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PUS & KCR 2023, 질환 정복 위한 다양한 시각 배울 수 있어"
배상철 조직위원장, 국제 심포지엄 개최까지 5년여 여정 회고

다가오는 17~20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세계루푸스학회 제15차 심포지엄 및 대한류마티스학회 제43차 춘계학술대회 및 제17차 국제심포지엄(LUPUS & KCR 2023)이 진행된다.

'전쟁의 종식으로 가는 계단(Stairway to the End of the War)'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LUPUS & KCR 2023은 국내 류마스티학 거장인 한양대류마티스병원 배상철 교수가 조직위원장을 맡았으며, 구성된 프로그램에는 그의 철학과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류마티스학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후학들에게 통합과 화합의 가치를 알려 학문적 발전에 기여하고자 했다는 배상철 교수를 만나 LUPUS & KCR 2023 개최를 위한 지난 5년여의 여정과 그 속에 담긴 그의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배상철 교수는 현재 세계루푸스학회와 대한류마티스학회 회장을 겸하고 있으며, LUPUS & KCR 2023 공동 주최의 주역인 대한류마티스학회 산하 루푸스연구회의 2~3대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배상철 세계루프스학회장 겸 대한류마티스학회장
배상철 세계루프스학회장 겸 대한류마티스학회장

- 'LUPUS & KCR 2023'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5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2018년 당시 대한류마티스학회 산하 루푸스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이 소규모의 연구회를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세계루프스학회 심포지엄을 국내에서 개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세계루푸스학회는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으로 나눠 2년에 한 번씩 돌아가며 심포지엄을 개최하는데, 마침 2023년이 아시아에서 개최될 차례였다. 통상 4년 전에 개최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2019년 개최지 선정을 목표로 잡고 1년간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따로 학회의 도움 없이 서울시에 국제학회 지원을 신청하는 등 부지런히 준비한 끝에 2019년 4월 여러 나라와의 경쟁에서 한국이 개최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조직위원회를 구성하면서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한국의 위상이 이전과 비교해 많이 올라서긴 했지만 아무래도 미국, 유럽과 비교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심포지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대한류마티스학회와 함께 개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제안했고, 학회도 이에 동의하면서 LUPUS & KCR 2023의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됐다.

조직위원회 구성도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행사는 4년 후에 개최되는데 두 조직의 회장은 따로 있고, 2년마다 집행부가 바뀌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의 끝에 양 조직 위에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를 따로 세워 원활한 조율을 가능하게 했고, 때마침 행사를 치르는 시점에 대한류마티스학회장을 맡게 되면서 원활한 진행이 가능했다.

-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전쟁의 종식으로 가는 계단(Stairway to the End of the War)'이다. 어떤 뜻을 내포하고 있나.

루푸스와의 전쟁을 종식하자는 게 첫 번째 바람이었고, 한국이 개최지인 만큼 현재 우리나라가 전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데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결정했다. 여기에 안타깝게도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져 코로나와의 전쟁을 종식하자는 의미가 하나 더 추가됐다.

- 프로그램을 살펴보며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특히 오프닝 세션인 키 노트 강연(Key Note lecture)이 눈에 띄는데.

학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키 노트 강연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의학회인 만큼 다른 학회들처럼 노벨상 수상자를 초청하는 등 과학적이고 학술적인 주제로 구성해야 할지 여부도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슬로건이 담고 있는 '인류 공동의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내는 4개의 강연을 준비했다.

첫 번째 강연은 'The Light'라는 제목으로 암전 끝에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양지우 씨가 '포 더 피스 오브 올 맨 카인드(For The Peace Of All Mankind)'라는 곡을 연주하며 시작한다. 자신의 질병을 극복하고, 세상을 눈 뜨게 한다는 의미의 공연이다. 두 번째 곡은 의사와의 협연을 통해 진행한다. 이는 '환자와 의사의 화합', '과학과 예술의 조화'라는 의미를 갖는다.

두 번째는 'The Words'라는 주제로 하버드대학 데이비드 맥캔 명예교수의 강연이 진행된다. 젊은 시절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맥캔 교수는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한국어학으로 석박사를 마친 후 하버드대학에서 한국어학을 가르쳤는데, 이날 한국에서의 경험과 한국어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들려줄 예정이다.

'The Height'를 주제로 진행되는 세 번째 강연에서는 건축가 유현준 씨가 동서양의 문화와 건축 양식, 한국의 건축 양식 등을 통해 건축에 내포된 인문학적 관점을 강연한다. 마지막으로 'The Barrier'를 주제로 한 네 번째 강연에서는 탈북 가수이자 루프스신염 환자인 노수현 씨의 공연이 진행된다. 분단 국가의 현실과 루푸스라는 질환 극복을 상징화하고자 했다.

이처럼 키 노트 강연은 한국을 알리는 일차적인 목적에 더해 질병과 분단의 극복, 동서양의 조화, 의사와 환자 혹은 과학과 예술의 화합 등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물론 이번 학회가 류마티스 질환을 진료하는 의사들의 학술 논의의 장인 만큼 과학적이고 학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준비했다. 이번 LUPUS & KCR 2023 개최를 계기로 글로벌 리더로서 대한류마티스학회가 가진 위상도 한단계 더 격상하리라 기대하고 있다.([미리 가 본 LUPUS & KCR 2023]1500명 류마티스 전문가 한자리에)

배상철 세계루프스학회장 겸 대한류마티스학회장
배상철 세계루프스학회장 겸 대한류마티스학회장

- 학문적 성과뿐만 아니라 국제학회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국내 류마티스학 발전에 발판을 마련해주셨다. LUPUS & KCR 2023에 참여하는 후학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가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이상 피상적인 연구만 해서는 안된다. 넓게 보고 깊게 파고들어야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려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력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더이상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다양한 분야에 넓고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통합적인 사고를 해야 하며, 협력해야만 세계적인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이번 학회 슬로건과 프로그램 구성에 다양성과 조화의 의미를 넣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질환 극복에는 사회인문학적인 요인들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국가의 경제력, 생활 수준, 의료시스템에 대한 접근성, 인종 등 차별에 대한 인식 등 의학적 측면 외에도 사회인문학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정밀의료 역시 마찬가지다.

그 동안 학문적 성과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국내에 제 성을 딴 루푸스 코호트(Hanyang BAE lupus cohort)가 있을 정도다.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상당히 큰 코호트로,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협업이 진행 중이며, 루푸스 유전체 연구 등 세계적으로도 인정 받은 논문이 다수 발표되고 있다. 이번에 LUPUS & KCR 2023 조직위원장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 심포지엄을 이끄는 사람은 정치적인 역량보다는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학문적 성과를 이룬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기도 하다.

이제는 지금까지 제가 이뤄낸 성과들을 초석 삼아 국내 후학들이 글로벌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 이번 학회에서 학문적 인사이트뿐만 아니라 질환 정복을 위한 다양한 시각들과 협력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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