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대왕함 장병 전원 코로나19 감염됐을 것”
“성의 없는 군 행정…군의관 선에서 해결 못해”

군함은 밀집도가 높은 환경이어서 감염병 확산 위험이 큰 만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군함은 밀집도가 높은 환경이어서 감염병 확산 위험이 큰 만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8) 집단감염은 예견된 사태였는데도 군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병사들은 한 침실에서 6명씩 생활하는 등 밀집도가 높아 감염병에 취약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백신은 물론 검사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23일 기준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에 승선했던 장병 301명 중 90%인 27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무대왕함 장병들 중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또한 출항 전 신속항원진단키트가 아닌, 신속항체진단키트를 잘못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항원진단키트도 민감도가 낮아 선별검사용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지만 신속항체검사는 그 목적 자체가 다르다. 신속항체진단키트는 코로나19에 감염되고 2주 정도 지난 뒤 형성되는 항체를 확인하는 검사에 사용한다.

국방부는 지난 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를 통해 청해부대에서 신속항체진단키트가 아닌 신속항원진단키트를 사용했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잘못된 해명이었던 셈이다.

군의관 시절 역학조사관 역할을 했던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23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코로나19 감염률은 100%일 가능성이 높다며 미흡했던 군 대응을 비판했다.

정 교수는 “이번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는 군 장병의 건강권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 해군 함정이 유독 거주 환경이 열악하다”며 “선실도 너무 좁고 부사관 등은 개인 방이 있지만 병사들은 한 침실에 6명씩 잔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군함은 기본적으로 내부와 외부 공조가 차단돼 있다. 내부에서는 강력한 파워로 공조를 한다. 기관실 등은 매우 더워서 마스크 착용을 꾸준히 하기도 힘든 환경”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한명 발생했다면 빠르게 확산된다. 문무대왕함 승조원 90%가 아닌 100%가 감염됐을 것으로 본다. 항체검사를 하면 이미 코로나19에 걸려 항체가 형성된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미국 군함 루즈벨트호의 경우 전체 승조원의 25% 감염으로 막을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도 밀집도 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루즈벨트호는 10만t급이고 문무대왕함은 4,400t급이다.

정 교수는 이어 부실했던 초기 대응을 비판했다. 정 교수는 “발열 증상이 있는 장병에게 해열제만 주고 아프다는 장병한테도 소염진통제만 줬다”며 “감염병 확산 위험이 높은 환경인 만큼 주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더 조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군 행정이 이렇게까지 성의가 없을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조금만 성의를 보였어도 파견지 인근에 있는 미군에 백신을 요청해서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미국이 요청해서 갔던 파병 아니냐. 미군 측에 협조 요청을 했으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300회분 정도는 확보해서 접종하고 출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 교수는 “군의관 등 군대 내에서 감염병 관련 업무를 하는 분들의 경우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군 조직 문화상 그들 선에서 손을 쓸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국가가 장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의무병이나 의무사령부에서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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