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영 교수, 사회적 인식 개선 및 제도적 기준 변화 촉구
“비만 판정표 현실과 동떨어져…비만 방치하는 역효과 발생”
노보노디스크, ‘세마글루티드’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강조
비만이 단순 외관 문제가 아닌 만성질환으로 인식돼야 하며, 정부의 정책 변화와 건강검진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만성질환으로서의 비만병’을 주제로 미디어세션이 열렸다. 한국 노보노디스크제약이 개최한 이번 미디어세션은 비만과 심혈관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마련됐다.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박철영 교수가 연자로 참석했다.
박 교수는 이날 우리나라 비만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정부의 정책 변화와 비만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비만이 단순한 외관상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건강 위험을 동반하는 만성질환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현재의 사회적 낙인과 개인적 책임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비만은 그저 외관상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비만을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의 문제로 보지만, 이는 비만이란 질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비만은 복합적인 유전적, 환경적, 호르몬적 요인들이 결합돼 발생하는 만성적 질환이다.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한 비만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언급하며 “비만 환자들은 자신이 게으르거나 의지가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시선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는 비만 환자들을 낙인찍기보다는 치료와 지원이 필요한 환자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 교수는 비만이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질환, 암 등 각종 질병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BMI가 5%만 증가해도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특히 비만이 있는 사람들은 당뇨병 발병 위험이 3배, 고혈압 위험이 2배,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2.5배 더 높다. 비만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비만과 관련된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용이 흡연으로 인한 비용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또 박 교수는 “우리나라 성인의 비만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2단계와 3단계의 고도비만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아·청소년 비만율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남학생의 경우 비만율이 급증하고 있고, 여학생은 저체중 비율이 증가하는 양극화된 상태다. 이는 향후 골다공증, 생리불순, 출산율 감소와 같은 장기적인 건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대로 방치된다면, 향후 국가 경쟁력과 국민 건강 수준이 급격히 하락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우리나라 건강검진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만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는 현재의 국가 기준이 잘못됐음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지 않는 해외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판정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건강검진에서 BMI 25에서 30 사이는 그저 과체중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이 범위에서 이미 심각한 건강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가 건강검진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비만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시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발표를 맡은 한국 노보노디스크제 줄리 브로에 오노레(Julie Broët Onoré) CMR(Clinical, Medical, and Regulatory) 디렉터는 비만 관리와 관련된 최신 연구 데이터와 치료 전략을 소개했다.
오노레 디렉터는 비만과 관련된 합병증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비만이 단순히 체중 증가를 넘어 신체 여러 장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성질환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특히 한국인 및 동아시아인의 경우, 체지방이 복부와 장기 주변에 축적되는 경향이 있어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특히, 내장지방이 간, 췌장, 근육, 혈관과 같은 주요 장기에 축적되면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장기 기능 저하와 세포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노레 디렉터는 비만 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치료 방법 중 하나로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세마글루티드(제품명 위고비)’를 제시했다. 세마글루티드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로, 체내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GLP-1과 유사하게 작용한다. 세마글루티드는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GLP-1과 달리, 유전적으로 변형된 형태로 반감기가 일주일에 이르며 주 1회 주사로도 효과를 발휘한다.
세마글루티드는 한국에서 체중 관리 용도로 승인된 약물이며, 주요 임상시험에서 평균 14~17%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약간 적은 체중 감소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의미 있는 결과를 나타냈다. 이러한 체중 감소는 비만과 관련된 여러 합병증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오노레 디렉터는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로 최근 발표된 SELECT 임상시험 결과를 공유했다. 해당 연구는 기존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비만 및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세마글루티드가 심혈관 사건(심장마비, 뇌졸중, 심혈관계 사망)의 위험을 20%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평균 40개월 동안 환자들을 추적 관찰했으며, 세마글루티드 사용 시 주요 심혈관 사건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체중 감량이 최대치에 도달하기 전에도 이미 심혈관 질환 위험이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돼, 세마글루티드가 체중 감량 외에도 심혈관 질환 위험을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질의응답에서 박 교수는 "비만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우리나라 보험 재정의 한계로 인해 모든 대상자에게 확대하기 어렵겠지만, 최소한 비만 대사 수술이 필요한 2~3단계 고도비만 환자들에게는 심뇌혈관 질환과 암 발생 위험이 매우 높으므로, 이들에 대한 보험 적용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아 청소년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제한적이다. 대다수는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해 관리해야 하지만, 현재는 상담료가 포함되지 않아 소아청소년과에서 비만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매우 비극적인 일이며, 반드시 건강보험에서 지원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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