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교수, 롱코비드 데이터 수집 현황 및 연구 소개
“내년까지 한국형 롱코비드 중증도 점수체계 구축 목표”
“롱코비드 환자들, 진료과 전전…권역별 병원 지정 필요”
코로나19 후유증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행사가 열린 가운데,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와 한국형 스코어링 시스템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신라스테이 서초에서 열린 ‘2024 코로나19 후유증 조사연구 사업 성과보고회’에서 고려대 예방학교실 정재훈 교수가 롱코비드 연구와 관련된 빅데이터 활용 현황을 발표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후유증 조사연구 사무국과 서울아산병원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정 교수는 빅데이터 및 전산 시스템을 통해 롱코비드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강조하며, 주요 연구 성과와 향후 계획을 공유했다.
정 교수는 “저희 연구는 초기에는 가천대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고려대에서 진행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전산 시스템을 활용해 롱코비드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하고 있다”며 연구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정 교수는 롱코비드 환자 코호트를 구성하고 성인 중심으로 후향적, 전향적, 대조군 코호트를 통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정 교수는 “후향적 코호트는 감염 후 시간이 지난 환자들로 구성돼 있고, 전향적 코호트는 감염 직후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대조군 코호트는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의 데이터는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탈락하는 경향이 있다”며 각 코호트의 특성을 언급했다.
정 교수는 데이터 수집 방식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설문, 혈액 검사, 다양한 지표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특히 EQ-5D와 같은 삶의 질 및 우울 관련 설문 데이터는 기존 빅데이터에서는 볼 수 없는 중요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임상적 관점에서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으며, 이러한 데이터들은 롱코비드의 정의를 내리고 질병의 경과를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향후 한국형 롱코비드 점수 체계(스코어링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데이터의 대표성 및 품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참석자 중 한 명이 만 명 가까이 되는 환자를 등록하고, 의료기관에서 보건소로 관리가 이동하면서 데이터 품질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내적 타당도와 외적 타당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희 연구는 임상적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며, 대조군과 실험군 간의 내적 타당도가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현재까지 데이터 품질에 큰 문제는 없으며, 충분한 수준의 내적 타당도를 확보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외적 타당도가 필요하다면 대표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해야겠지만, 현재 저희 연구는 롱코비드의 정의와 리스크 팩터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식 점수 체계에 대한 추가적인 질의와 논의가 이어졌다. 참석자 중 한 명은 한국형 점수 체계 개발의 현재 진행 상황과 그에 따른 어려움에 대해 물었다.
정 교수는 “현재 한국형 점수 체계를 개발 중에 있지만, 개발 과정에서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의 밀도와 대표성이다. 저희가 수집한 데이터가 충분히 많아야 신뢰할 만한 점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아직 각 항목마다 충분한 표본 수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점수 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어 “내년까지는 데이터의 밀도를 높이고 한국형 점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개발 계획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롱코비드 진료 지침과 관련해 중증도를 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지침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송준영 교수는 “올해 가이드라인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지난 7월까지 문항을 관찰한 결과 개정을 위한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내년 초에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한국형 점수 체계가 빨리 개발된다면 이러한 부분들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롱코비드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다니며 진단과 치료를 받는, 이른바 ‘닥터 쇼핑’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정 교수는 “닥터 쇼핑은 환자들이 일관된 진료를 받지 못하고, 불필요한 검사를 반복하는 문제를 초래한다. 이러한 문제 해결안을 마련하기 위한 전문가와 정부간 협력 및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피력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도 이 문제에 대해 동의하며 “롱코비드 환자들은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며 닥터 쇼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환자들에게 심리적,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며, 의료 자원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롱코비드 환자들이 일관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단순히 환자들을 여러 병원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권역별로 전문 진료 체계를 마련하여 일관된 진료와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권역별로 지정된 병원을 통해 롱코비드 환자들이 적절한 진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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