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최혁용 회장 “교차면허, 가장 현실성 높은 의료일원화 방법”
산하 지부 반발 의식, 한의대 폐지 후 의대 흡수 방안에는 반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 및 공공의대 설립 문제를 두고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한의계가 이를 틈타 한의과대학을 의과대학으로 통합하는 ‘통합의대’ 도입을 촉구하며 의료일원화에 불을 지피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은 오는 6일 한의사와 한의대를 활용한 의사인력 확충 방안 국회 간담회에 앞서 지난 4일 밤 9시 ‘의료통합에 대한 한의협 입장’을 한의협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하며 공론화에 불을 댕겼다.
한의협 최 회장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정부 정책 방향이 갑작스럽게 변화하고 있다”며 “그 변화의 정책 테이블에 들어가지 못하면 소외되는 경험을 몇 차례 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의대정원 확대나 PA 양성화 등 보건의료계 굵직한 주제가 나올 때 한의사는 어떤 형태로 자리매김할 것인지 아젠다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일차의료와 공공의료 영역에서 한의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국민 앞에서 보여야 할 때”라고 했다.
즉, 의료일원화를 통해 배출된 한의사들이 일차의료와 공공의료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그 배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한 가장 현실성 높은 점진적 접근방법으로 ‘교차교육’과 ‘교차면허’를 꼽았다.
최 회장은 “방역을 포함해 한의사 역할이 보편적 의료행위에 다가가야 한다”며 “보편적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질병예방관리치료의 주체로 한의사 제도가 서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의료일원화”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의대생들도) 필요한 수준의 교육을 받고 의사 면허를 딸 수 있도록 교차교육과 교차면허가 안전하고 편리한 수단이라고 본다. 기 면허자의 공동영역을 만들기도 쉬워진다”며 “이미 진단영역은 의료계와 한의계가 일원화 돼 있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도 했다.
최 회장은 “이미 한의대에서 방사선학 등 현대의학에 대해 75%를 배운다”며 “기존 한의사도 그 공통영역은 이미 배운 사람들로 공통영역 범위 내에서는 지금도 현대의학을 활용할 권리가 있다. 적어도 도구(의료기기) 사용에 제한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한의대 폐지 후 의대 흡수 방안은 ‘No'
하지만 의료계가 주장하는 한의대 축소 내지 폐지 후 의대 흡수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 회장은 궁극적으로 한의대를 폐지하고 의대로 흡수시키자는 의료계의 통합의대 의견은 의사들의 기득권과 독점권을 잃지 않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의료계는 의사 수가 늘면 안 된다. 기존 모든 의료 수요는 의사들이 다 공급해야 즐거운 것”이라며 “대한의사협회 표현대로 하면 한의사의 유사 의료행위로 의사들 직역이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고 엑스레이와 초음파를 뺏길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러니 의대 정원이 늘기보다 한의대 정원을 의대로 바꾸는 게 그나마 나은 것”이라며 “의협 주장대로 하면 한의대를 축소 내지 폐지해 그 수만큼 의대 정원 확대하자는 거다. 의협은 의학에 관심 없다. 영역을 치범당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기존 한의사 진료 자율권 보장 위한 ‘경과조치’ 없인 추진 안해”
특히 통합의대 논의에 나선 한의협 집행부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산하 시도지부와의 내부 갈등을 의식한 듯 이미 배출된 한의사들에 대한 진료 자율권 보장 조치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과 오는 2030년까지 의료일원화를 완료하기로 한 ‘(가)합의’ 조항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과조치’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날 생중계가 진행되던 유튜브 채팅창에는 ‘(통합의대 논의는) 최혁용 회장 개인 의견이지 한의사 (전체의) 의견이 아니다’, ‘구체적 내용이 별로 없다’, ‘한의대생들과 젊은 한의사들이 더욱 다각도로 살펴보고 결정할 문제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최 회장은 “지난 2018년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과도 일원화 논의를 한 적 있다. 협의 안에 경과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포함돼 있다”며 “경과조치 없이는 교육통합, 면허통합, 기관통합 등 의료일원화를 추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기 면허자도 배워야 한다. 배우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경과조치 과정에서 국민건강에 위해가 없도록 해야 하므로 의료일원화를 추진할 때 경과조치가 없으면 추진하지 않거나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남은 임기 8개월 안에 의료일원화 논의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 회장은 “올해 연말이 목표다. 한의대생을 활용해 지역의사에 부합하는 인재로 키우자는 논의를 하자는 것”이라며 “의료일원화는 국민을 위한 제도로 보건의료 시스템 강화를 위해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써서 회원들과 소통하겠다”면서 “회원들의 뜻을 모아 국가를 향해 한의계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