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컨소시엄, 8가지 스마트병원 시스템 구현
코로나19로 인한 위치추적·스마트게이트 등 사례 공유
최인영 센터장 “병원 구성원들과 적극적인 소통 필요해”
“CDW(Clinical Data Warehouse, 통합연구플랫폼)가 연구자를 돕는 일이라고 한다면, 스마트병원 시스템 도입은 환자와 의료진, 그리고 병원 직원들을 돕기 위해 어떻게 IT기술을 적용할지 고민하는 영역이다.”
지난 23일 청년의사가 주최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대한병원협회가 후원한 ‘Designing the future of healthcare: 미래 병원의 길, Big5에게 묻다’ 컨퍼런스에서 서울성모병원 지능의료데이터 최인영 센터장(가톨릭대학교 의료정보학교실 교수)은 이같이 정의했다.
이날 서울성모병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T) 사례를 발표한 최인영 센터장은 ‘BIC Plus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사업(Best Infection Control Platform for use)’ 내용을 발표했다.
BIC Plus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사업은 서울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가천대 길병원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사업으로, ▲이용편의성 ▲안전 ▲정서적지지 등 총 3가지 핵심가치 달성을 목표로 한다.
최 센터장은 “이번 스마트병원 사업을 통해 환자를 위한 시스템 4개, 의료진을 위한 시스템 3개, 그리고 병원을 위한 시스템 1개 등 총 8가지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병원 내 역학 관리를 위한 RIB(Rapid Identification contact points and pathways using Bluetooth low energy) 시스템과 RTLS(Real Time Location System, 실시간위치추적 시스템) 도입이 눈길을 끌었다. 방문객 및 보호자에게는 웨어러블 비콘(beacon)을, 환자와 직원에게는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RTLS를 통해 위치 정보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 동선 파악이 수월해졌다는 설명이다.
최 센터장은 “기존에는 병원 내 확진자 동선과 자가격리 대상자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감염관리실에서 수작업으로 몇날 며칠을 밤새 고생해야 했다”며 “이번 시스템을 활용해 RTLS 정보를 EMR과 매핑할 경우, 어떤 환자분이 어느 진료실에 갔는지 리스트를 만드는 일이 가능했다. 모의 환자를 통해 실증을 진행했을 때 수작업 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가격리 대상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RTLS 시스템 도입의 일환으로 응급실 자산에 비콘을 부착한 점은 이외의 효과를 낳기도 했다.
최 센터장은 “근무자 교대 시 어느 자산이 어디에 있는지 바로 찾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응급실 근무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최 센터장은 병원 직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스마트병원 시스템으로 ‘스마트 출입통제(Smart Access Control) 시스템’을 꼽았다. 이는 병원 방문객이 출입통제 키오스크 또는 모바일 문진을 통해 출입확인증을 발급 받고 스피드 게이트를 통과하면서 체온과 출입확인증을 등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최 센터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직원들이 병원 입구에서 교대로 방문객과 환자의 체온을 재고 문진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를 시스템으로 대체한 것이다. 해당 시스템 도입에는 직원들의 바람이 크게 작용했다”며 “이전까지 당직을 엄청나게 서다가 시스템 도입 이후에는 당직을 서지 않아도 된다며 기뻐하는 직원들이 많았다”고 미담을 전했다.
의료진이 요청한 스마트병원 시스템도 있다. 바로 ‘AI(인공지능) 음성인식 의료기록 시스템’이다. 방호복을 입은 상태에서 수술 기록을 작성하기 어려웠던 정형외과 의료진의 요청에 따라 방호복 내부 음성을 통해 수술기록지 기술 및 편집, 이른바 ‘Speech-to text(STT)’가 가능하도록 음성인식 기술을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의료진이 자주 찾은 스마트병원 시스템은 무엇이었을까. 다름 아닌 ‘스마트 마인드케어 시스템’이었다.
최 센터장은 “의료진이 심리 상담 신청을 하면 가장 가까운 구역에 있는 상담소랑 연결을 해서 무료로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냥 전화로 신청할 때보다 건수가 배로 늘었다”며 “그 동안 상담을 어디서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모르는 의료진이 많았던 것 같다. 코로나19 시대에 심리적 위안이 필요한 의료진이 많았던 게 아닌가 한다”며 씁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최 센터장은 서울성모병원 컨소시엄의 사례를 반추하며 스마트병원 시스템 도입을 위해서는 기술만 앞세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RTLS을 통한 위치정보 수집 과정에서 근무자의 동선이 모두 드러나는 걸 우려한 노조와의 협의가 필요했다”며 “원내 구성원들에게 미리 협력을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