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성모 사직 전공의, 란셋 자매지에 해외 이주 결심 기고
의정 갈등 국면에 환자와 유대 상실…"내 믿음 어리석었나"
'지속 불가능' 직면 한국 의료 "전문가 목소리 듣지 않는다"

한국을 떠나 외국으로 가기로 한 사직 전공의가 그 결심을 국제 학술지에 밝혔다.
한국을 떠나 외국으로 가기로 한 사직 전공의가 그 결심을 국제 학술지에 밝혔다.

한국을 떠나 외국으로 가기로 한 사직 전공의가 그 결심을 국제 학술지에 밝혔다.

의정부성모병원 신경외과를 사직한 문정기 사직 전공의는 최근 국제 학술지 '란셋(The Lancet)' 자매지 'The Lancet Regional Health Western Pacific'에 '내가 한국 의료를 떠나는 이유(Why I decide to leave South Korea healthcare system)'라는 기고를 싣고 이번 의정 갈등으로 의사와 환자의 유대 관계가 망가졌다고 했다. 문 전공의는 지난 7월 사직 처리된 후 요양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신경외과 전공의로서 생명을 구한 환자와 보호자가 "고마움을 전할 때"면 "마음 깊이 충족감을 느꼈지만" 이번 의료 사태 뒤로는 "다시는 환자와 진심으로 소통하지 못하게 될까봐 두렵다"고 했다.

사직 전공의는 언론을 통해 "범죄자와 배신자"이자 "돈 때문에 환자를 버린" 의사로 묘사됐고 곳곳에서 "극심한 '의사 악마화'가 이뤄졌다"고 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잘못된 '의료개혁'에 맞서 수련병원을 떠났지만 "정녕 내 사직 결정이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고 했다. "최저 시급에도 미치지 않는 돈을 받으며 80시간을 근무해야 하는 환경을 거부"했는데 돌아온 건 "이기적이라는 비난"이라고 했다.

문 전공의는 레지던트 시절 돌봤던 환자들이 "나를 돈 때문에 환자를 떠났다고 기억할까 걱정된다"면서 "내가 기회주의자로 비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을 털어놨다. 의사로서 "진심을 다해 환자를 도왔다고 믿은 게 어리석었느냐"고 했다.

한국 의료 시스템이 지속 가능성 문제를 맞닥뜨렸지만 의료 전문가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문 전공의는 "비용을 절감하고자 수련생 노동력에 극단적으로 의존하던" 한국 의료시스템은 이제 세계 최저 수준 출생률과 건강보험 재정 고갈에 직면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 의사가 미래 의료 방향을 함께 논의"하기 어려우리라 봤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 의사 의견이 반영되리란 기대를 버렸다"고 했다.

이제 수많은 한국 의사가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그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더 이상 "의사로서 일할 수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한국 의료에서 내 역할을 포기하기로 했다"면서 "보다 안전하고 존중받으며 예측 가능한 진료 현장을 찾아 떠나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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