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학회 ‘지속가능한 신장치료 권고안’ 발표
반류수 재활용, 투석액 유속 감량 등 권고
대한신장학회가 환경 부담을 줄이는 신장 치료 방향을 제시했다. 환경오염이 신장질환 악화와 신기능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반영한 새로운 치료 방향이다.
신장학회는 5일 ‘지속가능한 신장치료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물 절약, 폐기물 감소, 에너지 절약 등 투석 치료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담겼다.
특히 혈액투석에 필요한 투석액 생산과정에서 반류수(Reject Water)를 줄이는 방법을 제안했다. 유지 혈액투석에는 1인당 연간 2만 리터의 물이 쓰인다. 혈액투석 여과(HDF)는 일반 혈액투석보다 물을 10~30% 더 사용한다. 또한 역삼투(Reverse Osmosis, RO) 기법을 이용해 투석에 적합한 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금속과 내독소를 제거하려면 반류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말레이시아나 호주 등은 탈미네랄화 과정을 거쳐 반류수를 재사용한다. 말레이시아는 반류수를 어류양식과 농업에 활용한다. 호주는 반류수를 가열해 의료기구를 소독하는 증기를 생산하는데 쓴다. 모로코는 정원과 조경에 사용한다.
신장학회는 한국 친환경투석(Green Nephrology)으로 ‘용액 비배출 정책(Liquid Discharge Policy)’을 목표로 해서 “반류수를 포함한 원수가 투석 혹은 재사용돼 버려지는 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처리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신장내과 의사, 정부 산하 유관 부서, 역삼투 장치 개발자들이 협업해 연구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수자원 절약 방법으로 투석액 유속(Qd) 감량도 권고했다. 현재 표준으로 사용하는 500ml/분인 유속을 400ml/분으로 20% 낮추면 혈액투석 1회당 최대 100 리터의 물을 아낄 수 있다. 유속을 낮춰도 투석 효율이나 단기 임상 결과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다고 했다. 신장학회는 “여건이 가능하다면 투석액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게 투석액 사용과 물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투석실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의료폐기물과 일반폐기물로 명확히 분류하는 것도 권고했다. 일반폐기물이 의료폐기물과 분리되지 않고 혼합 배출되면 의료폐기물로 간주돼 처리 물량과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신장학회가 병원 12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 결과, 55%에서 일반폐기물이 의료폐기물에 섞여 있었다. 투석실 의료폐기물이 분리 정도에 따라 투석 당 위해의료폐기물 양이 1.11kg에서 8.09kg까지 차이를 보였고 처리비용도 2.97달러에서 21.67달러로 증가했다는 이탈리아 연구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엄격한 소독 기준을 준수하고 안전성과 비용·편익 분석 연구를 통해 “투석 필터 재사용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신장학회는 “최근 제조기술 발전에 따라 수명이 길고 재사용이 가능한 투석 필터 개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며 추후 결과에 다라 투석 필터 재사용이 의료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측면에서 재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외 투석실 설비 에너지 최적화 등을 통한 에너지 절약, 재생에너지 활용 등을 제안했다.
지속가능한 신장치료 특별위원회 고강지 위원장(고려의대)은 “이번 권고안은 신장 치료와 환경 보호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구체화한 중요한 첫 걸음”이라며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신장질환 환자 진료를 통해 신장학 분야가 사회적 책미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장학회는 이날 ‘2024 인공신장실 감염관리지침’도 공개했다. 지침에는 투석 과정에서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반적인 관리 지침과 환경 위생, 예방접종, 복막투석 환자의 감염관리 등이 담겼다.
정성진 진료지침이사(가톨릭의대)는 “이번 지침 발간은 국내 인공신장실 감염관리를 한층 강화해 환자들에게 안전한 투석 환경을 제공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박형천 이사장은 “이번에 발간된 두 권고안은 신장학회의 학문적 리더십과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중요한 성과”라며 “앞으로도 신장학회는 신장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의료의 안정성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간된 진료지침은 신장학회 홈페이지 내 진료지침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