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
'의사 증원'과 근본적 목표·접근법 달라…"적극적 참여를"
보건의료인력 근무 환경 실태 파악해 개선점 모색 목표
"변화하는 근로 환경 정책에 담기 위한 기초조사 목적"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하는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의료계가 껄끄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가 의사 증원 문제로 마찰을 빚는 상황에서 보사연이 지난해 진행한 '의·약사 등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가 정부에 유리한 근거로 쓰였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도 의대 정원 확대나 공공의대 신설 등 의사 증원 근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지난 조사와 달리 의사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사연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는 의료인력의 근로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진행된다며 의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됐던 보건의료인력 추계 연구와 이번 실태조사는 연구 수행 목적부터 접근법까지 아예 다르다고 했다.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는 보건의료인력 20개 직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국가통계조사다.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수립과 근로 환경 개선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지난 2019년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제정되면서 3년 주기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를 실시할 근거가 마련됐다. 이번 조사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정 후 시행되는 첫 실태조사다. 지난 23일부터 시작해 다음달 6일까지 20개 직역에 걸쳐 진행한다.
의사의 경우 ▲일반현황 ▲근무 시간 및 업무량 ▲근무 만족도 및 여건 ▲이직 경험 ▲보수교육, 면허신고 ▲(여성)모성보호 등 총 6개 항목에 걸쳐 설문을 진행한다.
신 위원은 "지난 2018년 실태조사가 종합조사 성격을 띤다면 이번 조사는 보건의료인력 근무 여건 실태 파악에 방점을 두고 문항을 개발했다. 문항 개발 과정에 각 직역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의견을 수렴해 조사의 전체적인 틀을 짰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은 "현재 종사하는 직종의 수입과 근로 시간, 업무 환경, 노동 강도는 물론 동료 간의 상하 관계, 수평관계가 어떤지를 중점적으로 묻고 있다"며 "직역별 근무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개별 문항도 있다. 봉직의의 경우 임상 업무와 별개로 차출되는 업무가 있는지, 있다면 통상 몇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지 묻는 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실태조사는 보건의료인이 겪는 실질적인 근무 환경을 파악해 "사람답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신 위원은 "전공의들은 여전히 격무에 시달리고 1년 차 신입 간호사 40%가 이직하고 있다. 또한 많은 전문의가 전문과가 아닌 다른 과에서 진료를 보고 있다"며 "지금 이런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기관이 없다. 보건의료인력 근로 여건 개선 관련 정책 수립 과정에 계량적인 수치가 제시돼야 하는데 기초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또한 이미 실행 중인 정책이라도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정책 대상자와 실효성을 재평가해야 한다며 이번 실태조사가 정책 재정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위원은 "간호사 중심으로 논의됐던 여성 보건의료인 임신과 출산 문제는 이제 의사들에게도 중요한 화두가 됐다. 전공의법은 개정 직후인 2018년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3년이 지난 2021년에는 얼마나 작동하고 있을지 새롭게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어디까지나 기초자료 생성 수준이라 당장 정책적 효과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3년 주기로 조사 데이터를 쌓아나가면 실태를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보건의료인력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라고 했다.
신 위원은 "실태조사를 통해 보면 3년의 격차가 생각보다 더 크게 드러난다. 세상이 바뀌는 만큼 근무 여건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며 "이런 차이와 추세를 알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많은 사람이 참여해 계속 결과가 누적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실태조사가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적인 논의를 진행한다면 의사의 근무 여건을 개선할 아젠다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