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질심, MRD 양성 전구 B세포 ALL 치료에 급여기준 설정
암젠 '엑스지바' 및 노바티스 '타브렉타' 등은 문턱 못 넘어

암젠이 개발한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ALL) 치료제 '블린사이토(성분명 블리나투모맙)'가 미세잔존질환(MRD) 양성인 전구 B세포 ALL 환자 치료에 적응증을 확대한 지 약 2년 만에 급여 첫 관문을 통과했다.

반면, 암환자의 골격계 합병증 예방 약제인 암젠 '엑스지바(성분명 데노수맙)' 역시 같은 날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 안건에 올랐지만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노바티스가 새롭게 선보인 폐암 표적항암제 '타브렉타(성분명 카프마티닙)'도 암질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첫 번째 급여 시도가 무산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0일 제7차 암질심에서 심의한 '암환자에게 사용되는 약제에 대한 급여기준 심의 결과'를 공개했다.

먼저 이날 암질심 문턱을 넘은 약제는 '블린사이토'가 유일했다.

식약처는 지난 2020년 9월 'MRD 양성인 전구 B세포 ALL 환자 치료'에 블린사이토의 적응증 확대를 승인했다. 암젠은 해당 적응증으로 작년 10월 급여기준 확대를 시도했지만 암질심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암젠은 첫 번째 실패 후 약 10개월 만에 재도전에 나서 급여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이번 '블린사이토'의 암질심 통과는 'MRD'가 국내에서도 환자의 치료 예후를 예측하고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 유의미한 지표로 인정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MRD는 치료 후 기존 측정법에 따라 골수내 악성세포가 5% 미만으로 관찰되는 완전관해(CR)에 도달한 이후에도 유세포분석기(flow cytometry),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등 좀 더 세밀한 검사를 통해서 여전히 악성세포가 검출되는 질환 상태를 말한다.

MRD 양성인 환자들은 재발의 위험이 높으며, 때문에 추가 치료를 통해 MRD를 제거하는 것이 환자의 관해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린사이토'는 이런 재발 위험이 높은 MRD 양성 환자에서 MRD를 제거를 위해 승인된 최초의 치료제다.

블린사이토는 총 11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단일군 2상 임상인 BLAST 연구를 통해 효능 및 안전성을 입증했다. 연구 결과, 평가 가능한 113명의 환자 중 88명(77%)이 블린사이토 투여 1주기 내 MRD 완전반응(Complete MRD response)을 나타내며 1차 평가기준을 충족했다.

또한, 필라델피아 염색체 음성(Ph-) 환자 110명을 대상으로 한 하위 그룹 분석에서 보여준 블린사이토 치료 환자의 18개월차 무재발생존률(recurrence-free survival, RFS)은 54%였으며, 116명 전체 환자에서의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은 36.5개월이었다.

문헌상 과거 표준치료법을 받은 MRD 양성 Ph- 전구 B세포 ALL 환자에서 나타난 RFS 중앙값이 7.8개월에, 전체생존기간이 25.9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블린사이토 치료가 유의미한 개선 효과을 보인 것이다.

한편, 블린사이토와 함께 급여기준 확대를 시도한 암젠의 또 다른 약제 '엑스지바'는 급여기준 설정에 실패했다. '엑스지바'는 현재 유방암 및 전립선암 치료 시 골전이 환자에서 골격계 합병증 예방에 급여 적용되고 있다.

이에 암젠은 다발골수종 및 고형암의 골전이 환자에서 엑스지바가 입증한 골격계 증상 발생 위험 감소 효과를 바탕으로 급여기준 확대를 시도했지만 심의를 통과하진 못했다.

또 노바티스 '타브렉타' 역시 첫 번째 급여 시도에 실패했다. 식약처는 작년 11월 'MET 엑손14 결손(skipping)이 확인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에 타브렉타 사용을 최초 허가했다.

타브렉타는 그동안 마땅한 표적치료 옵션이 없어 예후가 좋지 않았던 MET 변이 폐암 환자에서 괄목할 만한 치료 반응 및 두개 내 효과를 입증했으며, 그 결과 뇌전이가 확인된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MET 억제제로는 유일하게 2021 NCCN 가이드라인에 등재되기도 했다.

하지만 EGFR, ALK와 같이 비교적 간단하게 진단 받을 수 있는 변이와 달리 'MET 엑손14 결손'은 아직 동반진단법이 개발되지 않아, 치료제 급여 이전에 진단 환경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등 의견이 분분한 상황.

이에 릴리 '레테브모(성분명 셀퍼카티닙)', 얀센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등 표적항암제들과 같이 타브렉타 역시 진단 한계의 벽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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