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시민 공모 통해 본 의료 시스템 공청회 개최
시민 공모 수상자들, 주치의제도·필수의료 수가 개선 등 필요성 강조

의대 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의대 교수들이 국민들과 소통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주목된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의료 시스템 개선을 위해 국민 의견을 청취한 공청회가 바로 그것이다.

비대위는 지난 14일 서울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국민과 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공청회’를 개최했다.

비대위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국민과 환자가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의 모습’을 주제로 일반 시민 원고 공모를 진행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접수된 60편 중 수상작 총 9편에 대한 시상식도 열렸다.

이번 공청회는 비대위가 추진하고 있는 ‘올바른 의사 수 추계 연구’의 일환으로 공모전에서 선정된 수상작에 담긴 내용들은 향후 해당 연구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날 수상자들은 의료전달체계와 필수의료 분야 수가 개선, 주치의 제도 도입 등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며,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만으로는 의료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대상을 수상한 임성은 씨는 “주치의는 상급종합병원의 진료가 필요한 상황인지, 해당 질환에 대한 설명을 추가적으로 할 수 있고 기존 진료 이력 등에 비춰 진료의뢰나 다른 병의원 이용을 추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씨는 “주치의는 의료과실이 의심될 때 그 판단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의료 분쟁을 소송 등 불필요한 소모전 없이 신속하게, 원활하게 해결하는 가이드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정영진 씨는 자녀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진료와 분만, 분만 후 2박 3일의 입원비를 합해 총 50만원을 채 쓰지 않았다는 경험을 공유하며,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합당한 수가 체계 회복을 강조했다.

정 씨는 “내 자녀가 태어난 산부인과는 폐원됐다. 산부인과는 24시간 분만을 대기하고 큰 입원실을 운영하면서 모텔비보다 싸게는 운영되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지금의 나는 모텔비보다 싸다고 좋아했던 그 날의 날을 후회한다”고 했다.

정 씨는 “그 날의 나들이 모여 필수의료를 감당하는 병원들을 폐원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며 “필수의료 수가를 올려야 한다. 수가를 올리는 일은 내가 받아야 할 치료를 가까운 병원 어디에서든 진료할 가능성을 높이고 필수적인 의료를 행하는 의사 수를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에게 또는 그런 치료에 대해 적당한 보상은 필요하다”며 “의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래야 의료 문제가 정상화 될 것이다. 지금처럼 세계적인 반열에 드는 의료를 구현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공모에 들어온 60편의 원고들을 분석한 서울의대 의학과 오주환 교수는 “의사와 환자 사이 충분한 소통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며 “환자와 국민들은 지금보다 환자가 중심에 있는 의료 서비스, 지역 격차가 줄고 필수의료 의사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필수의료 이용에 어려움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당선인도 환자들과의 소통과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민생현안 중 의료대란을 막는 일에 신념을 갖고 있다. 해법은 단 하나다. 의대 정원 증원을 1년 유예하고 대신 협의체를 구성해 내년부터 증원 규모를 합의해 나간다는 것밖에 답이 없다. 빠르면 여름부터 지방 의료원 중심으로 수많은 의료기관이 도산되고 추후 빅5병원까지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 놓은 세계적인 의료 시스템 전체가 붕괴되면 돈을 들여 다시 재건할 수도 없다, 5월 안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또 수가 현실화와 법적인 부분을 현실화하는 등 시스템적인 부분 뿐 아니라 환자들이 실제 병원에서 겪는 괴로움, 고통을 풀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도 추가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 당선인은 “의정갈등보다 치명적이고 중요한 건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환자와 의사 관계 변화가 의료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다. 환자와 의사 간 신뢰가 높을 때 결과가 반드시 좋다. 의사와 환자는 언제나 ‘원팀’이다. 의료계도 환자도 그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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