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종희 교수, LSD 신생아 선별검사 급여 1년 반…그간의 변화는? 
"확진까지 수년에서 빠르면 수주로…정밀진단 체계가 이룬 진보"
희귀질환 진단에서 치료까지…남은 구조적 한계와 과제 조명

리소좀 축적 질환(Lysosomal Storage Disease, LSD)은 '세포 내 청소부' 역할을 하는 리소좀 효소의 결핍이나 기능 이상으로 인해 유해 물질이 축적되고, 결국 다양한 장기 손상으로 이어지는 희귀질환이다. 뮤코다당증, 폼페병, 고셔병, 파브리병, 니만-피크병, 크라베병 등이 대표적이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비가역적인 손상을 피할 수 없어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된다.

국내에서도 2024년 1월부터 6종의 LSD에 대한 신생아 선별검사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서, 질환의 조기 발견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불과 1년 사이 전국에서 10여 명의 환아가 조기에 진단됐고, 그 중 상당수가 발병 전 치료를 시작하며 정상적인 발달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진단과 치료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자, 구조적 전환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진단이 빨라졌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진단 이후 치료로 연결되기까지는 여전히 병원 간 역량 격차, 전문 인력 부족, 유전자 검사 수가 삭감 등의 구조적 한계가 산재해 있다. 특히 환자 대부분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현실 속에서, 정밀진단 체계를 유지하고 확산시키기 위한 정책적 보완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서울대병원 희귀질환센터장인 채종희 교수(임상유전체의학과)를 만나, 신생아 선별검사 도입 이후 변화된 현장의 모습과 구체적인 환자 사례, 그리고 조기 진단 체계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들었다.

서울대병원 채종희 희귀질환센터장
서울대병원 채종희 희귀질환센터장

-리소좀 축적 질환은 어떤 질환인가?

리소좀은 세포 내에서 불필요한 물질을 분해하고 제거하는 '세포 내 청소부'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것이 효소이며, 대부분의 리소좀 축적 질환은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이러한 효소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거나 기능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다. 효소가 결핍되면 원래는 분해되어 배출되어야 할 유해 물질들이 세포 내에 점차 축적되고, 이로 인해 세포의 기능이 손상된다.

현재까지 보고된 LSD는 약 70여 종에 달하지만, 이 중 치료가 가능한 질환은 6~7종에 불과하다. 각 질환은 결핍된 효소의 종류, 그리고 그로 인해 분해되지 않고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잘못된 물질이 축적되는 장기에 따라 매우 다양한 임상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비가역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국내 LSD 환자 수는 얼마나 되며, 조기 진단받는 비율은 어떠한가?

현재 국내에서는 리소좀 축적 질환(LSD)을 포함한 희귀질환 환자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마련돼 있지 않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LSD 환자 수를 약 400~500명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희귀질환 관리법'을 기반으로 관련 데이터 구축과 환자 등록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과거에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진단을 받는 과정을 '진단 방랑(Diagnostic Odyssey)'이라 불렀으나, 최근에는 그 과정을 더 긍정적으로 조명하고자 '진단 여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관련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진단 기간은 과거에 비해 크게 단축됐다. 해외의 경우 평균 약 7년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는 2~3년 수준까지 줄어들었으며, 최근에는 적절한 전문가와 연결될 경우 1년 반 이내, 빠르면 수주 내 진단이 이루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유전체 진단 기술의 발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서울대병원처럼 경험과 기술이 축적된 기관에서는 다학제 진료와 정밀의료 기술이 결합돼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며, 국내 진단 역량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년 1월 LSD의 신생아 선별검사 급여 도입 이후, 진단과 치료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조기 발병형 폼페병의 경우, 신생아 선별검사 도입 이후 불과 1년 만에 전국에서 6명의 신생아가 조기에 진단됐고, 이 중 4명이 치료를 시작했다. 이는 조기 진단과 함께, 적절하고 신속한 치료가 시작되어 합병증 없이 정상 발달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크라베병과 뮤코다당증 역시 각각 2~3명의 환아가 조기에 진단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렇게 치료 기회를 얻게 된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이, 훗날 모차르트나 스티브 잡스처럼 세상을 바꾸는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의미는 단순한 숫자 이상이다. 불과 1년 만에 이 정도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매우 탁월한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선별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올 경우, 확진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리소좀 선별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해서 모두 확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위양성의 가능성도 있어 대부분 재검을 거치고, 재검에서도 이상 소견이 확인되면 희귀질환 전문의에게 빠르게 연계돼 추가 검사를 통해 최종 진단이 이뤄진다.

현재 전국적으로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이 지정돼 있어, 선별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접근이 용이한 기관으로 전원되어 확진 검사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효소 검사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실제 질환 여부를 판별한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질환의 경우, 대부분의 병원에서 2~3주 내에 확진 결과가 나오는 신속 진단 체계를 운영 중이다. 기존에는 두 달 이상 걸리던 검사들도, 선별검사 결과와 가족력, 현재 상태 등을 고려해 조기 개입이 필요한 경우 1~2주 이내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체계가 개선됐다. 서울대병원 희귀질환센터의 경우, 질환이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효소 검사나 유전자 진단 결과를 3~5일, 늦어도 7일 안에 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신속 진단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치료가 가능한 LSD 질환은 무엇이며, 이 경우 치료법은?

리소좀 축적 질환(LSD) 중 치료가 가능한 질환들은 대부분 효소 치료제를 사용한다. 현재 치료제가 개발돼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질환으로는 뮤코다당증, 폼페병, 고셔병, 파브리병, 니만-피크병 등이 있다. 크라베병의 경우에는 진단이 이뤄지면 증상 시작 전에 골수 이식을 하는 것이 주요 치료법으로 사용되며, 최근에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효소 대체 요법의 효과는 매우 우수하다. 예를 들어 폼페병의 경우, 특히 조기 발병형과 영유아 발병형 환자들이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다. 증상이 나타난 후에는 이미 심장 같은 주요 장기가 손상된 경우가 많아, 치료제를 사용하더라도 더 이상의 손상은 막을 수 있지만 이미 떨어진 기능을 원래대로 회복시키기는 어렵다. 결국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평생 심장이 약한 상태로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조기 발병형 폼페병의 경우, 생후 2주 이내에 진단과 유전자 검사가 이뤄지고 곧바로 효소 치료제를 투여하면, 환아는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정도로 경과가 매우 좋아진다.

-LSD 진단 이후 환자 모니터링과 관리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리소좀 축적 질환(LSD)의 경우, 모두 정해진 모니터링 프로토콜이 존재한다. 각 질환 분야의 전문가들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신경학적·신체적 검진, MRI 촬영 및 추적, 효소 수치 확인 등이 정기적으로 시행되며, 이상 신호가 발견되면 조기 치료로 연결될 수 있도록 체계화된 시스템이 운영된다.

이러한 절차는 일반적으로 '감시(surveillance) 프로토콜' 또는 '모니터링 프로토콜'이라고 불리며, 질환의 특성에 따라 6개월, 1년, 2년 단위로 필요한 검사가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 시작 시점과 방법이 세분화되며, 환자 맞춤형 접근이 가능해진다.

또한 이 프로토콜과 가이드라인은 의학적 근거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정되기 때문에, 의료진은 꾸준히 연구하고 최신 지견을 학습해야 한다.

-현재 국내 희귀질환 진료 환경은 이 프로토콜과 지침을 따르기에 충분한가?

서울대병원에는 500명 이상의 의료진이 희귀질환 환자 외래 진료에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병원은 대부분의 환자가 희귀 또는 복합질환 환자로 구성돼 '어린이 희귀질환 센터'처럼 운영되고 있다.

진료는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다학제 진료 특성상 인력 부족과 의료진의 과중한 업무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소아 희귀질환은 약 75%가 영유아기에 발병하지만, 이를 진단하고 치료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높은 진료 역량에 비해 이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구조적 기반은 취약하며, 정부의 정책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체감하기 어려운 장벽들이 존재한다.

희귀질환 분야는 경제적 보상이 크지 않아 젊은 의료진이 진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진료와 연구 모두 장기적인 경험이 요구되지만, 성과를 수치화하기 어렵고 수익성도 낮아 병원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희귀질환의 상당수가 어린 시기에 발병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전공자 수 자체가 줄고 있고, 그 중에서도 희귀질환에 진입하는 인력은 더욱 적다. 인력 기반이 점점 취약해지는 현실이다.

유전자 검사 수가 삭감되는 문제도 민감한 사안이다. 일부 남용 문제는 있지만, 국가 인증 기관에서 합리적 근거로 의뢰한 검사까지 삭감되면 진단에 차질이 생긴다. 특히 선별검사에서 양성 소견이 나온 경우 유전자 검사는 필수적인 절차다.

현장에서는 선별검사로 발견되는 LSD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진료 가능한 전문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권역별 거점기관이 지정돼 있어도, 실제 진료는 수도권 대형병원이나 소수 전문가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또 위양성 환자가 함께 증가하면서 위양성 환자의 확진을 위한 자원이 필요하므로, 중증 환자에 대한 진단과 치료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는 역설적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선별검사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며, 진단 체계 정비와 전문 인력 양성, 권역 간 역량 격차 해소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LSD의 조기 진단과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개선이 필요한가?

리소좀 축적 질환(LSD)의 조기 진단과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과 데이터의 체계적 축적이다. 선별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실제 확진으로 이어지는 비율, 확진된 환자의 실제 발병 시기, 임상 경과 등을 전국 단위로 수집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환자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확보도 중요하다. 사례 수가 충분히 축적되면, 국내에서 흔한 유전자 변이를 우선 검출하는 프로토콜 개발이 가능해지고, 환자의 검사 부담과 의료 자원 낭비도 줄일 수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서는 일부 신생아를 대상으로 LSD를 포함한 희귀질환 및 대사질환 선별검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희귀질환센터는 임상유전체의학과와의 다학제 진료를 통해 LSD 환자의 유전자 및 임상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활동을 통해 최근 2년간 가장 많이 내원한 질환 유형과 진료·관리 흐름에 대한 분석 결과를 도출하고, 정책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로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병원의 역할은 단순한 진료에 그치지 않고, 진료 현장의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것까지 확장돼야 한다. 서울대병원은 2023년까지 권역별 희귀질환센터 운영사업에서 국가 희귀질환 중앙지원센터로 지정되어 전국의 권역 희귀질환 센터를 지원하고 또 상호 협력 경험을 통해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서울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으로서 환자 진단과 진료는 물론, 관련 정책에 도움이 되는 역할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 희귀질환 치료제의 접근성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의 경우 세계적으로 새롭게 개발되어진 모든 고가 약제가 빠르게 도입되지 못하는 부분도 있긴 하나, 희귀의약품, 특히 고가 약제에 대한 접근성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편이다. 건강보험 급여 기준은 세계적으로 중간 수준이며, 환자 부담도 타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한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국내 고가 희귀의약품의 보험이 '후불 환불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제도에서는 환자가 치료비 전액을 먼저 납부한 뒤 일정 기간 후에 보험공단으로부터 환급을 받게 되는데, 초고가 약제의 경우 수천만 원을 선납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사전 급여 제도 등 선납 부담을 줄이는 장치도 논의되고 있다. 앞으로 고가 약제 도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도적 대응과 유연한 보험 체계 마련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진단과 치료 과정을 겪는 환자와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리소좀 축적 질환(LSD)에서 가장 두려운 순간은 확진을 받았을 때다. 조기 발병형은 평생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또 후기 발병형은 언제 증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서 부담이 크다. 하지만 후기 발병형의 경우 이미 정교한 모니터링 프로토콜이 마련돼 있어, 조기 신호를 포착해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전문가의 상담과 진료를 잘 따라간다면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지금의 치료가 끝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의 치료가 불편하더라도 의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향후 더 편리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지금은 가족 모두가 힘을 모아 긍정적인 마음으로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과정은 결국 아이와 가족 모두에게 큰 힘이 된다.

또한 많은 보호자들이 둘째 출산 시 재발 위험을 걱정해서 다음 자녀의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LSD는 염색체 열성 유전이나 X염색체 연관 질환이 많아 산전 유전 상담이 꼭 필요하다. 최근에는 산전진단이나 착상 전 유전자 검사 등으로 건강한 다음 자녀 출산도 충분히 가능하니, 전문가와의 상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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