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의대 김종엽 교수가 만든 ‘닥터펜슬’
전사 넘어 SOAP·PI 형식까지 자동 정리
의사들이 진료 후 컴퓨터 앞에 앉아 긴 시간 타이핑으로 진료기록을 작성하던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말로 한 내용을 글자로 바꿔주는 인공지능(AI) 기반 애플리케이션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으며, 이제는 진료 문서 양식에 맞게 항목별로 자동 정리까지 해주는 앱까지 등장했다. 카이랩(KAI-LAB)이 개발한 ‘닥터펜슬(Doctor Pencil)’이다.
닥터펜슬의 강점은 무엇보다 의사가 직접 개발에 참여해 실제 진료 흐름에 맞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구조화된 기록을 자동 생성하며, 한글과 영어 기록을 모두 지원하고, 환자 음성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는 등 국내 규제 환경에도 적합한 보안 체계를 갖췄다. 카이랩 대표이사는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종엽 교수다.
지금까지 나온 음성 인식 솔루션 상당수는 의사가 말한 내용을 그대로 텍스트로 옮겨 적는, 이른바 ‘전사(transcription)’ 방식이 주류였다. 예를 들어 “환자는 복통을 호소하고, 검사 결과는 정상입니다”라고 말하면 그대로 줄글로 기록된다.
닥터펜슬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의사의 음성을 인식해 단순 텍스트화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진료기록에 필요한 항목별 구조로 자동 정리한다. 재진 환자는 증상(Subjective), 검사 결과(Objective), 진단(Assessment), 치료 계획(Plan)으로 나누는 SOAP 형식으로, 초진 환자는 현재 병력(Present Illness, PI), 신체검사(Physical Examination, P.Ex), 치료 계획(Plan) 항목으로 정리한다. 줄글을 다시 손으로 정리할 필요 없이 EMR 문서 양식에 바로 반영 가능한 형태가 생성되는 것이다
또한 버튼 클릭만으로 한글뿐 아니라 영어 진료기록도 자동 생성할 수 있어 국제 환자 진료나 해외 학술 보고에도 활용할 수 있다. 단축키와 직관적인 UI(User Interface)를 지원해 설치와 사용도 간편하다. 카이랩은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 10곳에서 임상 실증을 진행하며 제품 안정성과 현장 적합성을 검증 중이다. 개발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사전 적정성 검토와 임상연구심의위원회(IRB) 심의를 통과했으며, 환자 음성 데이터는 별도로 저장하지 않는다. SSL/TLS(Secure Sockets Layer/Transport Layer Security) 인증도 획득했다.
김 대표이사는 “닥터펜슬은 의사를 위한 음성 기반 의무기록 작성 지원 도구”라며 “EMR 교체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vendor-free 방식을 채택해 진료 중 음성을 실시간으로 의무기록으로 변환한다”고 했다. 이어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응급구조사 등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모든 지역의 업무 자동화를 위한 AI 기술 개발이 장기적 비전”이라며 “각 지역의 특성과 업무 패턴을 깊이 이해하고, 맞춤형 AI 솔루션을 통해 의료 현장 전체의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닥터펜슬은 공식 웹사이트(https://doctorpencil.co.kr)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무료 회원가입 후 간단한 설치 절차만 거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