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지도전문의 연간 최대 8천만원 지원
의학회 “논의 없이 미국 제도 보고 편성한 듯”

(왼쪽부터)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과 박용범 수련교육이사, 박시내 수련교육위원회 위원은 지난 11월 29일 양평 블룸비스타에서 진행된 제23차 회원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 정부가 편성한 전공의 수련 지원 예산 문제를 지적했다(
(왼쪽부터)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과 박용범 수련교육이사, 박시내 수련교육위원회 위원은 지난 11월 29일 양평 블룸비스타에서 진행된 제23차 회원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 정부가 편성한 전공의 수련 지원 예산 문제를 지적했다(ⓒ청년의사).

정부가 전공의 수련교육 지원 예산을 편성했지만 의학계는 ‘냉랭’하다. 논의 없이 편성된 예산이 현장에서 제대로 효과를 내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답답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부는 ‘전공의 등 육성 지원’ 사업에 3,110억4,300만원을, 수련수당 지급 사업 589억원을 2025년도 예산으로 편성했다. 총 3,699억4,300만원이다. 하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931억1,200만원이 감액됐다. 전공의 육성 지원 예산은 756억원7,200만원 삭감됐다. 관련 예산안은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심사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당초 전공의 등 육성 지원 예산 대부분인 3,089억1,600만원을 수련환경 혁신 지원 사업에 편성했다. 이 수련환경 혁신 지원 사업 핵심은 지도전문의 지원으로 꼽는다. 지도전문의 수당으로 총 2,530억8,800만원을 편성했다. 책임지도전문의는 1인당 연간 8,000만원, 교육전담지도전문의는 4,800만원, 수련지도전문의는 2,400만원을 국고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수련보조수당 지원 대상은 8개 전문과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다. 여기에 소아·분만 분야 전임의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하지만 전공의 수련교육을 담당하는 학회들은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의견 수렴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내 수련환경은 고려하지 않은 채 미국 등 해외 사례를 적용해 ‘보여주기식’으로 예산만 편성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비판은 지난 11월 29일 양평 블룸비스타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제23차 회원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 나왔다.

의학회 이진우 회장은 “제대로 된 전공의 수련제도를 설계하고 그에 따라 우선순위로 재정을 투입할지를 논의하고 편성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몇 번 논의한 내용대로 예산을 편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결국 국민이 낸 세금 아닌가. 세금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의학회와 더 긴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범 수련교육이사는 “매우 답답하다”고 했다. 박 이사는 “어떻게 추산해서 그런 예산이 나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또 왜 8개 전문과목만 지원해주겠다는 것인지도 이해되지 않는다”며 “의학회 의견이 수렴된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지도전문의 지원 예산은 미국 수련제도를 바탕으로 편성한 것 같다고 했다. 박 수련교육이사는 “미국 전공의 수련제도를 알게 되면서 책임지도전문의, 교육전담지도전문의, 수련지도전문의에 대해 예산을 편성한 것 같다”며 “미국은 책임지도전문의가 본인 근무시간의 60~80%를 전공의 교육에 할애한다. 이걸 우리나라 실정에 그대로 적용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 수련교육이사는 “교수들이 근무시간의 60~80%를 전공의 교육에 할애하겠다고 하면 병원 측 저항이 클 것”이라며 “책임지도전문의나 교육전담전문의 등 지도전문의의 역할에 따라 얼마나, 어떻게 보상할지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전문의 양성을 위해 “교육 인프라 구축 등에 먼저 돈이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회 수련교육위원회 위원인 박시내 가톨릭의대 교수도 지도전문의 제도 개선 없이 투입되는 예산은 수련교육 질 제고로 이어질 수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현재 책임지도전문의 등 지도전문의의 권한이나 역할에 대한 법제화된 규정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이 투입된다고 해서 수련교육 질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정부가 지원하려면 예산을 집행하는 첫 해에는 지도전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플랫폼과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데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모델로 삼은 미국 지도전문의 제도를 한국에 구현하기에는 오히려 예산이 너무 적다고도 지적했다. 박 교수는 “책임지도전문의나 교육전담지도전문의 등 미국 제도를 그대로 가져온 것 같다. 하지만 그걸 바로 (국내에) 적용하기에는 예산이 너무 적다”며 “미국 지도전문의제도를 도입하려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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