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이자 샌딥 메논 수석부사장
"2%였던 'end-to-end' 성공률 21%까지 끌어올려"
"코로나알약 '팍스로비드', 왜 개발하냔 말도 들어"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시스템으로 생산성 향상"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신약 개발의 성공을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한다. 오픈이노베이션을 전개하고, AI를 도입하는 등도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 개발 성공을 위해 특히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임상시험이다. 임상시험은 신약개발의 시작이자 끝으로 평가되지만, 그 성공률은 10% 안팎으로 '극악' 그 자체다.
그런데 여기 최근 10년 새 최종 임상 성공률을 2%에서 21%까지 끌어올린 기업이 있다. 바로 화이자다.
화이자 샌딥 메논(Sandeep M. Menon) 수석 부사장(Senior Vice President) 겸 초기 임상 개발 책임자(Head of Early Clinical Development)은 청년의사 자매지인 영자신문 'Korea Biomedical Review(KBR)'와 만나 "초기 임상시험 단계를 잘 수행해 최종 임상 성공률을 21%까지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메논 부사장은 이러한 성공의 배경으로 과감하면서도 데이터를 근간으로 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화이자에서 수석 부사장과 초기 임상시험 책임자를 맡고 있다.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백신을 제외한 모든 분야의 후보 물질 발견부터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 POC)까지를 총괄하고 있다. 디지털 AI 분야의 최고 과학책임자(Chief Scientific Officer, CSO)도 맡고 있다. 초기 임상시험에서 질병과 평가변수를 이해하고 시험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웨어러블 기기와 이미징 기술도 사용하는 일도 하고 있다.
-화이자가 잠재적 신약 후보를 선정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대담하게 접근한다. 각 분야의 CSO들이 초기 단계에서 후보 물질을 승인하기 때문에, 직접 살펴볼 즈음에는 이미 표적 선정이 완료된 상태다. 표적 선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질병과의 연관성이다. 기존 약물이 아닌 환자의 삶에 점진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후보 물질을 선택한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의학적인 필요를 해결할 수 있는지다. 예컨대 세계 최초(first-in-class)가 될 수 있을지, 이미 존재하는 표적에 좀 더 심층적으로 접근하거나 사망률을 개선할 수 있을지 등을 고려한다. 이후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전 수많은 검증과 재시험을 거친다.
-화이자의 초기 임상시험 접근법도 궁금하다.
우선 후보 물질이 환자에게 안전한지, 약물의 특성, 약동학과 약리학이 올바른지 확인한다. 그 후 초기 유효성 평가변수도 살펴본다. 그리고 'exposure', 'right target', 'downstream modulation' 등 약리학의 세 가지 핵심을 기준으로 분석한다. 또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신중하고 정량적인 필터(deliberate and quantitative filters)를 적용한다. 화이자의 이러한 방식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 2010년 2%였던 엔드 투 엔드(end-to-end) 성공률이 현재는 거의 열 배에 달하는 21%까지 상승했다. 업계 평균이 11%인 점을 고려하면 최고 수준이다.
또한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데이터에 기반한 신속한 의사 결정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패하더라도 비용이 많이 투입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멈출 수 있다. 후반부에 실패하면 더 많은 비용이 발생했을 것이다. 이것이 화이자가 높은 수준의 혁신을 유지하면서 임상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던 비결이다.
-약물 개발 초기 단계에서 약물의 잠재적인 시장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 있나.
초기 단계에서 시장 가치와 상업성인 성공을 ‘예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사업팀이 초기 단계부터 함께 약물을 평가한다. 과학적인 근거가 확실하면 그 약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인내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팍스로비드를 개발할 때,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백신이 있는데 왜 치료제를 개발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CEO와 R&D 책임자가 과학적 근거를 찾는 데 집중하고 충분한 데이터를 쌓을 수 있도록 지지했다. 이는 팍스로비드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학술기관 혹은 타 제약사 등 외부 파트너와는 어떻게 협력하나.
화이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생태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일례로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 보스턴 대학교(Boston University) 등과 인턴십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최신 기술과 다양한 방법론을 제안한다. 이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학생들에겐 산업적인 측면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협력하는 제약사는 물론 경쟁사와의 협업도 관심을 갖고 있다.
-초기 임상시험 개발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약품이 있었다면.
팍스로비드(Paxlovid)다. 팍스로비드는 처음에 소규모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약동학과 약리학을 기반으로 개발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었다. 이후 2상과 3상에서 팍스로비드의 효능을 예측하기 위해 시스템 약리학 모델링(quantitative systems modeling)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개발 단계에서 1년 정도 뒤처져 있던 격차를 몇 달 안에 따라잡을 수 있었다. 실제로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과 입원 위험을 89%까지 낮춘 결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임상시험이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AI와 빅데이터가 의약품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나.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임상시험은 이미 약물을 개발하는 과정의 일부가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용하는 방법이다. 빅데이터나 AI에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편견이 반영돼 있다. 잘못 사용하면 라벨링이 잘 되지 않거나 부정확한 데이터만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AI는 약물 개발 과정의 일부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책임감을 갖고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정밀·맞춤의료 시대의 초기 임상시험은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고 보나.
현재는 종양학에서 정밀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만 앞으로 면역학, 심장혈관학, 신경과학 등에서도 활성화될 것이다. 유전적 요인이 복잡하기 때문에 아직 정밀의료를 완전히 구현하기에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밀의료가 미래의료의 지향점이라는 점이다. 화이자도 이를 위해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을 활용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앞으로 맞춤·정밀의료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