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선영 이사장, 취임 1년 성과와 향후 계획 밝혀
"공공기관 등과 협력 통해 공신력 있는 암 정보 전달"

대한암학회 라선영 이사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대한암학회 라선영 이사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대한암학회는 단순한 연구 중심 학회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정책과 임상, 그리고 국민을 잇는 허브로서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대한암학회 라선영 이사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은 최근 청년의사와 만나 지난 1년간 이뤄낸 성과와 남은 임기 1년 동안 추진할 사업 계획을 설명하며 이 같이 강조했다.

항암제 병용요법 급여·동반진단수가 체계 등 정책적 난제 해결 주도

지난 1년간 암학회는 의료계-정부-산업계를 연결하며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책 성과를 이끌어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10년 넘게 풀리지 않던 '항암제 병용요법 급여' 난제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라 이사장은 "환자단체와 긴밀히 연대하고, 지속적인 건의와 논의를 이어간 끝에, 마침내 올해 5월 보건복지부 고시 개정이 이뤄졌다"며 "이는 암 치료 급여제도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기존 급여 항암제에 새로운 병용 약제가 추가될 경우, 기존 약의 급여마저도 박탈되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기존 약제의 급여가 유지됨에 따라 환자는 불필요한 경제적 이중고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암학회의 노력으로 동반진단 관련 수가 체계도 획기적인 변화를 맞았다.

기존에는 면역조직화학검사(IHC)에 새로운 바이오마커가 포함될 경우,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 기술 평가를 거쳐야만 수가를 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NECA 평가 없이도 '보조동반진단수가(Level 1)'를 우선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이후 해당 바이오마커 기반 치료제가 급여화되면 자동으로 '동반진단수가(Level 2)'로 전환되는 구조다.

"이 변화는 국내 정밀의료의 생태계를 한층 끌어올린 결정적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의료인과 병원, 산업계 모두 예측 가능한 시스템 내에서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죠."

'암관련학회협의체' 중심의 연합 활동 활성화

암학회는 2016년, 암 관련 이슈에 신속하고 공신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 단체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암관련학회협의체' 설립을 제안했다. 이후 대표자 회의와 실무위원회 논의를 거쳐 2017년 공식 출범한 이 협의체는 암 진료, 연구, 교육, 정책 등 여러 분야의 암 관련 학회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협력기구다.

현재 협의체에는 대한암학회, 대한종양내과학회, 대한종양외과학회, 대한핵의학회, 대한혈액학회,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등 총 26개 학회가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진료과 중심이 아닌 암 중심으로 구성된 협의체는 각 학회의 고유 전문성을 바탕으로, 진단-수술-항암치료-방사선-재활-완화의료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다학제 협력의 대표적 모델로 평가된다.

암학회는 이를 통해 공동 성명, 정책 제안, 학술행사 공동 주관 등 실질적인 연대 활동을 전개해 왔으며, 향후 사회적 발언력을 더욱 키워나갈 방침이다. 라 이사장은 "암 치료는 단일 진료과의 몫이 아니라는 인식 아래,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힘을 모으는 협의체 활동이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학회는 각 학회의 전문성을 모아 공동 성명, 정책 제안, 학술행사 공동 주관 등 실질적인 연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라 이사장은 "실제 올해 AOS(Asia Oncology Summit)에서도 10여 개 학회가 부회장단으로 참여해 공동으로 학술적 시너지를 창출했다"며 "앞으로는 사회적 발언력을 더 키워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 연장선에서 암학회는 최근 이슈가 된 흡연 관련 규제 정책, 담배회사에 대한 법적 대응 등에도 목소리를 더했다.

"폐암학회가 주도한 사안이지만, 암학회는 관련 협의체를 묶어 공동 성명을 냈습니다. 혼자보다는 함께할 때 파급력이 훨씬 크다는 걸 느꼈고, 이런 방식의 연대 활동을 적극 확대하려 합니다."

국립암센터와의 협업 강화…빅데이터-정책 연계 본격 추진

암학회는 국립암센터와도 다양한 협업을 추진 중이다. 국립암센터 양한광 원장이 암학회 전 이사장 출신이라는 점도 연결 고리를 강화시키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국립암센터 내 국가암정보센터와 함께 하는 공공정보 콘텐츠 제작이다. 암의 예방, 조기진단, 치료 접근성 등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사항들을 공신력 있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영상, 인쇄물, SNS 콘텐츠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협업의 핵심은 국가암정보센터가 보유한 방대한 암 관련 통계, 정책 자료, 인구집단 분석 정보를 기반으로, 대한암학회가 주도하는 다학제 협의체와 함께 대중이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공하는 데 있다.

라 이사장은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서 암 치료 전 주기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불안이나 오해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국가암정보센터는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해온 공공기관이고, 암학회는 각 전문 분야의 목소리를 집약할 수 있는 학술기구입니다. 양측이 협업하면 국민에게 제공되는 암 정보의 질과 정확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또한 암학회는 국립암센터가 보유한 스크리닝 및 사망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거 20년간의 암 생존율 추이를 정밀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한국 암 치료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자료도 만들 예정이다.

"위암, 대장암, 유방암 등 주요 암종의 생존율이 외국보다 우수하다는 통계적 근거가 이미 존재합니다. 이런 과학적 데이터를 국민과 정책 결정자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도 학회의 역할입니다."

암 연구의 흐름을 읽다…한림원과 공동 작업 착수

대한암학회는 최근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손잡고 국내 암 연구의 20년간 변화 양상을 분석하는 프로젝트도 착수했다.

"단순한 통계 수준을 넘어 지난 20년간 암과 관련돼 어떤 주제로 연구가 이뤄졌고,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서지 분석(Bibliographic Analysis)을 통해 보여주려 합니다. 예컨대 과거에는 항암제 개발이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진단기술, 바이오마커, 리얼월드데이터(RWD) 연구가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결과는 내년 한림원이 발간하는 '한국 의학 연구 동향 보고서'에 포함돼 정부 및 각 의료기관에 공유될 예정이다.

암 분야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혁신적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분야이기 때문에 본 사업의 첫 분석 주제로 선정됐다. 이러한 분석 성과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향후 당뇨병, 심장질환 등 다른 주요 질환으로도 서지 분석 사업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함께 가는 힘..."다양한 파트너십 확대할 것"

대한암학회 라선영 이사장
대한암학회 라선영 이사장

라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대한암학회는 연구, 임상, 정책을 잇는 다리 역할을 넘어, 이제 국민까지 연결하는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혼자 하는 일은 없습니다. 국립암센터, 한림원, 협의체, 그리고 산업계와도 협업을 이어가겠습니다. 암 치료와 정책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의료계 내부에서만의 논의가 아니라 국민과 정책 결정자를 설득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정보'와 '의견'이 필요합니다. 대한암학회가 그 역할을 하겠습니다."

라 이사장의 이런 구상은 단순한 학술활동을 넘어, 암 분야의 공공성 회복과 국민 중심의 암 관리 체계 구축이라는 큰 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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