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정 의약품안전관리원장, '속도·소통·성과' 내세운 혁신 비전 발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약품 안전관리 혁신이 본격화된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기존 수작업 중심의 약물감시 체계를 자동화로 전환하고, 환자 중심의 피해구제 제도까지 디지털화하는 종합적 안전관리 비전을 내놨다.

손수정 의약품안전관리원장은 지난 15일 식약처 출입 기자단 간담회에서 "AI를 기반으로 부작용을 예측하고, 국민에게 더 빠르게 안전정보를 제공하겠다"며 '속도·소통·성과'에 방점을 둔 안전관리 혁신 방안을 공개했다.

손수정 의약품안전관리원장
손수정 의약품안전관리원장

혁신 방안의 핵심은 사람 손으로 하나씩 처리하던 부작용 보고 및 분석을 AI와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자동화 체계로 전면 개편하는 것이다.

특히, 오는 2025년부터 3년간 전국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EMR)을 연계한 공통데이터모델(CDM) 플랫폼을 확장하고, 실사용 정보(RWD)에 기반한 능동형 감시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손 원장은 "30개 의료기관에 구축된 EMR-CDM 네트워크를 66개 기관으로 늘리고, 비정형 데이터까지 연계함으로써 약물 부작용 감시의 정확도를 높이겠다"며 "안전정보 검토에도 LLM 기반 AI를 도입해 인과성 판단의 속도와 신뢰도를 동시에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급증한 이상사례 보고 건수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2024년 기준 WHO-UMC(세계보건기구-웁살라 모니터링센터) 부작용 보고 건수 세계 2위인 한국은 연간 약 153만 건의 데이터를 등록하고 있으나, 기존 수동 분석 체계는 속도와 질적 완성도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AI 기반 전환은 부작용 감시뿐 아니라 피해구제 절차까지 아우른다. 의약품안전원은 현재 수기로 진행되던 진료기록부, 투약내역서 등 증빙서류 제출 과정을 행정기관과 연계해 자동화하고, 2025년부터는 AI 기반 상담 플랫폼도 순차 도입할 계획이다. 환자가 챗봇 기반 민원 서비스를 통해 피해구제 절차를 안내받고 신청까지 진행할 수 있는 구조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는 2014년부터 시행 중인 국가 보상 제도로, 제약사 부담금으로 조성된 재원으로 진료비·장해급여·장례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신청 절차의 복잡성과 낮은 인지도로 인해 최근 5년간 평균 지급률은 42%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손 원장은 "부작용 피해자는 약물 복용 자체로도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상태"라며 "신청 문턱을 낮추고, 실질적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환자 중심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존 종이·플라스틱 형태의 '약물안전카드'도 모바일 기반 디지털 카드로 전환된다. 동일 성분 재처방 방지와 실시간 경고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며, 보건소 등 일선 현장에서 즉시 확인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의약품안전원은 제도 인지도 제고에도 나선다. 피해구제 홍보 예산은 10년간 8,200만원 수준에 묶여 있었으나, 2026년부터는 TV·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대국민 홍보 전략을 수립해 기획재정부에 예산 증액을 요청한 상태다.

또한 WHO와 덴마크 의약품청 등 해외 규제기관과 협업을 통해 이상사례 정보를 국제적으로 공유하고, 국내 감시 데이터가 세계 시스템에 조기 반영되도록 연계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손 원장은 "의약품안전원이 단순 감시기관을 넘어 예방, 보상, 교육까지 아우르는 통합형 안전관리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애주기형 안전관리가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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