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간호사 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마쳐
복지부 “이의신청 많았다” 의견 검토 중
도입 48년 만에 업무범위 구체화 작업
의료계에 이어 응급구조사도 강력 반발
연구용역 중인 PA 문제 전초전 양상
전문간호사제도로 인해 직역 간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전문간호사 업무범위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다른 직역의 업무 영역을 침범해 의료체계를 흔든다는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3개 분야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구체화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지난 13일까지 의견 수렴을 마쳤다. 지난 2018년 3월 개정된 의료법에 따른 후속조치였다.
전문간호사 자격 인정 요건을 명시한 개정 의료법은 지난 2020년 3월 시행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논의가 지연되면서 올해 8월에야 업무범위를 담은 개정안이 마련됐다.
전문간호사제도는 지난 1973년 보건·마취·정신 분야에 도입된 후 2006년 13개 분야로 확대됐지만 명확하지 않은 업무범위가 한계로 지적돼 왔다. 전문간호사는 간호실무 3년 이상 경력에 대학원 전문간호사 과정 2년 이상을 이수한 후 국가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4월 현재 전문간호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된 인력은 총 1,421명이다.
전문간호사 업무규정이 의료 현실 드러냈다
그러나 48년 만에 마련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규정이 의료계는 물론 응급구조사의 반발까지 사고 있다. 의사나 응급구조사의 업무영역을 침범해 의료체계를 교란시킨다는 게 반대하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응급구조사협회는 입법예고 기간인 지난 13일까지 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으며 연일 비판 성명도 쏟아냈다. “PA(Physician Assistant) 합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팽배하다.
의협은 개정안이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분야별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하면서 의료법에서 규정한 간호사의 업무 범위인 ‘진료 보조’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13일에도 성명을 내고 “현행 의료법에서 규정하는 간호사 또는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는 ‘진료 보조’와 ‘간호업무’로서 너무나도 명확하므로, 의료법 범위 내에서 전문간호사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충분하다”며 “의료계 혼란을 부추기는 법령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마취, 응급 분야에서 반발이 강했다. 마취 전문간호사가 직접 마취를 시행하거나 응급 전문간호사가 응급구조사 등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와 전공의들은 ‘마취 진료 중단’ 카드까지 꺼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응급구조사들은 “다른 보건의료 직군의 업무영역을 침범하며 생존과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며 개정안 폐기를 요구했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응급실에서는 의료인력 부족으로 CPR 같은 응급처치 시 간호사 등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마취 분야도 마찬가지다. 마취과 전문의를 구하기 어려운 병원에서 마취전문간호사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활동 마취전문간호사 218명 중 53.7%인 117명이 병원급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소를 수술실로 옮기면 PA 간호사 문제로 번진다. 외과계 기피 현상으로 PA 간호사 없이는 수술을 진행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는 것이다.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2019년 12월말 기준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PA 간호사는 총 4,814명이다. 하지만 불법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복지부 “이의신청 많았다”…“PA 문제는 별도”
복지부는 입법예고 기간에 제출된 의견들을 검토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복지부 양정석 간호정책과장은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이의신청이 통상적인 수준보다 많이 들어왔다. 정확히 몇 건인지는 아직 확인 중이다. (확인 및 답변에)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입법예고를 완료했기 때문에 향후 규제심사 등 과정을 거쳐 공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과장은 그러나 전문간호사 업무 규정과 PA 문제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양 과장은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규정이 PA 합법화는 아니라는 의견은 이미 밝혔는데 의료계에서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며 “PA문제 해결은 별도로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규칙 개정은 관련 법 개정 후속조치로 전문간호사들이 (지금보다) 더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범위를) 정해주자는 취지”라며 “(전문간호사와 PA는 별도 문제라는) 복지부 입장은 동일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PA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오는 11월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인데, 연구용역을 완료한 후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아니라 연구와 논의를 동시에 진행하는 형태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속도감 있게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