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방의학과의사회 창립총회, 역할 확장 강조
기승국 회장 “예방 중요할수록 입지 좁아지는 모순”
예방의학과 전문의들이 ‘현장’으로 역할을 확장한다. ‘대한예방의학과의사회’ 출범이 그 시작이다.
예방의학과 전문의 20여명은 ‘학술에서 실천으로, 예방중심의료체계 전환’을 슬로건으로 예방의학과의사회를 창립했다. 창립총회는 지난 23일 대한예방의학회 추계학술대회가 열린 부산 윈덤그랜드호텔에서 진행됐다. 초대 회장으로 기승국 홈닥터예방의학과의원 대표원장을 선출됐으며, 강민구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과 강동윤 울산의대 교수가 부회장으로 합류했다. 산업보건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나원웅·홍동의(SK하이닉스 산업보건의)·박경훈 (중앙안전보건연구원) 전문의도 부회장으로 임명됐다. 정재훈 고려의대 교수는 공보이사를 맡는다.
의사회는 순수 학술적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는 예방의학과 전문의의 역할이 산업보건과 임상예방의학, 지역사회 등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민구 부회장은 이날 예방의학과 전문의 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0%는 보건정책(21.5%)과 학계(18.5%)에서 활동 중이다. 산업보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방의학과 전문의는 35.4%였다. 또한 응답자들은 향후 임상예방의학(66.2%)과 정책·관리(63.1%), 역학·인구집단 예방(60.0%) 분야가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수가, 법령, 사회적 인식의 미비로 인해 실천적 역할이 제도적으로 봉쇄돼 있다”며 “의사회가 예방의학과 전문의 관련 직무 표준화, 수가 및 법령 정비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기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의사회의 목표가 “병의원, 지역사회, 산업현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예방의학과 전문의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기 회장은 “기존 임상의사가 싱어(singer) 라면, 예방의학과 의사는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다. 지금까지 예방의학과 의사는 의료를 큰 틀에서 바라보며 조율하는 ‘송라이터’ 역할을 주로 해 왔다”며 “예방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정작 예방의학과 의사의 입지가 좁아지는 모순된 현실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예방의학과 전문의의 역할이 제한되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기 회장은 “지난 5년간 예방의학과의원을 운영하면서 예방의학과 의사에게 놓인 제도적·현실적 장벽을 절실히 경험했다”며 “진료, 심지어 예방적 진료를 하려 해도 타과 전문의에게만 허용된 행위가 많았고, 산업보건 영역에서도 산업위생관리기사는 가능하지만 예방의학과 전문의를 할 수 없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기 회장은 “이런 모순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며 예방의학과 전문의들이 모여서 역할을 찾기 위해 의사회를 창립했다고 강조했다.
기 회장은 지역사회 예방의학과의원의 역할로 ▲인구집단·가구·개인건강 데이터의 체계적 구축 ▲의료·간호·복지 자원의 유기적 연계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지속 가능한 건강관리 체계 구축을 제시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