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20일 임총 '진료지원인력 타당성 검증' 대응 논의
"입원 진료 업무 부담 해결 안 되면 문제 더 심화" 우려
"열린 자세로 대응해야" '원칙' 강조 속 유연한 태도 주문

정부가 진료지원인력(PA) 타당성 검증에 나서면서 일선 전공의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PA 양성화'와 업무 범위 침해에 대해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가 지고 있는 '입원 진료' 업무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가 핵심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0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보건복지부 진료지원인력 타당성 검증 사업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총회는 전국 수련병원 대표 40여명이 참석했다.

복지부는 의료기관별 진료지원인력이 수행하는 업무범위 명확화 등을 목적으로 지난달부터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안) 타당성 검증’ 사업을 준비해왔다. 복지부는 "의료현장 혼란을 해소하고 환자 안전을 제고하겠다"며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대상 기관은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전문병원 등이다.

복지부가 제시한 진료지원인력 쟁점 업무범위는 ▲검사 ▲치료 및 처치 ▲수술 ▲마취 ▲중환자 관리 ▲처방 및 기록 ▲환자평가·교육 등이다.

이 가운데 대전협이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처방 및 기록'이다.

강민구 부회장은 “의료법이나 의료 윤리 차원에서 전문의약품의 처방이나 진료 기록 작성은 반드시 의사가 수행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도 자료에서 이를 반드시 의사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행위로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강 부회장은 "그런데도 실제 현장에서 PA 다수가 수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범사업을 한다는 것은 시범 사업 자체가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대의원들은 '입원 진료' 업무를 '누가,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봤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의사가 해야 할 업무'를 전공의가 무조건 감당하는 방향으로 가면 오히려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0일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복지부 진료지원인력 타당성 검증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0일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복지부 진료지원인력 타당성 검증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분당제생병원에서 수련한 대전협 총무국원은 ”전공의가 높은 업무 강도를 감당하면서 입원 진료를 보고 전문의가 돼 고생을 보상받는 형식으로 의사 사회가 돌아가고 있다“면서 ”전문의가 돼서 받는 보상이 점점 감소하면서 전공의가 ’이 모든 고생을 해야 하느냐‘라는 물음이 나오고 ’처방 및 기록‘ 영역까지 논란이 됐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의사가 해야 하는 일을 전공의가 한다면 전문의가 된 후 사회적인 보상이 약속돼야 한다. 저수가 제도 탈피 등을 요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PA를 받아들인다면 우리 사회가 전공의에 대한 차후 보상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전공의도 근로기준법에 맞춰 보호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공의가 부족한 과는 업무 영역을 선택 적용하거나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을 더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남대병원 대표는 “외과나 전공의가 부족한 과는 PA가 입원환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공의 업무를 PA가 아닌 교수를 비롯한 스태프에게 무조건 부과하면 ’기피과‘ 현상이 더 심화될 수도 있다”며 “전공의 정원이 30%, 50% 미만인 과는 선택 적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PA가 본인 아이디로 외래 경과기록지를 작성하고 담당의가 확인하는 ’코사인 제도‘를 도입하면 전공의가 적은 과에 대한 보호조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분당차병원 대표는 “’PA가 없으면 일은 다 전공의가 해야 한다‘로 문제를 PA에게 돌리면 안 된다. 병원이 입원전담전문의를 고용하지 않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PA 양성화에 대한 원칙적 대응을 전제로 하면서도 논의 과정에서는 유연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화순전남대병원 대표는 “전공의는 근로자인 동시에 수련받는 입장이다. 업무 때문에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 더 좋은 수련을 받기 위해서는 모든 영역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논의 과정에서 전공의들이 점점 배제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의사가 꼭 해야 하는 부분 외에 다른 부분에 관해서는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전협은 대의원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PA 문제 해결 의지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여한솔 회장은 "PA가 횡행하면 그 피해는 병원 경영진이 아닌 전공의가 입는다. 앞으로 전공의가 봉직의나 개원의가 됐을 때 의사의 권위나 면허 차원의 지위가 떨어지면 진료와 처방에 대한 개념까지 모호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따라서 이 문제를 피해거가나 덮어두는 순간 대한민국 의료계는 미래가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여 회장은 ”전공의 업무 부담이 감소한다는 이유만으로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우리가 앞으로 전문의가 돼서도 우리의 발목을 조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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