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특사경' 5명 증원…의료용 마약류 '수사' 본격 착수
"마약이라 하면 필로폰이나 코카인을 떠올리지만, 병원에서 처방되는 의약품이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지금이 마약으로부터 국민을 지킬 골든타임입니다."
지난달 28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문제에 대해 이같이 경고하며, 식약처가 정당한 치료는 보호하고 범죄만을 선별해 차단할 수 있는 '핀셋 수사'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올해 하반기부터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직접 수사 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식약처는 이미 관련 법령과 조직 개편을 마무리한 상태다. 지난 3월에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으로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수사 권한을 확보했으며, 이어 5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을 통해 특별사법경찰관(이하 특사경) 증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하반기 중 특사경 5명을 추가로 충원해 의료용 마약류 전담 수사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는 기존 위해사범중앙조사단 인원을 대상으로 인사 절차와 교육이 진행 중이며, 새롭게 선발될 인력은 '프로포폴', '펜타닐', '메틸페니데이트' 등 주요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 유통과 오남용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이들로 구성된다.
충원이 완료되면 식약처 소속 특사경은 기존 24명에서 29명으로 늘어난다. 경찰·검찰 중심의 기존 마약 수사 체계에서 식약처가 직접 수사에 나서는 것은 의료용 마약류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현장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오 처장은 "의료용 마약류 수사권이 부여되면서 이제는 단속을 넘어 정밀 수사가 가능해졌다"며 "제약·의료계, 경찰·검찰 등 모든 주체가 협력해 대응망을 더욱 촘촘히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의료용 마약류는 일반적인 불법 마약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대표적 사례로는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이 있다. 당시 가해자가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등을 혼합 처방받은 정황이 밝혀지며, 의료용 마약류의 유통 및 관리 실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됐다.
식약처는 지난해 의료용 마약류 취급기관 433곳을 점검해 188곳에서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수사 또는 행정처분을 의뢰한 바 있다. 올해에는 펜타닐·메틸페니데이트 투약내역 확인 의무화, 프로포폴 '셀프처방' 금지 등 관련 규제도 한층 강화했다.
그러나 기존에는 단속 권한만으로는 의료쇼핑 환자나 유통 범죄자를 즉각 수사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번 수사권 확보로 인해 식약처는 초기 대응부터 직접 개입이 가능해졌으며, 보다 신속하고 정밀한 현장 수사 체계를 가동할 수 있게 됐다.
특사경 제도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식약처는 1970년대부터 식품·의약품 관련 범죄를 수사해왔다. 지난해에는 연간 300건 이상을 처리해 대검찰청으로부터 '특사경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의료용 마약류 수사권 확보는 식약처 특사경 역사상 가장 큰 변화로 평가받는다.
다만 의료용 마약류 수사가 조직범죄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현재 파견 검사 1명이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경찰청 등과의 공조 수사와 교육 협력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인력 충원이 완료되면 식약처의 의료용 마약류 수사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 권한과 전문성이 결합된 대응 체계가 구축되면서, 정부의 ‘마약청정국’ 회복 전략 역시 보다 실질적인 추진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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