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이상준 교수팀 “ZBP1 유전자, 사이토카인 폭풍 유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을 높이는 특정 유전자가 발견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유니스트)은 생명과학과 이상준 교수가 미국 세인트 쥬드 아동 연구병원(St.Jude Children’s Research Hospital) 연구진과 함께 진행한 연구결과, 선천 면역 센서로 알려진 ‘ZBP1’ 유전자가 사이토카인(Cytokine) 폭풍을 유도해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ZBP1 유전자는 세포 속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인지하고 면역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을 만들라는 신호를 주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침투한 경우 이를 과도하게 형성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 기술(genome-wide CRISPR-Cas9 screening)을 이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대식세포(Macrophage)의 유전자를 제거한 후 ZBP1 유전자를 찾았다. 그리고 ZBP1 유전자가 존재하는 대식세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후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사멸하지만 이 유전자를 제거한 경우 사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또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로부터 만들어진 단백질성 물질인 ‘인터페론(Interferon)’이 ZBP1 유전자를 강력하게 발현시켜 염증성 세포 사멸과 사이토카인 폭풍을 유발한다는 점도 규명했다. 이 때문에 인터페론 요법이 코로나19에는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소동물 실험에서도 ZBP1 유전자가 있는 상태에서 인터페론을 주입한 소동물은 모두 사망했다.
이 교수는 “면역세포는 병원체와 싸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잘못하면 스스로 공격하는 ‘양날의 검’이라 면역세포 활성화의 균형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어떤 선천 면역 센서가 균형을 깨고 사이토카인 폭풍과 사망을 일으키는지 밝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터페론은 면역 센서가 바이러스 등을 인지한 다음에 분비되는 면역물질인데, 그 자체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게 아니라 싸울 수 있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전령 역할을 한다”며 “ZBP1 유전자도 인터페론에 의해 더 강력하게 발현되면서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ZBP1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면 면역세포의 활성화 균형을 맞춰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새로운 약물을 만들 수 있다”며 “이 방식은 우리 몸이 가진 면역체계를 조절해 면역 염증반응을 막는 것이므로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치료 가능한 범용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 ‘ZBP1-dependent inflammatory cell death, PANoptosis, and cytokine storm disrupt IFN therapeutic efficacy during coronavirus infection’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이뮤놀로지(Science Immunology)’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