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PIA, 창립 25주년 기념 포럼서 논의

한국이 직면한 ‘낮은 신약 접근성’ 문제 해결을 위해 제약·바이오 업계와 환자단체, 학계, 정부가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창립 25주년을 맞아 지난 24일 열린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환자 중심 정책 설계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을 재확인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창립 25주년을 맞아 지난 24일 열린 포럼에서 업계와 환자단체, 학계, 정부 참석자들이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창립 25주년을 맞아 지난 24일 열린 포럼에서 업계와 환자단체, 학계, 정부 참석자들이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혁신 신약, 환자에게 더 빨리

이날 행사 첫 순서로 진행된 '환자를 위한 정책 포럼'에서는 신속한 신약 접근성을 위한 해외 모범사례와 제도 개선 방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영국 셰필드대 보건경제학과의 알란 와일루 교수는 영국 보건의료평가기구(NICE)가 2022년부터 도입한 '중증도 가중치(Severity Modifier)' 제도를 소개했다.

기존에는 말기암 치료제에 한정해 높은 비용효과성 기준을 적용했지만, 이제는 질환 종류와 무관하게 사망 위험이 큰 환자군 전체에 유연하게 적용한다는 것이다.

와일루 교수는 "신약의 혁신성과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자성에서 비롯된 변화"라며 한국에도 시사점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독일 뉘른베르크 응용과학대의 프랭크 울리 프릭 교수는 독일식 '선등재 후평가' 제도를 강조했다. 신약 허가와 동시에 보험 적용을 먼저 허용하고, 이후 6개월 안에 약가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그는 "제약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환자에게는 신속한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합리적인 구조"라고 평가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카이타 후지하라 정책기획부장은 2024년 시행된 일본 약가제도 개편을 소개했다. 일본은 ▲허가 1년 이내 신속 등재 ▲해외 대비 낮은 약가 보정 ▲소아용 의약품 우대 등 환자 중심의 약가 보상체계를 마련했다. 그는 "등재된 신약의 90%에는 '가격 유지 우대'를 적용해, 최소 15년간 가격 인하에서 제외하며 글로벌 제약사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좌장을 맡은 성균관대 이의경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보수적인 경제성 평가 제도로 혁신 신약의 국내 등재가 늦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흐름에 맞는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업계·언론·법조계 패널들 역시 "재정 건전성과 환자 접근성을 동시에 잡는 균형 잡힌 정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환자의 목소리, 정책의 출발점

오후에 열린 '환자와 함께 만드는 건강한 내일 포럼'에선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의료계, 산업계가 함께 모여, 환자들의 구체적 어려움과 개선 과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KRPIA 최인화 전무는 "지난 25년간 혁신 치료제를 한국에 공급해 국내 전체 신약의 83%를 담당했다"며 "그러나 여전히 환자들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은 혁신 신약의 빠른 접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환자단체 측의 발언은 더욱 절실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공동대표는 "환자는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 설계에 참여하는 주체"라며 환자기본법 제정과 환자투병통합지원 플랫폼 구축을 촉구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는 "췌장 장애가 공식 장애 유형으로 신설된 것은 환자 삶의 전환점이었다"며 환자 경험이 제도 변화를 이끌 수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정진향 사무총장은 전국적 전문치료센터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생애주기별 맞춤형 재활서비스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패널토론에서는 환자들이 해외에서는 이미 사용 가능한 신약을 한국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적 불평등도 집중 조명됐다. 좌장을 맡은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는 "진정한 환자 중심 보건의료는 이해관계자 간 연대와 협력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서는 '25개의 희망'이라는 특별 전시도 열렸다. KRPIA 회원사들이 지난 25년간 환자와 사회에 전한 성과를 담은 작품 25점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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