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고령화를 대비하라②]서울아산병원의 ‘시니어환자관리’
“고령환자 관리는 감염관리와 비슷…못하면 결국 국민이 피해”

아산병원 '시니어환자관리팀'은 매일 오후 3시경 모여 고위험으로 분류된 고령환자 케이스를 살펴보고 각 환자에 맞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사진 제공 : 아산병원 시니어환자관리팀).
아산병원 '시니어환자관리팀'은 매일 오후 3시경 모여 고위험으로 분류된 고령환자 케이스를 살펴보고 각 환자에 맞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사진 제공 : 아산병원 시니어환자관리팀).

국내에서 입원환자 고령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곳은 서울아산병원이다. 서울아산병원은 2020년 9월, 원내에서 고령환자 접촉이 잦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시니어환자위원회’를 구성한 후 꾸준한 논의를 통해 고령환자 대응 필요성을 인지했다.

이후 위원회는 ‘시니어환자관리팀’으로 이어졌고,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23년 8월 입원부터 퇴원까지 고령환자에게 특화된 치료를 본격 제공하겠다고 대내외에 선포했다.

입원과 동시에 ‘임상 허약 척도’로 환자 상태 확인

아산병원 고령환자 관리시스템의 핵심은 입원과 동시에 질병 치료와 별도로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문제들을 빠르게 파악한 후, 고위험 고령환자 분류 시 개별 환자에게 맞춘 대응책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산병원은 입원환자 모두를 대상으로 ‘임상 허약 척도(CFS)’ 평가를 통해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한 ‘고위험군’ 환자를 선정한다.

CFS는 환자가 거동하는 모습과 일상생활 능력을 빠른 시간 내 관찰해 허약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2005년 캐나다에서 개발됐다. CFS 점수는 1~9점으로 나뉘며 5점 이상에서는 여건에 관계없이 고위험군으로 판정된다.

▲1점은 매우 건강 ▲2점은 건강 ▲3점은 건강관리 양호 ▲4점은 아주 경미한 허약을 의미하며, 여기까지에 해당하는 환자는 큰 문제가 없다.

5점부터가 문제인데 ▲5점은 경미한 허약으로 행동 둔화 양상을 보이며 다소 어려운 도구적 일상생활 수행에는 도움이 필요하다. 경미한 허약에 해당하는 환자는 점차 쇼핑, 야외에서 혼자 걷는 것, 식사 준비, 집안일 등을 수행하기 어려워진다.

▲6점은 중등도 허약으로 모든 외부활동과 집안일에 도움이 필요하다. 실내에서는 계단 오르기, 목욕 등을 혼자 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옷 입기에도 약간 보조가 필요할 수 있다. ▲7점은 중증 허약으로 신체적 혹인 인지적인 이유로 타인에게 완전히 의존하고 있으나 상태가 안정적이고 6개월 내 사망 위험이 높지 않은 상태다.

▲8점은 초고도 허약으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로 일상생활을 타인에게 완전히 의존한 상태며 사소한 질병에서도 회복하기 어렵고 ▲9점은 불치병 환자를 의미한다.

임상 허약 척도 분류표. 5점부터 8점까지가 고위험 환자로 분류된다(사진 제공 : 서울아산병원 시니어환자관리팀).
임상 허약 척도 분류표. 5점부터 8점까지가 고위험 환자로 분류된다(사진 제공 : 서울아산병원 시니어환자관리팀).

서울아산병원이 CFS 분류에 따라 5점 이하 환자 311명과 5점 이상 환자 180명을 각각 살펴본 결과 ▲‘5점 이하’ 환자에서는 욕창 발생 0%, 섬망 발생 0.3%, 낙상 0.3%, 응급실 방분 2.3%, 30일 내 재입원 0.32%, 사망 0%를 기록했다.

반면 ▲‘5점 이상’ 환자에서는 욕창 발생 5.6%, 섬망 14.4%, 낙상 1.1%, 응급실 방문 10.6%, 30일 내 재빙원 7.85, 사망 3.3% 등 점수가 높은 환자에서 현격하게 높은 수치가 나왔다.

2차 확인, 서울아산병원만의 ‘4M’ 분류법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21년 5월부터 원내 14개 병동을 대상으로 CFS 분류를 실시했으며, 2023년 11월 21일부터는 전병동에 적용 중이다.

시니어환자관리팀이 직접 움직이는 것은 CFS 분류 후다. 시니어환자관리팀 소속 전담 간호사는 CFS 5점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4M’ 미충족 요인을 평가한다.

4M이란 아산병원이 고령환자 관리를 위해 도입한 개념으로, 고령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복잡한 문제들을 ▲환자의 요구사항(what Matters) ▲약제(Medication) ▲정신건강(Mentation) ▲거동(Mobility)으로 분류한 것이다.

입원 후 24시간 내 병동 간호사들이 입원환자들의 CFS를 모두 측정한 후, 5점 이상 고위험군이 분류되면 그 중 65세 이상 고령환자에게는 시니어환자관리팀이 방문해 4M을 기준으로 환자를 판단하게 된다.

4M 기반 조사는 면접형태로 진행되는데, 환자가 약을 먹기 어려운 부분은 없는지, 화장실 사용에 불편은 없는지, 영양상태는 어떤지 등 질병과 다른 이유로 환자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그에 맞는 환자케어 방식을 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4M 평가결과 식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담당과에 공유해 병원식사 등에서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섬망 등에 위험 요인이 감지되면 환자와 보호자 교육을 하고, 재활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면 조기 재활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고위험 고령환자 분류 후 관리, 사망률 감소 등 효과

아산병원이 수년째 지속해온 이같은 활동은 성과도 내고 있다. 아직 정식 논문으로 출간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 공개는 어렵지만, 병원 측에 따르면 이같은 활동을 통해 CFS 5점 이상 환자의 사망률은 71%, 퇴원 후 응급실 재방문 비율은 52% 감소했다. 이 외 재원일 수 감소와 낙상 감소 효과도 확인했다.

시니어환자관리팀 장일영 팀장(노년내과 교수)은 “현대의학이 정립된 후 병원은 양적 성장보다 질적 고도화에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면서 합병증, 낙상, 욕창 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잘 줄어들지 않는다”며 “병원 입장에서는 구성원들에게 '관리를 더 잘하라'고 이야기하지만 몇년을 반복해도 잘 안된다면 노력이 아니라 방법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환자는 케어하기 어렵고 일반 환자와 똑같이 해줘도 뚜렷하게 좋아지지 않는다. 그러면 '뭘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 고민의 결과 아산병원에서 만든 것이 4M”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환자를 다 케어할 수 없다면) 고위험 노인환자를 CFS로 선별해 접근하고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제공해야 하는지는 4M 분석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 아산병원 시니어환자 관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아산병원 하루 입원환자 중 약 30% 고령 고위험군으로 관리

아산병원 시니어환자관리팀은 팀장을 중심으로 전담 간호사‧약사‧물리치료사‧재활치료사‧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다. 팀원들은 상근은 아니지만 자신이 소속된 각 과에서 업무를 하다가 시니어환자관리팀 업무를 겸하는 방식이다.

다만 시니어환자관리팀 소속 인력은 각 과 업무를 수행하다가 시니어환자관리팀 업무가 생겼을 때 해당 업무를 우선 한다는 병원 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장 팀장은 “지난 2020년 9월 고령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내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논의를 시작했을 때부터 협조를 얻어냈던 것”이라며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시니어환자관리팀은 약 10여명의 인력으로 서울아산병원의 하루 입원환자 중 약 30%를 고위험 고령환자로 관리하고 있다. 하루 단위로 보면, 관리대상이 퇴원하고 새 입원환자가 추가되는 것을 반복하면서 15명 정도 대상이 된다.

주로 관리하는 과는 고령환자 비율이 높은 비뇨기과, 정형외과,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등이며, 아산병원은 정책적으로 향후 시니어환자관리팀이 관리하는 과를 늘려나갈 방침이며, 하루 40명 관리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니어환자관리팀의 관리 대상이 됐다고 해서 환자가 따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없다. 다만 통상적인 협진이나 물리치료 등이 필요할 경우 해당 비용을 더 지불할 뿐이다.

치료 후 퇴원계획을 마련하는 것도 부분도 있다. 병원이 치료는 잘 하지만 막상 퇴원 후 관리가 안돼 다시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장 팀장은 “환자들은 내일 있을 수술을 걱정하지 퇴원 후 집에서 어떻게 할지는 생각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막상 수술이 잘 끝나도 집에서 돌봐줄 가족이 없어 퇴원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 퇴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환자들이 아직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퇴원 후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병원 내 TF는 따로 있다. 아직 발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올해 내 성과를 내기 위해 시범 모델을 적용 중”이라고 언급했다.

병원 ‘고위험 고령환자’ 관리는 감염관리와 동급

장일영 팀장은 고령환자를 수능등급제 적용을 받는 학생으로 생각하면 그들을 이해하기가 쉽다고 강조한다.

수능 1~4등급 처럼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5~9등급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는 것은 비교적 쉽다는 것인데, 마찬가지로 고령환자 중 고위험환자들도 질병 외 어떤 문제로 상태가 악화될 수 있는지 초기에 제대로 파악하면 환자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치료 후 예후도 좋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팀장은 “우리가 관리해야 하는 고령환자는 수능등급으로 보면 5등급 이하다. 1~4등급 학생들은 알아서 잘 하는 경우가 많지만 5등급 이하라면 (열심히 해도) 어느 과목에서든 한과목 이상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인데, 환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들어 환자의 총점 등급이 낮으면, 병원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낙상 저위험군이라고 해도 나머지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그래서 사람 중심으로 문제를 파악해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고령환자 관리는 감염관리와 비슷하다. 감염관리를 못하면 병원이 손실과 피해를 보기 때문에 병원을 위해 하는 것 같지만, 제대로 안되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본다”며 “그래서 정부가 감염관리를 하고 관련 수가를 줬던 것이 병원들에 동기부여가 됐다. 고령환자 관리도 같은 개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고령환자 관리는 감염관리만큼 심각하다. 병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직원들이 너무 힘들고 예전이면 하루에 수술을 4개 할 수 있었던 것이 고령환자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3개밖에 못하게 되는 것”이라며 “고령환자 관리는 명백하게 다가오는 위기고 현실이다. 이를 바로 보고 이해하는 것부터 문제해결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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