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협회 학술세미나서 간병 제도화 방안 논의
"급성기병원과 차별화된 요양병원 간병제도 필요"
"간병인 업무 기준 정립, 외국 간병 인력 확보 방안 마련해야"
간병 급여를 도입해 환자와 보호자 부담을 덜고 요양병원의 재정·인력 압박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요양병원협회가 28일 개최한 추계 학술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간병 분야 제도화를 제안하며 이같이 말했다.
노동훈 카네이션요양병원장은 급성기 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처럼 요양병원도 간병 급여를 도입해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노 원장은 "장기요양보험 제도 도입 과정에 간병 급여가 빠지면서 요양원·요양병원 제도는 시작부터 꼬였다. 요양원에 중환자가 많고 요양병원은 오히려 경환(자)이 많다. 교통정리해야 한다. 병원은 병원답게, 시설은 시설답게 가야 한다"면서 "간호사를 중심으로 설계된 급성기 병원 간호간병서비스와 차별화해 요양병원 특성에 맞는 간병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원장은 "장기요양보험 연간 지급액 총 10조원 가운데 요양원 비중이 4조원이다. 여기에서 요양보호사 비용이 2조2,000억원을 차지한다. 요양원에 있는 장기요양보험 1·2등급 환자가 병원으로 이동하고 요양병원에 있는 사회적 입원 환자가 요양원으로 이동하면 요양원 간병 인력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이렇게 절감한 비용을 요양병원 간병 제도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된 상황에서 간병을 다른 서비스와 동일하게 급여화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차등수가제 방식으로 우선 도입해 서비스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보건과학대학 정형선 교수는 "급여화해서 간병 급여 80%를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도록 하는 방향으로는 제도화가 어렵다. 이전의 차등수가제나 예비급여처럼 본인부담률을 더 높게 설정하고 급여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며 "우선 급여화가 되면 지속적이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서비스 개선도 좀 더 수월해진다"고 했다.
정 교수는 "현재 간병 서비스는 시장 기전에 100% 무방비로 맡겨져 있다. 공적 영역이 개입해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럼 공적 관리와 민간 시장의 활력을 동시에 이루면서 훨씬 안정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고 했다.
늘고 있는 외국 간병인력, 질 관리는? "한국어 능력 검증 등 필요"
간병 제도화로 간병인 자격 기준을 정립하고 인력 수급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덕현 이손요양병원장은 "미국, 영국, 일본 등은 간병 서비스를 의료와 돌봄 서비스 항목으로 급여화하는 것은 물론 병원 간병인과 시설·재가 간병인 자격을 구별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의료진이 상주하는 요양병원은 요양보호사보다 비교적 낮은 업무 수준의 인력을 요구한다. 요양보호사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한 간병 제도를 도입하고 외국 간병인 등 인력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선 간병인에 대한 법적인 기준과 업무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간병인을 주로 일상생활 수행 보조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으로 하되 환자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간병 현장 안전과 질 관리를 위해 표준적인 교육 체계 확립도 필요하다고 했다.
손 원장은 "요양보호사보다 완화된 자격 기준을 세우는 대신 적절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지금은 각 기관마다 제공하는 교육 내용이 다르다. 특히 재외동포 간병인은 언어와 문화를 고려한 교육 시스템이 부재해 돌봄의 안전과 질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원장은 "정부가 주관해 표준화한 교육 체계를 개발하고 민관기관과 병원이 기본 교육 이론과 실기·실습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외국 간병인도 한국어 능력을 검증하고 경력 유무에 따라 교육과 실기·실습 과정을 제공한 뒤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외국인 간병인 고용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 원장은 "정책적으로 내국인 간병 인력을 우선 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외국인 간병 인력은 차선책이다. 외국인 간병 인력은 10~20% 수준에서만 고용하도록 쿼터제를 시행하는 등 추가 기준 도입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