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0일 ‘LUPUS & KCR 2023’, 내로라하는 석학만 100명 넘게 참가
이신석 이사장 “업데이트 되는 류마티스 최신지견 들을 수 있는 자리”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는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했는지 여부가 교수 승진에 실적으로 인정되는 나라도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 류마티스 학문의 위상은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3박4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세계루푸스학회 제15차 심포지엄 및 대한류마티스학회 제43차 춘계학술대회 및 제17차 국제심포지엄(LUPUS & KCR 2023)에 앞서 만난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신석(빛고을전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사장은 국내에서 최초로 세계루푸스학회 심포지엄이 개최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꼽았다.
류마티스학회가 국내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2017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인 2019년까지는 국제학회 참가자가 1,000명이 넘을 정도로 한국을 찾는 해외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국외 이동이 힘들어지고 학회가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학회 참석인원이 다소 주춤한 듯 했으나 코로나19 엔데믹 후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LUPUS & KCR 2023’의 경우 사전등록자가 이미 1,100여명에 달한다. 현장등록을 포함할 경우 1,500명 정도의 국내외 류마티스 분야 전문가들이 서울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LUPUS & KCR 2023’에는 전세계 내로라하는 석학 100여명을 포함해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연구자들이 무려 4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개최된 국제학회 가운데 손꼽히는 행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LUPUS & KCR 2023’을 준비하고 있는 류마티스학회 이신석(빛고을전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사장을 만나 이번 국제학회가 갖는 의미, 국내 류마티스 학문의 위상, 한국의 류마티스학 발전 방안 등에 대해 들었다.
- 처음으로 국내에서 세계루푸스학회 심포지엄을 열게 됐다. 국제적인 학회를 우리가 유치한 것만으로도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반증하는 것 같다. 류마티스학회를 이끌어가는 분으로서 류마티스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평가한다면.
지난 2017년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하면서 류마티스학회의 위상이 상당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국제학술대회 때도 1,000명 이상이 참가했을 정도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는 교수 승진 등이 있을 때 대한류마티스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게 실적으로 인정이 된다고 하더라. 일본도 국제학회를 개최하지만 영어로 진행되는 룸이 하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학회는 영어로만 진행되는 룸을 3개까지 열기도 했다. 영어로 여러 주제들이 논의되다보니 우리나라 학회가 아시아권에 있는 류마티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고 싶어 하는 학회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현재 ‘LUPUS & KCR 2023’ 에 1,10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사전등록을 마쳤다. 이중 400명이 넘는 등록자들이 해외 참가자들이다. 따라서 국내 현장등록자를 포함하면 이번 ‘LUPUS & KCR 2023’ 참가자들은 1,5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학회들이 다시 오프라인 위주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류마티스학회의 경우 지난해 하이브리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에는 하이브리드로 학회를 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 학회라면 몰라도 국제학회의 경우 나라별로 시차가 크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하는 게 쉽지 않다. 또한 해외학회를 가는 목적이 강의를 듣는 것도 있지만 내가 하고 있는 연구나 비슷한 연구를 하는 다른 사람을 만나 서로 논의하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장점이 별로 없다고 본다.
- 우리나라의 연구역량이나 사회 기여도는 외국과 비교해 어떠한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기초나 임상 연구에서도 우리나라 류마티스 전문의들이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임상 연구 분야의 경우 10년 전부터 류마티스학회에서 '생물학적제제 등록사업(KOBIO registry)‘을 시행하고 있다. 학회 전체 차원으로 한 나라를 대표하는 레지스트리를 만들어 연구하는 곳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우리나라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학회 차원이 아닌 일부 대학에서 하고 있는데 그마저 멈췄다, 했다를 반복하고 있다. 1만명 환자들의 레지스트리가 있기 때문에 임상연구도 활발할 수 있었다.
- 레지스트리를 만드는 이유를 조금 더 설명한다면.
생물학적제제 레지스트리를 만드는 이유는 임상시험의 효과를 보기 위한 것이다. 대개 의약품이 개발되면 1상에서는 목표한대로 작동하는지를 보고, 2상에서는 적절한 치료용량을 찾는다. 그리고 3상에서는 대조약과 비교해 안전성이 아닌 효과를 검증한다. 레지스트리의 경우 효과를 검증하려는 것보다 약을 썼을 때 안전성면에서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를 찾아내기 위해 실시한다. 류마티스 분야에서 레지스트리가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제제의 경우 효과가 좋은 반면 부작용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영국 류마티스학회에서는 BSRBR이라는 레지스트리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이 레지스트리를 통해 알아보니 생물학적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들 사이에서 살모넬라 감염증이 많이 생겼음을 알게 됐다. 영국의 경우 날달걀을 먹는 습관 때문이었다. 따라서 학회에서 생물학적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에게는 날달걀을 먹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였고, 그 이후 살모넬라 감염증을 줄일 수 있었다. 일본의 경우 진균감염이 많이 생겨서 봤더니 거기는 버섯을 날로 먹는 습관이 있다고 하더라.
우리나라의 경우 폐렴을 비롯한 대상포진, 결핵 등 발병 위험이 많게는 5배까지 증가하며 지속적인 약물 모니터링과 안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따라서 치료 전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할 것을 권고하기도 하는데 사실상 이런 것은 제약사가 돈을 내고 하지는 않는다.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했을 때 안전성이 있고 약을 처방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확인하는 것은 의사들의 몫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처방권을 갖고 있는 의사들에게 레지스트리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류마티스 약제의 경우 서양 사람들한테는 듣는데 우리한테 안듣는 약들도 적지 않다. 인종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만의 레지스트리가 필요하다.
- 이번 ‘LUPUS & KCR 2023’ 외에 앞으로 예정돼 있는 국제학회가 있나.
지난해 12월 ‘2026년 아시아태평양류마티스학회(Asia Pacific League of Associations for Rheumatology 2026, APLAR 2026)’ 유치에 성공했다. 2004년 APLAR를 제주에서 개최한 이후 22년만에 열리게 되는 국제학술대회다. APLAR는 미국류마티스학회, 유럽류마티스학회와 함께 류마티스 분야에서는 3대 학회 중 하나다.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 한국 등 4개국이 병합을 벌였지만 세계적인 학술연구를 바탕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결과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 이사장으로서 이번 ‘LUPUS & KCR 2023’ 강연 중 꼭 들었으면 하고 추천하고 싶은 게 있는지.
내로라하는 해외 연자들이 지금 100여명 참가 예정이다. 이름만 말해도 알 수 있는 이 분들이 오는 학회는 사실 흔하지 않다. 최근 업데이트 되고 있는 류마티스 최신지견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류마티스학회 이사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지 1년이 좀 넘었다. 남은 임기동안 이루고자 하는 방안이 있나.
임기를 시작하면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 중 하나가 APLAR 2026이다. APLAR 2026 유치 공약은 지키게 됐고, 이외에는 해외 교류를 좀 더 활성화 시켜 류마티스학회의 위상을 조금 더 올리려 한다. 그 일환으로 일본 류마티스학회에 ‘JCR International School'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를 벤치마킹 해 우리 학회에도 도입하게 됐다.
그러나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류마티스 관절염은 류마티스 내과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인력 충원이다. 우리나라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36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절반 이상이 류마티스 내과가 아닌 다른 과에서 치료하고 있다. 다른 과에서 치료 했을 때 문제는 항류마티스 약물을 안 쓰고 질병 활성도 평가는 물론 검사 없이 스테로이드 등의 약제만 처방된다는 데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올해부터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해 적정성평가를 시행할 예정이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류마티스 내과를 지원하려는 사람이 너무 없다. 작년에 전국에서 류마티스 내과 펠로우를 시작한 사람이 5명이었다. 올해는 좀더 늘어 10명이 지원하기는 했지만 일본이 1년에 펠로우를 시작하는 사람이 200명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류마티스 질환들이 100여 가지가 되는데 이를 류마티스 내과에서 보기 위해서라도 사람을 늘려야 한다. 남은 임기동안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 지원자를 늘릴 수 있는 복안이 있나.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개원을 했을 때 다른 과에 비해 시술이나 검사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급여가 될 수 있는 항목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펠로우들에게 향후 개원에 대비해 선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도록 타 병원에서 일주일 정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 필요하다면 비용을 지원할 수도 있다.
전공의들을 대상으로는 학회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의 비용을 받지 않고 있다. 또한 캠프를 열어 류마티스 내과의 비전을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