교수는 “미국 등의 나라는 ERAS를 도입해 효과를 보면 바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보상시스템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도입할 수 있지만, 대만이나 우리나라는 행위별수가제기 때문에 (ERAS를 도입해도)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개별 기관이 ERAS에 관심을 갖고 시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 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ERAS 현황, 실적, 향후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서울의대 외과 박도중 교수는 해외연구 사례를 인용해 ERAS 도입으로 환자 한명당 적게는 70만~80만원, 많게는 2,000만원까지 진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ERAS 도입을 위한 향후 과제로는 ▲한국형 가이드라인 마련 ▲여러 ERAS 방안 중 한국상황에 맞는 방안 선택과 검증 ▲각 기관 도입을 위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도 ERAS 도입 필요성이 강조됐다.
국립중앙의료원 정형외과 이경학 과장은 “ERAS 저변 확대를 위해 노인환자가 많은 정형외과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ERAS는 환자가 원래 가진 정상기능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시급히 많은 환자에게 적용돼 환자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대 마취통증의학과 이호진 부교수는 “수술 중 마취관리는 환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마취통증의학과에서도 ERAS는 중요하다”며 “(ERAS 도입을 위해서는) 의료진간 협력, 의료진과 환자 등 교육, 환경, 예방활동 등이 중요한데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가치평가가 없어 많은 의료진이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ERAS를 도입하면 재원일수를 줄이고 합병증과 의료비용은 감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국내 도입을 위해 (ERAS 활동 관련 행위들에 대한) 가치평가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를 대표해 참석한 보험급여과 배홍철 사무관은 ERAS 시범사업을 위해서는 성과 목표, 평가지표, 구체적 대상자와 시행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 사무관은 “ERAS 시범사업 목표는 수술 후 회복 향상, 합병증 감소, 입원기간 단축 등인데, 현재 비슷한 목적으로 시행 중인 시범사업들이 있다”며 “실제 (ERAS 시범사업을 위해서는) 성과 목표, 평가지표가 필요하지만 이는 복지부가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 목표나 평가지표는 관련 학회를 통해 만들어야 현장에서 잘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함께 시범사업 대상자, 시행 방안 등 구체적인 내용이 있으면 정부도 건강보험 지원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