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전문의 없어 전원했던 대구 병원 3곳 검찰 송치
응급의학회 “과도한 법 적용…응급의료 설 자리 잃는다”

응급실에서 의사를 폭행한 환자에 대해 법원을 여러 정상을 참작해도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청년의사).
인력 부족으로 이마 열상 환자를 타 병원으로 전원시킨 대구 지역 응급의료기관 3곳 의사들이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로 송치됐다(ⓒ청년의사).

이마 열상 환자를 받았다가 상처가 심각해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 조치했던 대구 지역 의료기관 3곳이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의료계는 적절한 응급의료를 제공할 수 없어 ‘정당한 진료 거부’를 했는데도 범죄자 취급했다며 반발했다.

17일 대한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대구 지역 A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던 40대 환자가 B종합병원 응급실로 전원 됐다. “부딪혀 이마가 살짝 찢어졌다”는 설명을 듣고 환자를 받은 B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송돼 온 환자는 이마 부위 깊은 열상으로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단순 봉합을 예상했던 B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성형외과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상급종합병원인 C대학병원으로 환자를 보내기로 했다. B종합병원에는 성형외과가 없어 진료를 요청할 인력 자체가 없었다. 당시 환자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문진에 응할 정도로 기도, 호흡, 순환이 유지되는 상태였다.

환자는 C대학병원과 D대학병원으로 잇따라 이송됐지만 모두 성형외과 진료 자체가 불가했다. 상급종합병원인 두 곳 모두 의대 증원 사태 여파로 전공의도, 전문의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환자는 D대학병원에서 성형외과 진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다. D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사망했다.

대구 경찰은 의료기관 3곳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에 대해 '업무상 과실 치사'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반면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은 의료기관 3곳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해 응급의료법 제6조 ‘응급의료 거부 금지’를 위반했다고 봤다.

응급의학회는 반발했다.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응급의료법 상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에 따르면 응급의료법 제6조에 명시된 ‘정당한 사유’는 응급환자에 대한 적절한 응급의료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가 포함됐다. 또 인력·시설·장비 등 응급의료자원의 가용 현황을 고려했을 때 적절한 응급의료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 등도 진료 거부·기피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응급의학회는 “성형외과 의사도 없는 B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얼굴 부위 깊은 열상으로 상급병원 진료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해 설명한 것은 해당 지침에 의거해 당연히 정당한 진료 거부·기피 사유에 해당한다”며 “C·D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성형외과 진료가 어려워 다른 병원 진료를 설명한 것 역시 같은 이유로 정당한 진료 거부·기피”라고 주장했다.

응급의학회는 “상급종합병원이라 하더라도 모든 임상과 진료가 언제나 가능하지 않다”며 “대구 경찰은 관련 지침이 발표된 것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 경찰은 정부가 발표한 지침도 무시하는가. 이는 과도하게 법을 적용한 결과”라고 반발했다.

응급의학회는 응급의료종사자의 법적 책임 부담을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부당한 법적 처분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응급의학과 명맥 유지도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응급의학회는 “환자가 사망하면 한 번 이라도 진료한 모든 의사들에게 이런 식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지우려는 분위기가 계속되는 한 이 땅에서 필수의료, 응급의료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생명과 안전,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응급의료 분야에서 형사처벌면제, 민사 배상액 최고액 제한 같은 법률·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대구 검찰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에게 반드시 ‘무죄’, ‘무혐의’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