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자격 정지 처분 취소 판결
"복지부가 위반 횟수 기준 해석 잘못해"
의료 취약지서 선의로 한 일…처분 과도해

의료 취약지 의사가 진료기록 허위 작성으로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의료 취약지 의사가 진료기록 허위 작성으로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의료 취약지에서 의원을 운영하며 외국인 근로자를 치료한 의사가 진료기록 허위 작성으로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법원에서 이를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청구를 받아들였다. 소송 비용도 모두 복지부가 부담하게 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본인이 운영하는 B의원에서 군내 외국인 근로자 C씨를 치료하고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꾸며 요양급여비용을 부정수급해 면허 자격정지 처분됐다. 건강보험 적용이 어려운 C씨의 치료비 부담을 덜어주고자, 동행한 한국인 동료를 치료한 것처럼 기재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의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조무사가 이를 신고하면서, A씨는 지난 2023년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7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어 복지부는 지난 2024년 1월 의사 면허 자격정지 15일 처분을 내렸다.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르면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 자격정지 1개월이 기본이다. 다만 '농어촌 등의 의료기관으로서 그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1개소만 있는 경우' 행정처분을 면제한다. 이후 '2차 위반' 시에는 기간을 1/2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다. 복지부는 B의원이 이 지역에서 '이용 가능한 1개소 의료기관'에 해당하나, A씨가 앞서 지난 2010년에도 부정수급으로 행정처분 대상에 올랐다가 면제받은 만큼 '2차 위반'으로 보고 면허 정지 기간을 50% 감경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이 사건을 '1차 위반'으로 다시 셈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지난 2010년 위반 행위에 대해 2011년 10월 처분 면제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7년 이상이 지난 뒤인 2018년 11월 C씨를 진료하면서 새로 위반행위를 했다.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의 '위반사항 횟수'는 '직전 행정처분 효력발생일로부터 1년 이내에 다시 같은 위반행위가 적발된 경우'에 따라 산정한다"며 "시일이 지났는데도 '2차 위반'으로 규정한 것은 처분 기준의 의미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규정은 의료인에게 혜택을 제공하려는 것이 아니라 격오지 주민의 의료 접근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A씨가 1년마다 위반행위를 반복해도 매번 처분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문제는 행정처분 규칙 개정 등 제도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는 외국인 근로자를 돕고자 하는 선의에서 법령을 단 한 차례 위반했을 뿐이다. 이로 인해 공단 재정에 미친 손해는 진료비 9,220원에 불과하다. A씨는 이미 벌금 70만원형에 처했다. 여기 더해 면허 정지까지 하는 것은 과도하다"면서 "지역주민 의료 접근권 보장이라는 공익적 측면 등을 감안해 처분을 면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복지부 처분이 위법하므로 15일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취소하도록 하고 소송 비용도 부담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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