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안희경 교수, METALLICA 연구의 임상적 의의 조명
"고혈당은 관리가 어려운 부작용...환자의 생활습관 교육 중요해"
노바티스가 개발한 '피크레이(성분명 알펠리십)'는 PI3K 경로의 과도한 활성을 차단하는 'PIK3CAα 억제제'로, 호르몬수용체 양성/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음성(HR+/HER2-)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했다.
기존 내분비요법과 CDK4/6 억제제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서 표적 치료를 가능케 함으로써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화학항암요법 시기를 늦추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혈당증'이 피크레이의 주요 부작용으로 대두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발표된 METALLICA 연구는 이러한 치료 과정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메트포르민 예방요법으로 피크레이의 주요 부작용인 고혈당증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에 유방암 치료 전문가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희경 교수를 만나 호르몬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최신 치료 전략 및 피크레이의 임상적 유용성과 치료 안전성 개선을 확인한 METALLICA 연구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호르몬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는 CDK4/6억제제와 내분비요법이 표준치료로 권고된다. 1차 치료에도 질병이 진행된 환자들은 어떤 치료를 받나.
최근에는 유전자 변이에 맞춘 표적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주요 트렌드다. PIK3CA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PIK3CA 억제제나 AKT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으며,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는 PARP 억제제를 권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최근 ESR1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는 SERD 단독요법이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본격적인 화학항암요법을 시작하기 전에 다양한 표적 치료제와 호르몬 치료의 병합요법을 사용하는 것이 최신 트렌드이며, 최근에는 ADC가 등장하며 비교적 세포독성화학요법(cytotoxic chemotherapy) 초기에 사용되고 있다.
-'피크레이'는 PIK3CA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에서 표적 치료를 가능케 한 최초의 약제다. 그렇다면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에서 PIK3CA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 비중은 어느 정도이며, 이 환자들의 특징은.
PIK3CA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 유방암 환자는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의 약 40%를 차지한다. 호르몬에 의해 자극되어 성장하는 유방암을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이라고 하는데, PIK3CA 경로는 암세포를 성장시키는 변이 중 하나로 에스트로겐 경로와 상호작용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내성과도 연관이 있다. 그렇다고 PIK3CA 변이를 가진 환자들이 꼭 내성이 빨리 생긴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에스트로겐 경로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내분비요법 치료를 통해 좀 더 개선된 효과를 보일 수 있다.
이러한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에서 PIK3CA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임상적인 효과를 처음으로 입증하며 PIK3CA 억제제의 시대를 연 약제가 '피크레이'라고 보면 된다. PIK3CA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피크레이와 내분비요법(풀베스트란트)을 병용했을 때 임상적으로 유효한 효과가 있었다.
-피크레이의 등장으로 PIK3CA 변이를 가진 호르몬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는 어떻게 바뀌었나.
과거에는 CDK4/6 억제제와 내분비요법 병용으로 1차 치료를 하고 내성이 생겼을 때 다른 내분비요법(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을 진행하는 것이 표준치료였다. 이러한 치료에 반응이 없다면 세포독성화학요법으로 넘어갔다.
피크레이는 1차 치료에 실패한 PIK3CA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 풀베스트란트와 병용해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유의미하게 개선시켰다는 점에서 CDK4/6 억제제의 후속 치료 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다.
피크레이의 중추 임상인 SOLAR-1 연구에서는 기존에 CDK4/6 억제제를 사용한 환자들이 거의 포함돼 있지 않아,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 BYLieve 연구가 진행됐다. BYLieve 연구에서는 기존에 CDK4/6 억제제를 사용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피크레이와 풀베스트란트 병용 치료가 이루어졌는데, 기존에 풀베스트란트 단독 치료 시 PFS가 보통 2~3개월 정도였다면, 해당 연구를 통해 확인된 PFS 중앙값은 약 8개월로 나타났다. 또한 6개월차 무진행생존율은 약 54%로, (직접 비교 연구는 아니지만) 기존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과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피크레이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으로 항상 '고혈당(hyperglycaemia)' 부작용이 언급되는데.
그렇다. 고혈당증은 피크레이 치료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때문에 충추 임상인 SOLAR-1 연구에도 당화혈색소가 정상인 환자들만 참여했다. 연구 결과, 피크레이 치료를 받은 63.7%의 환자가 고혈당을 경험했으며, 약 33%는 3등급 이상의 고혈당을 보였다. 실제 허가사항에도 당뇨병 관리가 잘 되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용하도록 돼 있다.
고혈당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관리하기 어려운 부작용 중 하나다.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혈당이 6.5 이하로 잘 조절되는 경우에만 피크레이를 사용할 수 있다. 기존에 혈당이 정상이던 환자에서도 약물 복용 후 고혈당이 발생하면 대처하기 어렵고, 혈당 관리에 적응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피크레이 치료를 진행할 경우, 환자에게 고혈당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가 스스로 혈당을 체크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최근 발표된 METALLICA 연구 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해당 연구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METALLICA 연구에서는 당뇨병 환자를 제외하고, 당화혈색소 기준으로 완전히 정상인 환자와 내당능장애 환자 두 그룹으로 나누어 풀베스트란트와 피크레이 병용 치료를 진행하면서, 예방적으로 메트포르민을 500mg를 하루 두 번 복용하게 했다. 이 역시 직접 비교는 아니지만 SOLAR-1 연구에서 3등급 이상의 고혈당이 30% 이상 발생한 것과 비교해 METALLICA 연구에서는 정상 환자군에서는 2%, 내당능장애 환자군에서는 15% 정도에서만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N수가 적긴 하지만, 예방적 메트포르민 요법이 피크레이 치료시 고혈당을 크게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피크레이 처방 패턴이 궁금하다.
먼저 환자의 당뇨 병력을 확인하고, 치료 전 당화혈색소 평가 및 내당능장애 여부를 확인한다. 또 치료를 시작하기 전 고혈당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가 스스로 혈당을 자주 체크하고 생활습관을 조절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고혈당의 경우에는 환자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잘 관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환자 스스로 혈당 조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약을 복용하는 동안 고혈당이 발생할 수 있는데, 고혈당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부작용은 아니라 약을 복용하는 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가 관건이다. 당뇨병이 원래도 조절하기 어려운 질환인 것처럼, 약물로 인한 고혈당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환자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PIK3CA 변이를 확인하는 가장 적절한 시점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검사는 자체적인 비용 문제도 있기 때문에, 현재는 CDK4/6 억제제 치료 후 2차 치료 시작 전에 주로 PIK3CA 변이나 ESR1 변이를 발견해내기 위한 목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PI3K 억제제를 1차 치료에 CDK4/6 억제제와 병용해 사용되는 추세이고, 미국에서는 이미 승인이 된 약물도 있어 앞으로는 1차 치료 이전에 PIK3CA 변이를 확인하는 것이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들어 유방암 치료에 확인을 해야 할 유전자 변이가 굉장히 많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NGS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피크레이는 다행히 급여가 적용되는 PCR 검사만으로도 치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조직생검을 할 때 PCR과 NGS 검사를 모두 진행하면 보다 많은 유전자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는 더 유익하다. 이러한 점에서 NGS 검사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유방암에서는 NGS 검사의 급여율이 50%에서 20%로 낮아졌고, 피크레이처럼 약제조차도 급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학계가 협력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