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구의사회, 국내 최초 지역사회 통합 음주개입 사업 참여
오동호 중랑구의사회장 “일차의료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
만성질환관리부터 커뮤니티케어까지 '지역사회 뿌리내리기'

일차의료가 지역에 뿌리내리도록 다양한 시도를 꾸준히 하는 의사회가 있다. 만성질환 관리부터 커뮤니티케어까지, 그 분야도 광범위하다. 최근에는 고위험음주군을 찾아내 조기 개입하는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일차의료 활성화 방법을 현장에서 찾고 있는 서울시 중랑구의사회다.

중랑구의사회는 중랑구가 지난해 11월 시작한 ‘노마드(NoMAD, No More Alcohol to the Drunken)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중랑구와 가톨릭대 산학협력단, 질병관리청이 함께 하는 이번 사업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지역사회 통합 개입 프로그램으로 음주운전 단속강화, 예방 교육 외에도 민간 외식업소의 만취 예방 캠페인 등이 동시에 진행된다.

중랑구의사회는 ‘일차의료기관 고위험음주 단기개입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중랑구치과의사회, 중랑구약사회도 함께 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동네의원은 내원하는 환자들 중 고위험음주군을 찾아 상담하고 절주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때 알코올 사용장애 선별 검사인 ‘AUDIT-K(Alcohol Use Disorder Identification Test -Korea)가 사용된다.

의사는 음주 관련 신체 증상, 불면증 등을 호소하는 환자나 알코올 관련 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환자에게 음주 설문을 권하고 그 결과를 설명한다. 과음하는 환자에게는 절주를 권하는데 이 때 ‘음주변화 계획서’를 작성해 다음 내원할 때까지 지키도록 한다. 음주변화 계획서에는 음주 시 1회 목표 음주량과 일주일 목표 음주 횟수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 술을 줄이도록 유도한다.

중랑구의사회 오동호 회장(미래신경과의원)은 지난 17일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고위험음주 단기개입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며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일차의료 활성화 차원에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의 건강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곳이 동네의원이고 여기에 일차의료 활성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오동호 중랑구의사회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고위험 음주 예방을 위해 중랑구에서 국내 최초로 시행되는 지역사회 통합 개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동호 중랑구의사회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고위험 음주 예방을 위해 중랑구에서 국내 최초로 시행되는 지역사회 통합 개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 고위험음주 단기개입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가 있는가.

일차의료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일차의료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자 참여했다. 일차의료기관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강조해왔던 게 만성질환관리다. 고위험음주 단기개입은 새로운 사업이다. 그렇지만 만성질환관리와 고위험음주 단기개입이 연장선상에 있다.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들 중 음주에도 문제가 있는 사례를 발견하기 쉽다. 고위험음주군을 한명이라도 빨리 발견해서 음주량을 줄여나가도록 돕는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이 동네의원이다.

동네의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신속항원검사(RAT), 재택치료 등에 동참하면서 상대적으로 고위험음주 단기개입프로젝트가 덜 활성화돼서 아쉽다.

- 어떤 환자에게 음주설문인 AUDIT을 권하는가.

고혈압, 당뇨 환자들 중 음주 문제가 심각한 경우가 있다. 진료를 하다보면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들 중에도 음주가 문제인 사례가 발견된다. 이런 환자들에게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고 설명하고 음주설문을 권한다. 검사 결과,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서서히 음주량을 줄이도록 돕는다. 음주변화 계획서를 작성하고 다음 내원할 때 제대로 지켰는지 상담한다. 스스로 음주량을 줄일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고 심각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한다.

- 음주변화 계획서 작성과 상담 외에 다른 지원은 없는가.

습관을 바꾼다는 게 쉽지 않다. 구 차원에서도 프로젝트 참여자에게 지급할 기념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정도로 동기 부여가 될지는 모르겠다. 금연사업을 참고했으면 한다. 정부 차원에서 수가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지금은 활성화됐다. 음주 문화를 바꿀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중랑구에서 전국 최초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사업이 그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 사업이 전국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일차의료의 역할과 장점을 드러내는 사업이기도 하다. 동네의원에서 의사들이 절주를 돕는다고 각인되면 그게 바로 일차의료의 역할이 되는 것이다. 지역에 한번 뿌리를 내리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오 회장이 운영하는 미래신경과의원 앞에 놓인 안내문.
오 회장이 운영하는 미래신경과의원 앞에 놓인 안내문.

- 프로젝트에 참여한 지 6개월 정도 됐다. 효과는 있는가.

효과가 나타난다. 음주변화 계약서를 쓴 환자들 중 상당수는 다음 내원 때까지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1차, 2차, 3차 계약서를 쓰면서 음주량을 줄이는 환자들도 많다. 먼저 ‘절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많이 줄었다’고 자랑하는 환자들도 있다.

- 중랑구의사회는 ‘중랑하나협동조합’을 만들어 만성질환관리사업에 참여하고 지난 2020년 6월에는 중랑구 복지기관, 마을 단체 등과 함께 ‘중랑건강공동체’를 구성해 커뮤니티케어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차의료의 역할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정부와는 별개로 우리 스스로, 우리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차의료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협동조합에는 현재 50개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현실적인 일차의료’의 길을 찾고 있는 중이다.

- 코로나19 재택치료에 동네의원이 배제되고 있다며 지난 1월 중랑구보건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정부 정책에서 동네의원이 차별받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의원이 배제된 채 큰 병원들과만 논의해서 제도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재택치료도 그랬다. 병원급에 맞춰진 정책을 의원급에 적용하려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단기간에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의원급이 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일차의료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가.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간호법’ 때문에 직역 간 갈등이 생기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여야 해서 안타깝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관리되지 않는 의료 사각지대가 문제였다. 사각지대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파악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일차의료기관들이다. 지금 의료체계를 정비하고 일차의료의 역할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코로나19 재유행이나 또 다른 감염병 유행 때 더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커뮤니티케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를 현실에 정착시키는데도 일차의료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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