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개발사 씨젠 인수 후 MSD로부터 '투키사' 판권 회수
잇따른 유방암 파이프라인 고전에 출시 주저하는 듯
엔허투 이후 표적치료 옵션 부재…투키사 필요성↑
지난해 한국MSD가 국내 도입한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표적항암제 '투키사(성분명 투카티닙)'가 최근 한국화이자제약으로 판권이 이전되며 국내 출시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최근 투키사의 판권이 한국MSD에서 한국화이자제약으로 이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국내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 의약품안전나라에도 투키사의 보유 업체가 한국MSD에서 한국화이자제약으로 변경됐다.
투키사 원개발사인 씨젠(Seagen)은 미국, 캐나다,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중동, 라틴아메리카 및 기타 지역에서 투키사를 상업화할 수 있는 독점 라이선스를 MSD에 부여한 바 있는데, 화이자가 씨젠을 인수하며 해당 판권을 회수하면서 이같이 변경된 것이다.
투키사는 지난 2023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전에 최소 2회 이상의 항 HER2 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HER2 양성인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성인 환자의 치료로서 트라스투주맙 및 카페시타빈과의 병용요법'으로 승인 받았다.
미국에서 투키사의 최초 허가가 2020년 4월에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3년 반이 지나서야 국내에서 허가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국내 허가 후 반년이 넘도록 투키사의 출시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이는 미국과 달리 투키사의 가장 강력한 경쟁 품목인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이미 국내 유방암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개발된 투키사는 엔허투의 등장 이전까지 미국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개발된 엔허투가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등장한 이후 시장 판세가 완전히 뒤집혔다.
투키사는 한국 적응증과 달리 미국에서는 엔허투와 동일한 치료 단계, 즉 2차 이상 치료에 허가 받아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심각한 뇌전이를 가진 환자가 아니라면 동일선상에서 투키사가 아닌 엔허투를 먼저 사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미국이나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도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2차 치료에 뇌전이 활성 여부에 따라 엔허투를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투키사는 국내에서 3차 이상 치료에 허가 받았다. 현재 엔허투가 2차 치료에 급여까지 적용된 점을 감안하면 허가사항이나 급여 조건에서 완전히 후순위 약제로 밀린 것이다.
하지만 엔허투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 옵션 없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투키사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투키사 외에도 도입된 지 20년 가까이 되는 노바티스 '타이커브(성분명 라파티닙)가 있지만, 이 약제는 최근 개발된 항 HER2 약물에 비해 효과가 적고 그마저도 이전에 화학항암요법을 받은 환자에서만 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사실상 엔허투 이후 표적치료 옵션은 부재한 것과 진배없다.
이에 국내 의료진은 조기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서 수술후 보조요법으로 허가 받은 빅씽크 '너링스(성분명 네라티닙)'를 허가초과로 승인 받아 사용해 왔다. 최근까지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서 너링스의 치료목적 사용승인 건수는 40여 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임상적 미충족 수요가 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화이자제약의 투키사의 출시 여부에 의료진과 환자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한국화이자제약도 투키사의 국내 출시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방암 치료 시장에 CDK4/6억제제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의 입지는 점차 축소되고 있고, PARP억제제 '탈제나(성분명 탈라조파립)' 역시 급여 출시에 실패해 한국화이자제약이 사실상 국내 유방암 파이프라인에 대한 영업 의지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국내 유방암 치료 시장에서 탈제나에 이어 투키사 역시 이대로 사장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