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진 교수, SNS 통해 전공의 사직 관련 입장 밝혀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위헌 소송 시 승소 확률 낮아”
"병원으로 돌아와 정책 대안 갖고 정부와 대화하길"

(ⓒ청년의사).
(ⓒ청년의사).

정부가 보건의료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전공의 개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강제 권한이 더욱 커졌다며, 개인이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병원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전공의 단체 사직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스스로를 일반의이자 의료법학을 전공한 법학박사로 소개한 전 교수는 “현재 상황은 어떤 변호사도 명확하게 자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자로서 교수로서 선배로서 여러분의 피해가 우려되는 마지막 의사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침묵하는 것이 평생 짐이 될 것 같아 몇 마디 의견을 남긴다”고 했다.

권 교수는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정부가 위기단계를 최고수준으로 격상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정부가 상당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정부는 주동자에 대한 인신구속 및 강력한 행정처분을 빠르게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PA에 대한 한시적 권한 부여 등 위기극복을 위해 시행할 수 있는 정책들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주동자 구속과 별개로 여러분 중에 상당수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행정처분은 기록에 남게 되고 그 기록은 향후 여러분이 의업을 그만둘 때까지 따라다니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 의사면허를 가지고 해외에 나가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치명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며 “외국에 취업을 하려 할 경우 ‘Good Standing Letter’를 요구하는데 그 서류에 의료법에 의한 행정처분이 모두 남게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권 교수는 사직이 인정되더라도 전공의 개인에 대한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달리 ‘헌법 제36조 제3항’에 국가의 보건책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이 조항으로 인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의사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위헌소송의 승소 가능성이 낮다고 경고했다.

권 교수는 “정상적인 사직절차를 밟지 않고 사직서 제출 후 바로 병원에서 나갔다는 점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즉 여러분의 행위가 단순한 사직으로 해석되기보다 목적을 위한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 의료법상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의사면허제도는 면허를 가진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국가가 무면허 의료행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운용하는 제도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권 교수는 의료계 선배들이 행정처분과 같은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란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 시절 의협 상근이사로서 약대 6년제 학제 연장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가 교육부로부터 고발당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험을 언급했다. 권 교수는 의협으로부터 받은 것은 소송비용과 벌금 대납이 전부라며 개인이 스스로 피해를 책임져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법적 처벌 가능성을 주지시킨 권 교수는 전공의 스스로가 의사, 피교육자, 근로자임을 기억하고 역할을 다 해주기를 당부했다. 권 교수는 ‘의사는 고귀한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보전하고 증진하는 숭고한 사명의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삼아, 모든 의학 지식과 기술을 인류의 복리 증진을 위하여 사용하여야 한다’고 정한 의사윤리지침이 직업성의 기준임을 강조했다.

권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하자마자 병원을 떠난 것은 ‘숭고한 사명의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삼고 있는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윤리적 원칙에 입각해서 보더라도 여러분의 행동으로 인해 중증 환자들의 수술이 지연되고 있는 이상, 정치적인 이유로 병원을 떠났건 개인적인 이유로 병원을 떠났건 떠날 당시 여러분이 의사였다는 점에서 그런 이유가 ‘나쁜 결과를 용인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권 교수는 “갑작스런 사직과 병원을 떠나는 과정에서 스승과 대화가 충분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며 “충분히 과정을 거친 전공의들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만약 여러분의 스승이 여러분이 당장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을 부추기거나 격려했다면 그분들은 여러분을 앞세워 대리 싸움을 시키고 있는 비겁한 사람일 수 있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걱정하고 안타까워했을 것”이라고 했다.

권 교수는 “계속해서 의업에 종사하고 싶다면, 최소한 의사로서 직업윤리와 전공의로서 스승에 대한 예의, 근로자로서 의무 등을 고려할 때 여러분의 행동은 성급했다”며 “진정으로 의업을 그만두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퇴직절차를 밟고 병원을 떠나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이 투쟁을 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내용을 심도 깊게 파악하고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국가의 문제들에 대한 더 나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시기 바란다. 그것이 급속성장의 부작용에 직면해 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전문가가 해야 할 역할이고 행동”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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