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치협·변협 3개 단체 공동 성명 발표하고 대책 마련 나서
폭력방지대책협의체 구성 추진…실효성 있는 법·제도 강조

법조계와 의료계가 폭력 사태 공동 대응에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 이종엽 회장,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사진 왼쪽부터).
법조계와 의료계가 폭력 사태 공동 대응에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 이종엽 회장,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사진 왼쪽부터).

의료계와 법조계가 최근 법조·의료인력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태를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공동 대응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변호사협회는 7일 서울시 강남구 변협회관에서 '법조 및 의료인력 상대 테러행위 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법조·의료인 대상 폭력과 보복행위 근절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세 단체는 성명에서 무분별한 테러 행위로 법조와 의료서비스가 위축되면 국민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면서 이를 방지하고 합리적인 분쟁 조정이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전문 직업군 업무는 법적·제도적 한계와 기술적 한계가 상존하고 다양한 변수가 있는 만큼 해당 전문인이 최선을 다해도 그 의뢰인과 환자가 갖는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하기 어렵다"며 "법조·의료 서비스 수요자와 매체는 그 본질적이고 제도적인 한계와 정책적 제약을 인식하고 소송대리인과 의료인을 향한 오해와 과도한 불신, 비합리적 증오감 표출을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조·의료인 등 전문인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폭력과 테러 범죄는 전문 서비스 공급과 발전을 위축시키고 궁극적으로 국민 권익과 생명 보호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크다"며 "우리 사회는 전문인을 향한 반지성적인 분노와 증오심을 해소하고 합리적인 분쟁 조정 문화와 정책이 뿌리내리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세 단체는 법조인과 의료인 대상 폭력방지대책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은 "협의체를 통해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맡은 바 소임과 역할을 다하는 전문인의 노동에 합당하고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마련하겠다"며 "더 이상 전문인이 부당한 폭력과 테러에 희생당하지 않도록 대안을 함께 모색하겠다"고 했다.

또한 "정부와 국회는 전문인 보호 법안과 합리적인 분쟁 해결 절차가 정착되도록 실효적인 방안을 강구해 즉각 실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계는 이번에야말로 의료인에 대한 폭력행위를 근절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최근 벌어진 사건은 의료인력 안전·보호 대책이 마련됐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그간 의료계는 정부와 국회에 안전한 진료환경 마련을 강력히 요청했지만 이 절박한 요청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결국 의료인력은 끊임없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과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행위 방지대책조차 강구되지 않으면 응급실에서 의사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고 그 불편과 위험은 오롯이 환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신고 의무화와 엄정한 법집행, 응급실과 외래환자에 대한 안전과리료 신설 등 해결방안 마련을 위해 전문가 단체와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회도 무분별한 폭력행위에 노출된 의료와 법조인력 보호책 마련을 위해 관련 토론회를 개최할 정도로 사회적 관심과 공론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논의와 토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치협 박태근 회장 또한 "협회는 가장 안전해야 할 의료현장에서 폭언과 폭행을 영구적으로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인력 대상 테러행위가 만연하다"면서 "소규모 의원급이 대부분인 치과계는 해마다 테러사건이 늘어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박 회장은 "법률 개정만으로는 의료 인력이 테러 행위에 노출됐을 때 위험을 최소화하거나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오늘 기자회견을 계기로 법·제도·정책적 측면에서 통합적인 접근이 이뤄져 법조·의료인력 상대 테러행위를 근절하는 구체적인 성과가 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법조·의료계에 대한 폭력 행위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으로 이어지는 만큼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의협 이 회장은 "이번 응급실 방화 사건에서 만약 화재가 진압되지 않았다면 환자나 의료진이 사망할 수도 있었다. 중소병원 응급실이었다면 그대로 당했을 수도 있다. 일선 개원가는 각자 방어 장비를 구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불특정 다수에 대한 폭력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고(故)임세원 교수님 사건 당시도 비슷한 법이 발의됐지만 입법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에는 통합적인 법률 제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 반의사불벌조항도 삭제해 더 분명하고 강력한 메시지, 의료에 관한 부분은 국가가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이사는 "의협 회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78%가 1년 내 폭언과 폭행 경험이 있었다. 그만큼 의료인에 대한 적대적 의사 표시가 만연하다는 뜻"이라면서 "법조와 의료는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이다. 현장이 위축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계도 활동도 필요하지만 형사적 온정주의로는 상황 변화가 쉽지 않다. 의료인 보호를 위해서 접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치협 박태근 회장도 "일련의 사건을 들여다보면 우발적으로 감정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그리고 약한 여성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한 범행이 많다"면서 "테러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치협 이창준 치무이사는 "일련의 의료인 폭력 사건은 범행이 진료실 밖에서 흉기를 가지고 와 사람을 해하려는 의도로 벌어지고 있다"며 "법률 개선은 물론 대국민 이미지 개선을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의사와 변호사를 폭행하면 큰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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