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료개혁, 상생의 의료전달체계’ 정책 토론회 개최
의료계 토론자들 “문제 제기해도 그대로 추진…결과 안 좋아”
보건복지부가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전문가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의료계의 정부 불신을 확인하는 자리만 됐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의료개혁, 상생의 의료전달체계’를 주제로 의료개혁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충북대병원 한정호 기조실장은 지금까지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면 결과가 더 안좋은 경우가 많았다며 10~20년 후를 바라보는 정책이 아니라 당장 할 수 있는 정책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실장은 “정부가 어떤 정책을 도입하면 결과가 좋지 않게 나타나는 것이 제 경험이다. MRI 급여화 때 복지부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부족해 연봉이 올라가면 대학병원 의사들이 다 그만두기 때문에 최소한 영상의학과 전공의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이야기 했는데 오히려 감축됐다”고 예를 들었다.
이어 “(의료전달체계 개혁을 위해) 전문병원을 키우면 대학병원 의사들이 그만둔다. 실제로 외과와 흉부외과 수가 가산되니 대학병원 교수와 종합병원 의사들이 사직하고 병원 바로 앞에 개원했다”며 “정부가 (필수의료 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정책도 개원 장려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미래 성과를 보는 정책만 추진해서 답답하다. 그러니 개혁이 안된다”며 “결국 재정이 가는 곳에 인력도 움직인다.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서는) 자본을 중증 의료행위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개혁하지 않으면 의사 수 늘려봐야 ‘돈’되는 개원가로 갈 수밖에 없다. 이걸 인정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한 정책과 시범사업이 많았음에도 필수의료 분야가 부족한 것은 의료서비스 공급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없는 현실적 조건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수가, 인력공급 부족,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취약한 지역의료 등을 현실적 조건으로 꼽았다.
특히 지금까지 정부가 보건의료정책을 발표했을 때 의료계에서 합리적 문제를 제기해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사례들이 의료계가 정부 정책을 믿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했다.
서 이사는 “대한민국 의료계 상황이 불과 몇개월전과 크게 다르다. 너무 큰 변화로 인해 예측못한 변수가 많다. (정책 추진 목표 등) 문구가 올바르더라도 (의료계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발표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과 관련해 정부가 의지와 추진력을 보여주더라도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확인돼야 향후 의료계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어떤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된 체계인지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고 정책 추진 시 제대로 된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전달체계 개편 실험에 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상급종합병원도 하루에 수십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현실을 보면 현 시스템에서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해도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의사 인력 공급 관련 갈등으로 많은 (의료정책 논의가) 묻히고 있어 안타깝다. 보건의료시스템 개혁과 지속가능성에 있어 인력 충원보다 더 중요한 문제들이 많다”며 “이런 부분에 논의가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전달체계는 과별, 기관단위가 아니라 질환별 의료전달체계 중심으로 논의돼야 한다. 질환별이 아닌 기관단위로 생각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또한 보장해야 할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도 나눠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를 대표해 참석한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가 있고 국민적 공감대도 있다”며 “의대 정원 규모와 관련한 갈등이 있지만 의료계도 논의의 장으로 합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전달체계는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매우 비합리적인 결과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계속 해왔다”며 “앞으로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선임연구위원은 ‘지역완결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방향 및 과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신 연구위원은 ▲지역완결 의료전달체계 구축 ▲중증진료‧교육‧연구 중심 상급종합병원 개편 ▲2차 지역병원 집중 육성 ▲지역사회 중심 일차의료 혁신 ▲지역 중심 필요도 기반 의료이용 합리화 ▲중증도 기반 의료이용경로 개선 ▲필요도 기반 본인부담차등제 확대 ▲디지털-정보기반 스마트 의료이용 지원 ▲의료이용 기반 지료권 개편 및 정책연계 강화 ▲지역 필수의료‧가치기반 중심 집중 보상 ▲지역‧필수의료 중심 인력 확충 지원 등을 제안했다.
특히 지역‧필수의료 중심 인력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병상수급관리를 통한 지역필수의료 인력 유출을 방지하고 실손보험고 비급여 관리를 통해 필수의료 중심 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신 연구위원은 “지금 국립대병원 교수 증원, 집중수가, 진료지원인력제도 도입 등 여러 일들이 신속하게 바로 추진되고 있다”며 “연구할 때 느끼지 못했는데 하면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혁의 장이 열렸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 갈등으로 이런 (개혁정책이) 묻히고 있는데 빨리 해소돼 제대로 된 개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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