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김장한 교수, 경과실 형사책임 ‘면책’ 등 제안
“수가 올리느니 법적 책임 감면 제도화 효과적일 것”
강재철 변호사 “공단 배상 책임 연대? 논리상 맞지 않아”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필수의료 분야 형사책임은 고의·중과실인 경우 처벌하고 경과실은 ‘면책’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청년의사).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필수의료 분야 형사책임은 고의·중과실인 경우 처벌하고 경과실은 ‘면책’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청년의사).

정부가 제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 필수의료 위기 해소에 효력을 발휘하려면 필수의료 분야 형사책임은 고의·중과실인 경우 처벌하고 경과실은 ‘면책’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로 인한 민사책임은 공제보험을 통해 일정 금액 배상을 확보하고 초과 배상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책임지는 방안도 제시됐다.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 김장한 교수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2024 국가비전 입법정책 컨퍼런스’ 대한의료법학회 세션에서 필수 분야 의료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제한과 국가책임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필수의료행위’의 범위부터 넓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법무부가 제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선 필수의료행위를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행위, 중증질환·분만 등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거나 난도 높은 의료행위 등으로 제한했다. 이러한 제한이 범위가 좁고 제외 사유도 복잡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임상 현장의 의료인들이 기준을 적용하기 용이하도록 필수의료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질병을 치료하는 행위로 정의해, 필수의료 범위를 넓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에서 고의·중과실과 같은 행위자 불법 요소가 강한 경우 형사 책임을 인정하고 경과실의 경우 형사 책임 면책하자고 제안했다. 이 때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손해 배상액을 의사에게는 일정액으로 제한하고 초과 액수는 공단이 연대 책임토록 입법화하자고 했다. 의료인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는 면허 관리를 활용한 책임 강화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분만 사고로 산모의 사망과 신생아 뇌성마비가 발생한 사건에서 의료사고조정이나 법원 배상 판결을 통해 10억원의 조정이 내려진 경우, 의사가 가입된 보험을 통해 3억원을 배상하고 국민건강보험이 초과액 7억원을 배상토록 하는 것이다. 이 때 의사의 형사 책임은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엔 면책하고, 고의나 중·과실이 인정된다면 형사 책임을 묻는다.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 김장한 교수는 의료사고 배상 책임 제한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손해 배상액 연대 책임 필요성을 제안했다(ⓒ청년의사).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 김장한 교수는 의료사고 배상 책임 제한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손해 배상액 연대 책임 필요성을 제안했다(ⓒ청년의사).

김 교수는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10조원 이상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하지만 법적 책임 완화에 투자하겠단 이야기는 없다”며 “(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올리는 것 보다 법적 책임을 줄여주는 부분을 제도화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가 책정은 어렵다. (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얼마나 올려야 적정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의료계는 (수가를) 계속 더 달라고 할 것”이라며 “반면 법적 책임 관련 제안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컨트롤 할 수 있다. 사고가 빈번하지 않으니 가능한 제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의료인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책임 보험료 조정 기능이나 공단에서 사고 낸 의료인의 건강보험 급여 기관을 배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공단이 배상 책임 연대? 논리 구조상 맞지 않아”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손해 배상에 대한 연대 책임을 공단이 인수하는 내용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강제철법률사무소 강재철 변호사는 “필수의료 분야로 (의사들이) 오지 않는 이유는 형사책임 영향도 있겠지만, 의료 수가 문제도 중요하다”며 “수가 문제를 반영해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진다는 신뢰를 준다면 의료인들이 (필수의료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단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건 보험료를 내는 국민 전체가 책임진다는 의미”라며 “의사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건강보험에서 할 수는 없다. 나아가 의료상 과실 책임을 공단이 지는 것도 논리 구조상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국가 재정을 통해 보험금 일부를 의료인 책임 보험료의 책임을 덜어주는 시스템이 있다 하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은 엄밀히 따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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