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O 대담] 울산의대 정경해·서울의대 임석아·성균관의대 박연희 교수
호르몬수용체 양성 초기 유방암 치료에 CDK4/6i 보조요법 역할 조명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전체 환자 중 60~7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의 유방암이다. HER2 양성이나 삼중음성 유방암에 비해 비교적 예후가 좋고 공격적이지 않은 아형으로 알려져 있지만, 조기에 발견돼 수술 및 항암치료를 받는다 해도 환자의 절반은 결국 재발을 겪게 되며, 때문에 이에 대한 임상적 미충족 수요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
최근에는 호르몬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표준요법제로 자리잡은 CDK4/6억제제가 초기 단계로까지 역할을 확장하며, 내분비요법과 함께 수술후 보조요법으로 재발을 막는데 그 효능을 입증해 나가고 있다.
가장 먼저 릴리 '버제니오(성분명 아베마시클립)'가 monarchE 연구를 통해 고위험 환자에서 재발 위험을 낮추며 초기 단계 치료에 첫발을 내딛었고, 근래에는 노바티스 '키스칼리(성분명 리보시클립)'가 NATALEE 연구를 통해 광범위한 초기 단계 환자에서까지 재발 위험을 낮춰 CDK4/6억제제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약제 모두 수술후 보조요법으로 호르몬치료와 병용해 호르몬치료 단독요법 대비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낮췄지만, 각 임상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의 기저 특징과 약제의 투여기간 등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어,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치료제 선택 또한 갈릴 예정이다.
이에 청년의사는 NATALEE 연구 결과가 최초 공개된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3) 현장에서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정경해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석아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를 만나 초기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의 재발 위험과 CDK4/6억제제의 역할, 환자별 치료제 선택 기준 및 향후 국내 임상 적용에 대한 쟁점 등을 살펴봤다.
-초기 단계 환자에서 재발률은 얼마나 되며, 재발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인가.
정경해 교수 : 재발률은 병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통상 3기 환자 정도 되면 거의 절반의 환자가 재발한다고 보면 된다. 사실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이 예후가 좋다고 하는데 여기엔 반전이 있다. 삼중음성 유방암의 경우에는 초반에 재발이 많이 발생하지만, 5년이 지나가면 재발률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들은 5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재발이 계속된다. 예를 들어, 재발한 호르몬수용체 양성 환자가 100이라 치면 절반은 5년 이내에 재발하고 절반은 5년 이후에 재발하는 것이다. 환자 중엔 30년 후에 재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암 환자들은 의사들로부터 '완치됐다'라는 말을 가장 듣고 싶어 하지만 의사들은 호르몬수용체 양성 환자에게 절대 완치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임석아 교수 : 재발 위험은 병기에 따라 높아진다. 또한 림프절 전이가 있는 환자일수록 재발 위험이 높다. 병리학적으로 봤을 때는 고등급, 즉 분화도가 나쁘면 같은 병기라도, 림파절 전이가 없더라도 재발률이 더 높다. monarchE 연구에서는 Ki67 지수가 20% 이상이면 분화도가 높다고 정의하긴 했지만, 사실 기관마다 Ki67 지수를 평가하는 방법이 다르며 아직 표준화돼 있지는 않다. 일상적인 임상 현장에선 Ki67 지수가 14% 이상만 돼도 분화도가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경해 교수 : monarchE 연구의 경우 Ki67 지수가 20% 이상인 환자를 분류해 진행했는데, 최근 Ki67 기준은 버제니오 사용 기준에서 빠졌다. 앞서 언급했듯이 Ki67 평가는 모든 병원에서 가능하지 않으며, 병원마다 방법도 다르다. 최근엔 몇몇 병원들이 기계를 도입해 읽으면서 인력 문제가 해소되고는 있지만, 표준화까지는 아직 먼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위험 요소는 '병기'와 '림프절 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monarchE 연구에 이어 NATALEE 연구도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냈다. 향후 CDK4/6억제제가 초기 단계 환자 치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나.
임석아 교수 : monarchE 연구도 그렇고 NATALEE 연구에서도 등록 환자의 약 88%가 이미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들이었다. 선행항암치료를 받았다는 것은 원래 공격적인 암이었는데, 이를 항암치료로 어느 정도 다스려놨다고 보면 된다. 거기에 더해 추가적으로 5년 동안 호르몬치료를 하면서, 앞에 3년에 재발 피크가 생기니까 그 부분을 커버하기 위해 이 같은 연구를 설계한 것이다. 환자들이 오해하면 안되는 부분이 종종 monarchE나 NATALEE 연구 결과가 좋았다고 하면 항암치료를 생략하고 싶어하는데 항암치료는 현재 표준치료로 인정된 치료법이다. 이 연구들은 거기에 추가적으로 보조항암치료가 필요한 고위험 환자들에게서 호르몬치료에 추가적으로 이 표적항암제(CDK4/6억제제)를 더했을 때 도움이 된다고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
정경해 교수 : 과거 TEXT 연구나 SOFT 연구에서도 난소 억제 주사를 추가했는데, 그 대상 환자 대부분이 항암치료를 받은 경우였다. 그런 환자들에서 기존에 쓰던 타목시펜 단독요법에 비해 난소 억제를 추가했을 때 좋았다이지 대체할 수 있다는 아닌 것이다. HER2 양성 환자에서도 똑같은 전례 있었다. 10~15년 전 환자들이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이 좋다고 하니, 전 항암 안하고 허셉틴만 할께요'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런 데이터는 없다. 심지어 전이성 단계에서도 허셉틴 단독으로는 10% 정도밖에 베네핏을 내지 못했다. 항암이랑 같이 썼을 때 그 효능이 확 올라가는 것이다. NATALEE 연구에서 약 12%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안 받았는데, 그 환자들은 항암을 받지 못할 이유가 있었을 테고, 이걸 이유로 CDK4/6억제제가 항암을 대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안된다.
-monarchE와 NATALEE 연구는 그 대상 환자군도 다를뿐더러 치료제의 투여 기간도 '버제니오' 2년, '키스칼리' 3년으로 서로 다르다.
임석아 교수 : monarchE 연구보다는 NATALEE 연구 환자군이 훨씬 광범위하다. monarchE 연구 대상은 호르몬수용체 양성이면서 림프절 전이가 4개 이상인 환자였다면, NATALEE 연구에는 림프절 전이가 없는 환자(재발 위험지수 26점 이상)도 포함됐고, 림프절 전이도 1~3개인 환자도 포함됐다. 10년이 지나도 재발할 확률이 5~10%밖에 안되는 1기 환자만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박연희 교수 : 어떤 환자에게 어떤 치료제를 쓸 것인가에 대해서는, 만일 2기 환자가 CDK4/6억제제 보조요법을 원하면 '키스칼리'를 쓰면 된다. 어차피 '버제니오'는 적응증이 자체가 안되니까 그런 경우는 쉽다. 하지만 3기 환자가 CDK4/6억제제 치료를 원한다면, 치료기간이나 부작용 등을 고려해 사용할 수 있겠다. 물론 두 약제 모두 보험이 적용된다고 가정했을 때 일이다. 약간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키스칼리 환자에서 드물지만 발진이나 간독성 등으로 조기 치료 중단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다른 치료제로 교체가 안될까봐 그게 걱정이다. 그렇다고 그 부분까지 생각해서 무조건 버제니오를 쓸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이런 조기 부작용은 사실 써보기 전엔 알 수가 없는 부분이다.
정경해 교수 : 버제니오는 연령대가 높은 환자에게 쓰기에 약간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설사인데, 젊은 환자라면 설사와 같은 부작용을 잘 이겨내겠지만,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설사로도 급격하게 컨디션이 가라앉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NATALEE 연구가 현명한 게 키스칼리의 용량을 줄여서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게 다 안전성에 관한 문제인데, 결과적으로 NATALEE 연구에서 조기에 중단한 데이터를 보면 monarchE 연구보다는 퍼센티지(%)면에서 더 적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키스칼리는 용량 조절도 매우 용이하다. 3알에서 2알, 알 수만 줄이면 된다. 남은 약도 환자들이 두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버제니오의 경우에는 용량을 바꾸면 남은 약을 처리한 방법이 없다. 그 비싼 약을 약국에서 바꿔주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버제니오의 경우 부작용이 있어도 용량을 조절하기가 힘들다.
-NATALEE 연구에서 키스칼리 3년 투여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향후 데이터에 대한 전망이 궁금하다.
정경해 교수 : 과거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의 Penelope 연구를 보면 약물 투여가 끝난 1년 지나 iDFS 그래프가 벌어졌다가 다시 모여졌는데, 혹시나 NATALEE 연구 역시 3년이 지나서 그렇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 다만 현재 키스칼리를 3년간 다 투여 받은 환자는 약 20%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현재 키스칼리를 맞고 있는 환자 중 2년 투여를 넘긴 환자의 비율이 50%를 좀 넘긴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래프가 더 벌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박연희 교수 : monarchE 연구에서 버제니오 2년 투여가 끝난 후에도 그래프가 계속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NATALEE 연구 역시 키스칼리 3년 투여가 끝나더라도 그래프는 더 벌어질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만일 3년이라는 키스칼리 투여기간 때문에 이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탈락하는 환자가 늘어날 경우, 이 데이터에 대한 신뢰 여부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어 그 부분이 우려되기는 한다. 그러나 환자들이 대부분 3년 투여를 다 마치기만 한다면 그래프는 더 벌어질거라 예상하고 있다.
정경해 교수 : 좀 고무적인 부분은 NATALEE 연구에서 키스칼리를 조기 중단한 환자 대부분이 4개월 이내 도즈 조절을 했다는 것이다. 현재 전이성 환자에서 키스칼리를 사용한 경험을 보면, 2년 정도 쓴 환자에서는 별 문제 없이 치료가 진행되고 있다. 즉, 초반에 약에 대해 적응하게 되면 이후로는 관리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앞으로 국내에서 초기 단계 유방암 환자에게 CDK4/6억제제를 적재적소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들이 개선돼야 할까.
정경해 교수 : 우리나라는 한번 치료제를 결정하면 절대 바꿀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일례로 유방암 환자에서 레트로졸을 쓰다가 관절에 문제 생겨 아나스트로졸로 바꾸면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똑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아로마타제 억제제인데 이 약은 힘들다고 하고 저 약은 괜찮은 것이다. 하지만 현재 환자가 불편함을 호소해 약을 바꾸면 심평원에서는 삭감을 한다. 약값도 비슷한 상황에서 환자가 불편을 호소하면 바꿔줘도 될텐데, 이걸 삭감하는 것이다. 그러니 신약인 CDK4/6억제제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게 아닌가. 정부는 과연 이것이 진정 환자를 위한 것인지, 행정 상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임석아 교수 : 다른 국가에서는 4개월 정도 말미를 주고, 그 사이 부작용이 생기면 다른 약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우리나라는 그런 기회가 차단돼 있으니 환자들이 불편함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융통성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CDK4/6억제제 보조요법이 재발을 줄이고 전이 단계에서 쓰이는 많은 비용을 줄여준다는 것 정부가 잘 참조해줬으면 좋겠다.
정경해 교수 : 약제를 평가할 때 비용적인 측면에 더해 환자에게 끼치는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전이 단계에서 CDK4/6억제제를 쓰면 어차피 평균 2년은 사용한다. 당연히 더 쓰는 환자들도 있다. 치료 초반에 나빠지는 환자들은 세포독성항암제로 넘어가게 되고 환자들의 삶은 더욱 비참해진다. CDK4/6억제제를 초기에 쓰면 이런 재발을 막고, 재발 없이 살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 그 사람은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는데 이게 더 나은 길이 아닌가.
박연희 교수 : 무엇보다 초기 단계에서 CDK4/6억제제를 쓰면 투여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전이 단계에서는 환자가 약을 얼마나 쓰게 될지 예측하기가 힘들다. 재발한 환자의 경우 치료가 더 절실하지만, 환자들이 치료비에 대해 문의하면 의사들은 평균 값밖에는 얘기해 줄 수가 없다. 하지만 선행항암요법이나 보조요법은 투여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치료비를 명확하게 말해줄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도 비용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니, 심지어 비급여(100/100)라 할지라도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다.
임석아 교수 : 급여기준 역시 각 약제가 가진 임상 프로토콜대로 설정돼야 한다. 어느 특정 그룹으로 좁히거나 하위그룹으로 기준을 설정하면 안 된다. 과거 MONALEESA-7 연구로 키스칼리가 처음 보험급여를 받을 당시에도 이 부분 때문에 무척이나 고생했다. MONALEESA-7 연구에는 이전에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부터 처음 전이성을 진단 받은 환자, 타목시펜 치료를 받다가 재발한 환자까지 모두 포함돼 있었는데, 심평원은 타목시펜을 먹다가 재발한 환자를 제외하고 급여를 결정한 바 있다. 분명히 이 모든 환자에서 전체생존기간 개선을 입증했음에도 그 중 하위 그룹만을 먼저 급여 적용해준 것이다.
박연희 교수 : 하위그룹은 탐색적 분석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급여기준을 임의로 설정하는 것은 결코 과학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다. 자꾸 기회의 불균등을 초래하는 방향으로 약제 급여가 진행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