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 17명이 대거 참석했지만 정부 관계자는 없었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1년여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의료계 신년하례회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17일 서울 용산 의협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2025년도 의료계 신년하례회를 열고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정치권은 의료계에 ‘소통’을 강조하며 대화의 장으로 나서달라고 했다.

의협은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결자해지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2025학년도 의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을 제시하라고 했다.

의협 김택우 회장은 “세계적 수준의 우리나라 의료가 추락하고 있다. 이런 우리 의료가 지난해 정부의 의료농단으로 처참히 짓밟히고 차세대 의료를 책임질 미래 세대들은 꿈과 미래를 상실했다”며 “의료진 헌신으로 간신히 유지 돼 오던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는 정부의 말과는 정 반대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의료 정상화를 위해서는 국민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더 이상 시간끌기식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대응을 중단해야 한다”며 “의료농단을 주도하고 전공의를 처단하겠다는 겁박을 일삼았던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결자해지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지금 상태로는 의대교육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가 인정하고 2025년 의대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의학교육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병협은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인한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신뢰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협 이성규 회장은 “병원들은 악화된 경영 환경과 환자 안전에 대한 위기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의료전달체계 정립과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해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신뢰하고 협력해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또 “새해에는 수련현장을 떠난 사직 전공의, 학업을 중단한 채 휴학 중인 의대생들이 하루속히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여야 의원들은 정부와 협력해 의료대란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 17명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의원이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정부 측 인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권 위원장은 “지난해 의·정 현안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며 “일선 의료현장이 안정되도록 여당이 적극 나서겠다. 당 지도부와 보건복지위원들이 함께 (이 자리에) 한 것은 이런 의지를 보여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전공의, 전임의의 현장 복귀와 의대 교육 문제가 가장 급하다. 긴밀히 정부와 협력해 제도적 걸림돌을 신속히 제거하고 안정적인 의료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료계도 대화의 장에서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 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협에 “대화 하자”고 적극 요청했다. 권 원내대표는 “(여당은) 대화 의지가 강하다. 이 의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그런 절박함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진지하게 논의할 생각”이라며 “그간 불신이 쌓였지만 이제 정부도, 당도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해 달라”고 했다.

복지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미애 의원도 “지역·필수의료 해법에 있어 현장 의료진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에서 함께 문제를 풀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는 자책을 하기도 한다”며 “현장으로 가서 목소리를 듣겠다. 국회 차원에서 마음을 열고 열린 자세로, 낮은 자세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의사 출신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의료대란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가 문제가 된 정책을 모두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정부에서 먼저 해야 할 일은 의평원에 대한 입법예고를 포함해 여러 정책에 대한 입법예고를 모두 철회해야 마땅하다”며 “그러고 나서 여야의정협의체를 구성해 어떻게 정상화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제 한 달밖에 안 남았다. 당장 협의체를 구성하는 MOU를 작성해서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도 의료계를 향해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서 달라고 했다. 박주민 의원은 “의료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발전된 의료 환경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허심탄회하게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신뢰부터 다시 회복해 나가야 한다. 국회는 열린 마음으로 수평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지난해 전공의들을 1,000명 이상 만나 주로 했던 이야기는 전쟁과 전투, 생존에 관한 이야기였다. 올해 우리는 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반드시 도약하겠지만 때로는 그 병법이 파괴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겠지만 진정 환자를 좋게 만들 방법이라면 포기하지 말고 힘을 실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