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업무정지 처분 취소 청구 기각
봉직의 명의 신규 개설해 업무정지 회피 시도
법원 "인력·시설·환자 같아…사실상 동일 의원"

업무정치 처분을 피하려고 폐업한 의원과 새로 개설한 의원을 사실상 동일한 의원으로 봐 처분을 승계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청년의사).
업무정치 처분을 피하려고 폐업한 의원과 새로 개설한 의원을 사실상 동일한 의원으로 봐 처분을 승계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청년의사).

업무정지 처분을 피하고자 운영하던 의원을 폐업하고 같은 날 새 의원을 개설한 이들이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의사 A씨가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며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정지승계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의사 A씨는 지난 2016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약 3년 동안 대구시 달서구에 있는 B조합 C의원에서 상근 봉직의로 근무했다. C의원은 요양급여비용을 거짓청구해 지난 2018년 12월 복지부 현지조사를 받았지만 이를 거부해 2019년 6월 요양급여기관·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1년 처분을 사전 통지받자 약 2주 만에 폐업했다.

C의원이 폐업한 당일 같은 장소에는 새 의원이 문을 열었다. C의원에서 일한 A씨가 연 의원이었다. 의원명도 폐업한 C의원과 유사한 상호(B조합 C의원→C의원)로 지었다. 이를 확인한 복지부는 C의원에 내렸던 업무정지 처분을 A씨에게 똑같이 내렸다. 행정 처분 절차를 밟고 있는 기관을 양수했다고 보고 처분을 승계 처리한 것이다.

이에 A씨는 C의원을 양수하지 않았고 근무 당시 거짓청구 문제나 업무정지 처분 절차에 대해 몰랐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C의원을 운영한 B조합 대표였던 D씨 역시 당시 조사 일정 연기를 요청했을 뿐 조사 자체를 거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D씨는 C의원을 폐업하고 A씨가 연 의원의 개업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직원으로 근무해왔다.

그러나 법원은 A씨와 D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D씨가 폐업한 C의원과 A씨가 새로 연 의원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관"이라고 봤다. D씨가 업무정지 처분을 피하기 위해 C의원을 폐업한 뒤 A씨 명의로 의원을 새로 열어 운영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같은 날 같은 장소에 상호 주요 부분이 동일한 의원이 개설됐고 의사 인력도 A씨로 똑같다. 폐업한 C의원의 모든 무선와 의료기기 일체를 무상으로 양도했고 권리금도 받지 않았다. C의원 폐업 직전 한 달간 하루 평균 60여명이 방문했다. 새로 연 의원도 개설 직후 한 달간 하루에 56명꼴로 내원했고 요양급여비용 청구 건수도 유사하다"면서 "새로 연 의원이라 해도 사실상 (폐업했던) C의원에서 실시하는 진료가 계속된 것"이라고 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C의원 개설 초기부터 폐업까지 3년 가까이 상근으로 근무한 유일한 의사고 현지조사 당시에도 근무하고 있었다. A씨는 대표였던 D씨와 긴밀한 신뢰 관계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C의원 업무정지 처분 절차 예정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업무정지 처분 사전 통지 직후 A씨가 이를 양수해 새 의원을 개설한 것을 단순히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A씨가 항소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C의원이 운영하던 인적·물적 조직 일체가 A씨가 새로 개설한 의원에 이전됐으므로 이는 곧 C의원의 영업이 존속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원심 판결을 유지하고 A씨 항소는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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