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치료 적정 기관 30% 불과
"저수가에 집중치료실 확충 안 돼"
뇌졸중 치료 인프라가 제대로 확충되지 않은 지역이 많아 사망률이 올라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급성기 뇌경색 환자 치료에 필요한 정맥 내 혈전용해제(tPA)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오는 11월이면 비축분이 바닥난다.
대한뇌졸중학회는 20일 성명을 내고 뇌졸중 급성기 치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에 뇌졸중집중치료실 확충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뇌졸중집중치료실은 급성기 뇌졸중 치료에 필수적인 시설로 꼽힌다. 8차 뇌졸중적정성 평가 자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졸중집중치료실이 있는 병원은 환자의 발생 30일째 사망률이 6.5%로 치료실이 없는 병원(8.0%)보다 1.5%p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내 사망률 차이는 더 컸다. 치료실 보유 병원이 15.1%로 없는 병원(17.0%)보다 1.9% 더 낮았다.
그러나 현재 응급의료 중진료권 70개 권역 가운데 뇌졸중집중치료실을 보유한 권역은 34개에 불과하다. 여기에 뇌졸중 진료 의료기관의 치료 질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7월 29일 공개한 뇌졸중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급성뇌졸중 진료를 진행하는 병원은 233곳이다. 그러나 진료지침에 따른 표준진료가 가능하다고 뇌졸중학회 평가·인증을 받은 기관은 69곳(29.6%)에 불과했다. 뇌졸중집중치료실을 운영하는 병원 99곳 가운데 15곳은 뇌졸중학회 미인증 기관이거나 아예 자격 미달로 입원료 산정이 불가능했다.
뇌졸중학회는 "뇌졸중 환자가 방문하는 전국 병원 가운데 70%가 사실상 사망률과 후유장애를 줄이는 필수적인 뇌졸중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적정 치료기관이 부족해지면서 환자 치료 성적도 악화되고 있다. 뇌졸중 환자 입원 30일 내 사망률이 최근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8차 적정성 평가(2018년 7~12월)와 비교했을 때 이번 9차 적정성 평가(2020년 10월~2021년 3월)에서 뇌졸중 환자 입원 30일 내 사망률이 7.2%에서 7.7%로 증가했다. 뇌경색 환자의 경우 3.7%에서 4.3%로 늘었다.
급성기 뇌경색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정맥 내 혈전용해제(tPA) 4.5시간 이내 투여율도 97.8%에서 91.1%로 6.7%p 감소했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정맥 내 혈전용해제 물량 부족으로 국내 비축분은 오는 11월이면 소진된다.
뇌졸중학회는 "그만큼 필수적인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그대로 방치되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이나 후유 장애에 이를 환자가 급증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진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선 무엇보다 저수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뇌졸중집중치료실 수가는 종합병원 기준 13만3,320원이다. 지난 2017년 10월 신설 이후 단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았다.
뇌졸중학회는 "급성기 뇌졸중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집중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저수가를 버티지 못해 집중치료실을 중환자실로 변형해 중환자실 수가를 받는 기형적 모형도 늘어나고 있다. 뇌졸중집중치료실을 운영하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20% 정도가 여기 해당한다"고 했다.
따라서 "불합리하게 낮은 뇌졸중집중치료실 수가를 개선하고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이를 통해 70개 중진료권역이 최소 1개 이상 뇌졸중집중치료실을 갖춰야 한다"면서 "뇌 급성기 환자 치료 필수품인 정맥 내 혈전용해제 물량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