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료계대책기구·불법한방피해신고센터 운영키로
의료계 대표자회의 열었지만 세부 사항 마련 못해
“일주일 간 숙성된 안 만들어 범의료계 단일화하겠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일 오후 용산구 이촌동 회관에서 한의사 초음파 사용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대응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가졌다(사진제공: 의협).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일 오후 용산구 이촌동 회관에서 한의사 초음파 사용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대응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가졌다(사진제공: 의협).

대한의사협회가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범의료계대책기구를 구성하고 '불법한방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해 피해사례를 모집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수립하지 못했다.

의협은 지난 7일 오후 이촌동 회관에서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의협은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대응 방안을 논의한 후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판결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도 개최할 계획이었다.

기자회견은 회의가 길어지면서 30분 정도 늦게 시작됐지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까지는 마련하지 못했다. 이에 의협은 조만간 의료계 대표자회의를 다시 열고 대응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의료계 대표자회의에서는 불법 한방 의료행위로 피해를 본 국민들을 대상으로 ‘불법한방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끝나지 않은 법적 다툼을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기로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7일 오후 5시 30분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는 7일 오후 5시 30분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청년의사).

의협 이필수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대법원 판결의 부담함을 국민과 회원들에게 강력하게 홍보하기로 결정했다”며 “불법한방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원심이 파기된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해 법적 준비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에서 모인 의료계 대표자 60여명이 참석했다.

이필수 회장은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범의료계대책기구를 구성하기로 논의하고 다음주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구성해 나가기로 했다”며 “일주일 간 숙성된 안을 만들어 범의료계가 단일화해서 체계적으로 대책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필수 회장은 임시대의원총회 개최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 대응과 관련해) 임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운영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시도회장단들과 의견 수렴을 거쳐 풀어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에서는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죄라고 판결한 대법원을 향한 의료계 대표자들의 규탄이 쏟아졌다.

대한영상의학회 정승은 총무이사는 “총 68회에 걸친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는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쳐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됐다”며 “그만큼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전문적이고 그에 따른 결과가 환자 생명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정 총무이사는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처벌하지 않았고 국민 생명과 건강을 외면했다”며 “대법원은 이를 두고 ‘새로운 판단기준’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어느 누가 동의할 수 있겠냐. 현재 허가된 초음파 진단기기가 인체 유해성이 적으므로 누구나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것은 극히 단편적이고 비전문적인 시각”이라고 했다.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한의사 초음파 사용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대응 항의 기자회견'에서 의료계 대표자들은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죄라고 판결한 대법원을 규탄했다(ⓒ청년의사).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한의사 초음파 사용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대응 항의 기자회견'에서 의료계 대표자들은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죄라고 판결한 대법원을 규탄했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은 “의사와 한의사의 교육과정은 분리돼 엄연히 다르고 병리생태학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함에도 한의사 교육과정에 초음파 교육이 포함돼 있다는 일말의 사실에 근거해 내린 이번 판결은 의학과 한의학 차이에 대한 근본적인 몰이해, 건강 추구라는 헌법이 보장해야 할 국민의 근원적인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이광래 회장(인천시의사회장)은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 규정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한 이번 판결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의사와 한의사 각자의 면허와 무관하게 모든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완전히 다른 의료인의 행위를 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과잉“이라고 했다.

의협은 한의사의 의과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총력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광래 회장은 “대법원은 환자의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쳐 환자에게 명백하게 피해를 입힌 한의사를 엄벌에 처하기는커녕 한의사의 무분별한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묵인하는 불공정한 판결을 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외면했다”고 말했다.

이광래 회장은 “초음파 진단기기 자체는 신체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다소 낮다고 해도 비전문가의 초음파 사용은 환자에 대한 오진 가능성을 현저히 높이고 환자가 제 때 치료받을 기회를 놓쳐 공중 보건위생상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광래 회장은 “한의사들이 이번 대법원 판결을 빌미삼아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등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시도한다면 이를 불법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나가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광래 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향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신중한 검토와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의협 대의원회 “대법원 판결 ‘역사의 오점’될 것”

이날 대의원회는 대법원 판결이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부당하다고 강력하게 성토했다.

대의원회는 성명을 통해 “대법원이 내린 판결은 존중돼야 마땅하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이원적인 의료 체계를 택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에 큰 혼란이 발생하고 국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의원회는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정당화 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문제점을 일일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공정과 상식에 벗어나 한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대법원 판결 역사에 오점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대의원회는 “의사가 똑같은 의료행위로 암을 진단하지 못해 환자에게 큰 피해를 줬다면 사법부는 의사에게 어떤 판결을 내려겠냐”며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환자에게 큰 피해를 준 한의사를 무죄 판단하고 초음파를 사용할 수 있다며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대의원회는 “대법원 판결이 의료에 미칠 부작용과 국민 건강 피해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될 것으로 판단하며 심각하게 우려를 표한다”며 “14만명 회원과 함께 대법원 판결이 무효로 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워나갈 것을 선언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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