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론전으로 재판 방해 의도"
의료계 "政, 국민 속이며 기망행위"

의료계에서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의 근거 자료를 공개하자 정부가 "여론전"을 펼치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이에 의료계도 반박하며 "정부가 기망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서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의 근거 자료를 공개하자 정부가 "여론전"을 펼치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이에 의료계도 반박하며 "정부가 기망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법원에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 관련 자료들이 공개되자 의료계가 "여론전"을 노린다며 반발했다. 의료계는 국민도 알 권리가 있다며 오히려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의료계는 13일 정부가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증원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를 통해서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와 대한의학회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제출 자료를 토대로 의대 정원 증원 근거와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이에 정부는 “여론전을 통해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려는 의도”라며 무분별한 자료 공개를 삼가라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 제출 자료에 대해 소송 상대방으로서 이견이 있다면 얼마든지 소송 절차를 통해 제출할 수 있다”며 “재판부가 어떤 방해와 부담 없이 최대한 공정하게 판단하도록 최소한 재판부 결정 전까지만이라도 무분별한 자료 공개를 삼가달라”고 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지난 10일 재판부가 요청한 자료뿐 아니라 언급하지 않았으나 참고가 될 만한 자료도 성실하게 자발적으로 제출했다”며 “의료계와 언론이 궁금해하던 의대정원배정위원회 정리 내용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자료”라고도 했다.

그동안 의료계에 적정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물었으나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채 10년도 남지 않은 2035년에 의사 1만명이 부족하다는 과학적 방법론에 의한 복수의 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의대 정원 증원을 결정했다”며 “의료 수요는 늘어나는데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오히려 351명을 감축했고 그 이후 의대 정원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한 현실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의사단체 등 의료계의 의견을 묻고 반영하고자 했다”며 “그러나 의료계는 단 한번도 증원 숫자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현재 의료 상태가 최선이고 추가적인 의대 정원 증원은 필요 없다는 주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견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심리 과정에서 의대 정원 증원 결정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고 국민에게도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밝히겠다”며 “소송에 성실히 임해 당초 계획대로 5월 말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승인 등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도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법원 밖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박 차관은 "상대 측 변호사가 정부 제출 자료를 공개하고 이에 대한 본인들의 해석을 예고했다. 장외에서 재판과 관련된 내용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 재판에 대한 부당한 압력으로 적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차관은 "정부의 제출 자료에는 여러 위원회와 협의체 논의 과정이 담겨 있다. 이 과정에 참석한 이들의 명단을 모두 공개한다면 앞으로 또 유사한 쟁점이 있는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를 저하하고 합리적인 토론을 방해할까 매우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민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될 문제"라며 "그런 관점에서 자료를 일방적으로 공개하고 이에 대한 본인들의 해석을 언론에 공개하는 행태는 자제돼야 한다.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자료를 모두 공개한 의료계 측 법률대리인 이 변호사는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상세한 자료 등을 공개하지 않으며 '기망행위'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복지부, 교육부는 회의록조차 작성하지 않거나 숨기면서 매일 언론과 국민에게 거짓말을 일삼아 왔다”며 “박 차관은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국민에게 철썩같이 약속했던 의대정원배정위 회의록과 참석자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는 기망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2,000명은 과학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외부’에서 누군가 결정한 숫자”라며 “복지부 장관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요식 절차만 거친 후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했다.

마치 “주주총회에서 총회꾼을 동원해 일방적으로 안건을 통과시키는 것을 연상케한다”고도 했다.

이어 국민의 알 권리와 생명권·건강권 보호 의무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 모든 소송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 소송은 5,200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걸려 있기에 실질적인 원고는 5,200만 국민”이라며 “헌법상 공개재판주의, 국민의 알 권리, 생명권과 건강권, 국가의 국민 보호 의무에 의거해 모든 정부 제출자료를 공개했다. 이후 진행되는 모든 소송 자료도 즉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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