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보건소에 3월 중순 지침 전달
크론가족사랑회, 정부에 재검토 요청
복지부 "집중치료 외 의학적 근거 미약"
19세 미만 소아청소년 크론 환자들에게 의사 진단서만 있으면 제공돼 왔던 특수식이(경장식) 지원이 대폭 축소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장내 염증질환으로 인해 음식을 제한적으로 섭취해왔던 크론병 환아의 보호자들은 까다로워진 지원 기준에 지원기간마저 8주간의 집중치료 후 최대 1년으로 제한되자 특수식이 섭취가 줄어들면 영양 부족으로 성장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페닐케톤뇨증 등의 선천성대사이상질환과 크론병, 담도폐쇄증 등과 같은 희귀질환자에게 '특수식이지원사업'을 통해 특수분유 및 저단백 햇반 등의 구입비용을 소득에 관계 없이 지원하고 있다.
소아크론병과 단장증후군의 경우 최근까지는 최초 신청 및 재발 환자들에 대해 진단서, 검사결과지를 첨부할 경우 집중치료기간 8주 동안에는 1일 필요량의 100%, 집중치료 후에는 6개월마다 진료확인서를 제출하면 1일 1포 또는 액상의 경우 1일 2팩씩 지원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3월 중순 지역 보건소에 '희귀 및 기타 질환 특수조제분야 지원기준 변경'안을 통보하고 4월 1일부터 특수식이 지원을 축소하기로 했다.
복지부가 보건소에 통보한 지원기준 변경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최초 신청 시 8주 집중치료기간에 필요량의 100%를 지원하고 집중치료가 끝나면 1회에 한해 1년까지만 1일 1포 또는 액상 1일 2팩이 지원된다.
이전에는 최초 신청 이외 재발될 경우에도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재발하더라도 1년 지원을 받았다면 더이상 특수식이는 지원되지 않는다.
또한 특수식이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진단서 이외에도 영양상태평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같은 지침이 보건소 등을 통해 환아들의 가정에 전달되자 그동안 지원을 받아왔던 환아의 보호자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한 소아 크론병 환아의 보호자는 "성장기 아이들이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려면 1일 1포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는 밥을 먹어도 가릴 음식이 많고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제한적이라 영양부족에 성장 지연의 위험을 안고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고통을 외면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 보호자는 "진단 1년 후에도 환아의 건강상태는 천차만별이다. 그 중 특수식이가 필요없는 건강한 아이들이 얼마나 되겠냐"면서 "저희 아이만 해도 진단 전 빠진 체중도 회복 못하고 성장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환아의 보호자는 "안그래도 잘 먹지 못하고 영양흡수가 충분하지 못해 친구들보다 키도 작고, 체격이 작다보니 따돌림과 놀림도 받고 있는데 그나마 먹을 수 있는 특수식이마저 못먹게 하는 것"이냐면서 "제발 잘 치료받고 성장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지만 정부 지원이 끊어지면 비용부담으로 더이상 복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한 환아의 보호자는 "복수의 자가면역질환(크론, 베체트,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컨디션이 조금만 떨어져도 신체기능이 현저히 나빠진다. 확인서 발급까지 시간차가 커서 자가구입해서 먹였는데, 하루 최소량으로 2포씩 두달 구입하니 160만원 정도였다"면서 "맞벌이 외동인데도 부담돼 마음놓고 먹일 수가 없었는데 집중치료기간이 지나고 1년 뒤에는 아예 지원이 끝난다니 막막하다"고 했다.
그는 "화장실 때문에 맘편히 식사도 못하는데 성장기에 특수식이까지 지원이 끊기면 앞으로 남은 청소년기에는 성장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크론가족사랑회는 회원대상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특수식이 지원 축소에 대한 문제점과 요구사항을 수렴했다.
이를 토대로 복지부에 '크론병 환아 특수식이 지원 축소 재검토'를 요청했다.
크론가족사랑회 김정은 회장은 "설사, 복통, 체중감소 등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으로 크론병 환아들은 성장의 어려움을 겪는다"며 "그런 아이들에게 특수식이는 염증의 완화와 적절한 영양공급으로 성장부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크론병 환자에서 염증을 조절하고 유지시켜주는 치료약제로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가 있지만 특수식이는 약제 사용이 제한되는 소아 크론병 환아들에는 보편화된 치료법"이라면서 "지원이 끊긴 환우들은 특수식이 치료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영양공급은 힘들어지고 성장은 더디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꾸준히 특수식이를 해야하는 소아 크론병 환우들에게 지원이 축소될 경우 환우 가계에 막대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질환이 악화되면 고가의 약물 치료가 이루어지고 나아가 수술까지 하게 돼 또다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4월 1일부터 시행되는 정책이 3월 중순 이후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안내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김 회장은 "회원들 일부분 3월 19일부터 전화나 문자로 변경될 예정이라는 안내를 받은 것 같다"면서 "4월부터 적용되는 정책이 3월 중순부터 안내가 이뤄진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번 특수식이 지원 축소 방침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는 입장이다. 변화되고 있는 크론병 치료 패러다임을 반영한 결과라고도 했다.
복지부 출산정책과 한 관계자는 "환자들의 심정은 이해한다. 다만 예산 범위보다 초과해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었는데 규정에 맞지 않게 활용되는 부분들이 있어 정부도 근거에 기반해 정책을 살펴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가 자문을 거친 결과 8주간의 집중치료기간에는 완전 경장식을 섭취해야지만 그 이후에는 치료적 측면에서 (특수식이를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었다"면서 "과거 크론병의 치료 패러다임은 특수식이로 시작해 약한 것부터 강한 것, 생물학적제제로 넘어가는 '스텝업' 방식이었는데 요즘은 강한 것부터 시작해 염증을 없애는 방식의 '탑다운' 형식이어서 치료적 측면에서 특수식이의 필요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정책을 시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유감을 표했지만 "한편으로는 유예나 설명을 통해 환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청년의사 자매지 코리아헬스로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