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병원 설문 조사 결과…"당정 합의부터 나와 당황"
국립대병원협 "주객전도…지원 종합계획 밝혀야 "
당정이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 연내 이관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국립대병원 소속 교수 10명 중 8명은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연구 위축 우려가 큰 데다 현장과 충분한 교감 없는 연내 이관은 성급하다는 반응이다.
국립대병원협회는 10일 전국 9개 국립대병원에서 진행한 '소관 부처 이관' 관련 2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실시한 조사에 강원대·경북대·경상대·부산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병원 등 9개 병원 소속 교수 1,063명이 참여했다.
설문에 참여한 교수 중 79.9%가 지방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를 이관하는 데 반대했다. 지난 9월 1차 조사보다 약 7%P 증가한 수치다. 이관을 찬성한 교수는 20.1%였다.
교수들은 현장 의견 수렴 없이 이관 추진이 확정돼 당황스럽다고 했다. 당정 합의가 교육부와 복지부, 국립대병원으로 구성된 '지역필수의료강화협의체' 진행 도중 나왔기 때문이다.
복지부 주최 현장설명회에 참석했던 교수들은 "복지부가 의정 대화 강화 방침을 밝힌 와중에 당정 간 합의 내용부터 나와 몹시 당황스럽다", "설명회에서도 필수의료 정의나 육성·발전 방안을 물으면 '부처 이관을 해야 한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에 9개 국립대병원은 국립대병원협회 지역필수의료강화 TF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연내 부처 이관에 반대한다"면서 정부에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차원에서 지방 국립대병원 지원 계획부터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국립대병원은 "부처 이관 이후 국립대병원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 연내 이관 추진 역시 의정 대화 진행 중 당정 협의만으로 합의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연내 이관이 아니라 지역·필수의료 확충 종합계획과 로드맵 수립을 위한 의정 대화가 우선"이라면서 "필수의료 전임교수인력 충원과 예산 지원 계획을 알려 달라"고 했다. 국립대병원을 "서울 '빅5' 수준으로 육성"하고자 한다면 "그 예산과 운영비 지원을 위한 중장기 계획이 나와야 한다. 복지부는 현재까지의 예산 추계와 확보 현황, 관련 부처 협의 사항을 병원에 공유해 달라"고 했다.
국립대병원 역할 강화 관련 법·제도 정비 진행 계획도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교육·연구 기능 유지와 보강, 교육연구기관으로서 법적 지위와 운영 자율성 확보는 물론 필수의료 인력 충원과 정부 예산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민간·사립대병원에 비해 과도한 규제도 혁파돼야 한다. 이를 위한 '국립대병원설치법'·'지역필수의료법'·'전공의법' 등의 재·개정 계획과 시행 계획을 제시해 달라"고 했다.
이들은 "부처 이관은 지·필·공 의료 강화를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진료 현장에서 부처 이관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진 이유를 성찰하고 점검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년간 국립대병원은 공적 책무를 수행하고 지역거점병원이자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필수·공공의료의 최전선에서 일해 왔다"며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안을 의정이 함께 모색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앞서 지난달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립대병원협회장인 서울대병원 김영태 원장은 "교수들이 반대하는 이관을 서두를 경우 의료대란이 우려된다"면서 "국립대병원장들도 교수들이 교육자이자 연구자로서 정체성이 훼손됐을 때 병원을 떠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역필수의료강화협의체 의장인 충남대병원 조강희 원장 역시 "부처 이관은 9개 국립대병원과 4만 임직원의 소속을 바꾸는 큰 공사다. 국정과제 확정 3개월 만에 속전속결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협의체에서 의정 대화를 시작한 시점에 '이관부터 하자'는 정부 입장을 현장 의료진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지 막막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관련기사
- 복지부 이관 우려 국립대병원들 “교육자로서의 꿈 사라질라”
-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복지부 이관 서두르면 의료대란 우려”
- '이관' 문제 현장 소통 나서는 政…국립대병원 직접 찾아
- 복지부 "지·필·공 강화 위해 국립대병원 육성"
- 국립대병원들 “복지부 이관, 지역·필수·공공의료 해법 아냐”
- 복지부-교육부 ‘국립대병원’ 발전 방안 논의 속도
- 李정부 ‘공공의료사관학교·비대면진료’ 국정과제로 추진
- 政 "복지부 이관 국립대병원 ‘교육·연구’ 지원 총력"
- 政 "복지부 이관 국립대병원에 ‘인력·시설’ 전폭 지원"
- “국립대병원 5600억 적자…정부, 운영비 지원하라”
- 노동·시민단체들 “국립대병원 복지부로 이관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