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칠곡경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종광 교수
“전체선행항암화학요법 급여로 환자 절반 혜택 볼 것”
“재발‧고위험군 직장암 환자에 맞춤형 치료 가능해져”
2021년 기준 국내 암 발생률 2위(11.8%)를 차지하는 대장암 중에서도 직장암은 전체 대장암의 약 40%를 차지하며, 해부학적 특성으로 인해 치료가 특히 까다롭다. 좁은 골반 내에 위치해 수술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방광, 자궁, 전립선 등 주요 장기들과 인접해 있어 암이 진행될 경우 주변 장기 침범 가능성이 높아 국소 재발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최근 직장암 치료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TNT(전체선행항암화학요법)와 De-escalation(수술 후 보조요법 강도 조정)이다. TNT는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함께 시행해 종양 크기를 줄이고 수술 성공률을 높이는 치료법으로, 항문 및 비뇨생식기능 보존이 중요한 직장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De-escalation 역시 방사선 치료를 항암치료로 대체해 치료 효과는 유지하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어,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는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다.
특히 이러한 새로운 치료법들이 지난 10월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되면서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수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재발률을 낮추는 동시에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도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치료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2020년 RAPIDO 연구 결과, TNT 치료군의 질병 관련 치료 실패율과 원격 전이율이 대조군보다 7% 낮았고, 병리학적 완전 관해율은 28%로 기존 치료군(14%)의 두 배를 기록했다. 2023년 발표된 PROSPECT 연구에서는 De-escalation 치료의 효과가 입증됐다. FOLFOX 기반 선행화학요법 그룹의 5년 무병생존율이 80.8%로, 기존 화학방사선요법 그룹(78.6%)과 비교해 비열등했다.
이에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CSG) 대장암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칠곡경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종광 교수를 만나 새로운 직장암 치료법의 가능성과 기대 효과에 대해 들었다.
- 국내 직장암의 발생 현황과 해부학적 특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2021년 국가 암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국내 암 발생률의 약 11.8%를 차지해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암이다. 국내 대장암 발생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으며, 특히 50세 미만 젊은 층의 발병률이 세계 1위로 보고될 만큼 급격히 늘고 있다. 대장암은 결장암과 직장암으로 구분되며, 직장암이 전체 대장암의 약 40%를 차지한다. 직장은 전체 대장 중 15cm 정도를 차지하며, 결장암과 달리 골반 내에 위치한다. 이러한 해부학적 특성으로 인해 수술 시 시야 확보가 어렵고, 방광과 더불어 여성의 경우 자궁, 남성의 경우 전립선 등 주요 장기가 인접해 있어 암이 진행되면 주변 장기 침범과 국소 재발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 국내 대장암 발생률 증가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대장암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알코올 섭취와 함께 붉은 고기, 소시지, 햄 등 가공 식품의 과도한 섭취가 지목된다. 최근 급격한 식습관의 서구화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지만, 젊은 층의 대장암 증가에 대한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러한 식습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대장암 발생 빈도는 계속 증가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 진단 사례가 늘고 있으나, 이는 실제 암 발생 빈도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과거 ‘부자병’으로 불릴 만큼 드물었던 대장암은 지난 20년간 급격히 증가해 현재 국내 암 발생률 2위를 차지하고 있다.
- 직장암의 기존 표준치료 방법과 최신 치료 경향은 어떠한가?
현재 국내 국소 진행성 직장암의 표준치료는 동시항암화학방사선요법(CCRT) 후 수술이 권장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존에 수술 후 시행하던 항암제 치료를 수술 전으로 앞당겨 시행하는 새로운 치료법(TNT)이 도입돼 더 나은 치료 결과를 보이고 있다.
대장암 수술에서는 사진상에 잘 보이지 않더라도 미세 전이 가능성을 고려해 주변 림프절까지 함께 절제한다. 이때 결장암의 경우, 개복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 모두에서 시야 확보가 용이하고 주위 림프절 제거가 상대적으로 쉬워 국소 재발이 거의 없어 수술과 항암제 치료만 시행한다.
반면 직장암은 골반 내에 위치해 있어 수술 과정에서 주위 침범 가능 조직까지 제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로 인해 수술 후 항암제를 투여하더라도 국소 재발이 비교적 많이 발생해, 과거부터 병기가 진행된 직장암 환자는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정상 대장에 방사선을 조사하게 되어 심각한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2000년대부터는 수술 전에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는 선행 CCRT를 도입했다. 이때 사용되는 항암제는 암세포 제거보다는 방사선 효과를 증대시키는 목적으로 사용됐다.
최근 2~3년간 서구에서는 수술 전 CCRT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진행하던 항암제(FOLFOX 등)를 CCRT 전후로 앞당겨 시행하는 TNT(Total Neoadjuvant Therapy) 치료법이 새롭게 도입되고 있다. 여기서 ‘Total’은 수술 전 방사선 치료와 함께 기존에 수술 후 시행하던 항암제 치료까지 모두 수술 전에 시행한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RAPIDO 연구에서는 TNT 치료군이 기존 표준 치료군(CRT 후 수술)보다 더 나은 수술 예후를 보이고 원격 전이 방지에도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확인됐으며, 현재 미국에서는 TNT 요법이 직장암 표준치료로 자리잡고 있다.
- TNT 치료법이 지닌 임상적 의의는 무엇인가.
TNT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재발률을 낮추는 것이다. 재발 시 사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TNT를 통한 완치율 향상이 우선시된다. 현재 직장암 3기의 경우, 수술 전 항암화학방사선 치료(CRT), 수술, 그리고 수술 후 항암제 치료를 모두 시행해도 약 30%에서 재발이 발생하며, 재발 후 추가 치료를 하더라도 완치율은 현저히 낮아진다. 따라서 수술 후로 예정된 항암제를 수술 전에 투여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 이후 MRI 검사를 통해 반응이 좋으면 방사선 치료를 생략할 수 있게 된다.
TNT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서 병리학적 완전관해(pCR) 비율이 크게 증가하는데, 이는 재발률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방광을 침범한 T4 환자들의 경우, TNT 치료를 통해 암을 축소시켜 방광 절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이러한 경우 보험 삭감 문제가 있었으나, 현재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 수술을 모두 시행할 수 있게 되어 치료 결과가 크게 향상됐다.
- TNT 치료법에 대한 국내 임상연구도 있나.
칠곡경북대병원을 포함한 두 개 주관기관과 여러 참여 병원에서 현재 TNT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앞서 언급한 RAPIDO 연구와 유사한 설계로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환자등록은 거의 완료된 상태다. 연구 결과는 2~3년 후에 확인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반적으로 서구보다 우수한 국내 수술 기술력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 TNT 급여화로 치료 접근성이 높아졌는데, 어떤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적용 기준은 무엇인가?
TNT 급여화 이전에는 2기 이상 직장암 환자들에게 CRT 치료 후 수술하는 표준치료만 시행했다. 특히 3기 중에서도 암이 깊이 침범(T4)했거나, CEA(암배아항원) 수치가 높거나, 전이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환자들은 TNT가 필요했으나 비급여로 인해 임상연구 외에는 적용이 어려웠다.
전체 직장암 환자 중 3기 비율이 높은 편으로, TNT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전체 직장암 환자의 절반 이상으로 예상된다. 기존 치료법에서는 CRT 치료 후 6~8주간 방사선 효과를 기다리는 동안 고위험 환자의 암이 진행될 수 있었으나, TNT를 통해 이 기간에 항암치료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전체 항암제 투여 횟수는 비슷하나, 수술 전 항암제를 투여함으로써 수술 후 항암제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의 경우,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2기 이상, T3 이상 환자에게 TNT를 권고하고 있으며,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에서는 2기, 3기 중 T4와 같이 침범이 깊은 경우에 TNT를 권고하고 있다. 국내는 최근 TNT가 급여화돼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으나, 재발 위험성이 높은 3기(T4) 환자, CEA 수치가 높은 환자, 젊은 직장암 환자들을 중심으로 TNT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이번에 TNT 요법과 함께 급여가 적용된 De-escalation는 어떤 치료 전략인가?
요즘 방사선 부작용 문제가 많이 개선됐지만, 직장암 환자가 동시 항암화학방사선 치료를 받을 경우 젊은 여성 환자는 불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난소를 옆으로 옮겨 시술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의 경우 정자를 냉동 보관할 수 있지만, 성기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때 예후가 좋은 2기 이상의 젊은 환자들은 수술 후 시행하던 항암요법을 수술 전에 먼저 시행해, 반응이 좋으면 바로 수술하는 De-escalation을 적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방사선 치료를 피하고 장기 기능을 보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은 2~3기 환자 중 약 80%가 수술 전 항암약물 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여 방사선 치료를 피할 수 있다.
만약 선행 항암요법 후 MRI 검사에서 암이 충분히 줄어들지 않았다면 그때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면 된다. 항암제 투여로 암이 20% 정도 감소한 환자는 방사선 치료를 제외해도 비슷한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치료법이 다양해져 환자별 맞춤 치료가 가능해졌다.
- 이러한 치료 전략들을 적용할 시, 부작용 혹은 독성 관리에 주의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기존에 수술 후 사용하던 항암제를 활용하기 때문에 특별히 추가로 주의할 사항은 없다. 이미 부작용이 충분히 파악되어 있고 이를 고려한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어 심각한 부작용 우려는 없다.
- 새로운 치료 전략에서 다학제 진료의 역할과 현황은 어떠한가?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의 MRI 결과를 함께 검토하고 적절한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할 때 더 정확한 치료 방침을 수립할 수 있지만, 현재는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인력 부족과 의정 갈등 상황으로 인해 다학제 진료가 원활히 시행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환자 치료에 있어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 전이성 직장암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 현황은 어떠한가.
전이성 직장암 치료를 위한 신약이 다수 개발되고 있으며, 일부는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약제가 많아 지속적인 급여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직장암 환자의 10~15%를 차지하는 MSI-HIGH(Microsatellite Instability-High) 그룹에 대한 면역항암제 ‘도스탈리맙’이다. 이 치료제는 높은 반응성을 보여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할 수 있어 관심이 높다. 미국에서는 이미 사용 중이나 국내에서는 아직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 직장암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린다.
50세 이상이라면 직장암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인 내시경 검진을 받기를 권장한다. 우리나라는 검진 환경이 잘 갖춰져 있고, 우수한 검사 능력과 합리적인 비용으로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직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는 희망적인 소식을 전하고 싶다. 과거 하위 직장암의 경우 안전 마진 확보가 어려워 대부분 영구 장루 시술이 불가피했으나, 최근에는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의 발전으로 영구 장루 시술 비율이 크게 감소했다. 또한 새롭게 급여화된 TNT 치료로 완치율이 향상됐고, 상황에 따라 De-escalation 전략을 통해 장기 기능도 보존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전문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높은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치료에 임하시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