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시니어의사-지역공공병원 매칭 사업 필요성 강조
김영완 서산의료원장 “인력 공백 문제 해결 기대 커”

올해 80세인 김국기 신경외과 전문의는 은퇴 후 다양한 사회 활동을 펼쳐오다 지난해 5월 중앙보훈병원 취업했다. 경희대병원 신경외과에서 37년간 근무한 베테랑 의사인 김 전문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토교통부 공제분과위원회, 보훈심사위원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살려 현재 보훈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일주일에 3일 근무하며 받고 있는 급여는 월 570만원이다.

대한의사협회가 13일 협회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개최한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전문가 기자회견'에서 소개한 활동 내역이다.

이 자리에서 김 전문의는 "의사로서 쌓은 지식을 은퇴 후 나라와 이웃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에 의료 현장에서 뜻 깊은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계에선 시니어 의사를 포함한 미활동 의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주목한다. 의사 인력 증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분야 문제를 시니어의사 등 미활동 의사로 즉각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

이필수 회장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필수 회장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지역 필수의료 문제를 위해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고 의사 인력 양적 확산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지만 인구 변화와 의료 접근성 등 국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의사 확대 정책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전문의 양성까지 11~14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사 투입은) 향후 2036~2039년이 돼야 한다. 당장의 지역 필수의료는 누가 감당할 것인지 대안이 부족한 상태”라며 “지역 공공의료원들이 심각한 의사 인력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시니어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 사업’이 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이 의사 회원 2,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현직 의사 63.1%는 은퇴 후 필수의료 등 의료 인력 부족현상이 심각한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은퇴 후 기회가 주어진다면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77%에 달했다.

의협이 국립중앙의료원(NMC)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시니어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 사업 TFT’를 구성한 것에 대해 29.3%가 ‘매우 긍정적’, 40.6%는 ‘긍정적’이라고 답해 70%에 달하는 의사들이 긍정 입장을 보였다.

은퇴 후 공공보건의료기관에 근무하게 된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으로는 25%가 ‘적정 급여’, 25.2%가 ‘근무지역’, 24.0%가 ‘근무 시간’이었며 전문과 진료(수술 등 포함) 15.6%, 거주 공간(관사) 10.1% 등도 중요하다고 봤다.

특히 공공의료기관에 은퇴 의사가 근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부 지원으로는 46.0%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지원을 꼽았다. 인건비 지원(25.1%)과 교육·매뉴얼과 표준운영 지침 마련(13.8%)도 필요하다고 했다.

적정 근무시간은 5시간 전후가 54.7%로 가장 많았고, 7시간 전후도 35.4%로 나타나 풀타임 근무도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근무에 따른 희망 보수는 700만원대 이상이 38.1%, 500만원대 이상이 34.2%로 500만~700만원대를 적정 수준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이 이번 사업의 인력풀에 포함될 미활동 의사 수를 확인한 결과 31세부터 70세까지 총 6,088명으로 집계됐다. 그 중 65세부터 70세까지 시니어의사는 837명이었다.

의협은 시니어의사 뿐 아니라 결혼과 육아, 출산 등으로 임상 현장을 떠나 있던 의사들의 복귀를 위한 발판으로 이 사업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력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재교육 시스템을 구성하는 등 준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이번 사업에 적극적인 정부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임신과 출산, 육아 등으로 진료 현장과 떨어져 있는 의사들은 물론 급성기 질병에 걸려 일시적 휴직자도 많다. 근무 여건을 잘 맞춰준다면 진료 현장으로 복귀가 가능한 인력”이라며 “복귀 의사가 있더라고 구인 정보 전달이 안 되는 소통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인력 부족 해법으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적극 호응해 준다면 당장이라도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했다.

서산의료원 김영완 원장은 “이미 현장에서 시니어 의사가 근무하는 상황에서 매칭 사업을 통해 인력 공백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서산의료원 김영완 원장은 “이미 현장에서 시니어 의사가 근무하는 상황에서 매칭 사업을 통해 인력 공백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료원 ‘시니어의사 매칭 사업’ “인력 부족 단비 될 것”

의사 인력 부족으로 필수의료 분야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의료원들은 미활동의사 매칭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컸다. 특히 이미 시니어의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공공의료원들의 경우 효과를 체감, 큰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공공의료원 35곳에서 근무하는 60세 이상 시니어 의사는 121명으로 집계됐다.

서산의료원 김영완 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공공의료원 35곳에서 1,302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부족한 의사 수가 183명이다. 정원 당 부족한 인력 수가 183명이지 실제 각 의료원 운영에 필요한 인력은 더 많다”며 “이미 일부 현장에서 시니어 의사가 근무하고 있는 만큼, 매칭 사업을 통해 인력 공백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시니어의사들 중 세부전문의가 많다. 시니어의사 초빙으로 의료 서비스 질이 향상될 거라는 기대가 있다”며 “민간 영역에 있는 우수한 의사 인력을 지방으로 보내 지방 공공의료원들의 어려운 현실을 즉시 타개할 수 있는 정책이 매칭 사업이라고 본다”고 했다.

김 원장은 이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위해 의료현장 적응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과 미활동의사들의 이직 등 상황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대학병원에 있던 의사들은 EMR 등 근무환경이 바뀌었 것”이라며 “사전에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고 정부와 NMC, 의협 간 유기적 협조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시니어의사들의 이직 등 상황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설기구도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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